화제의 이야기들

돼지 몸에서 인간세포가 자라네

Shawn Chase 2017. 1. 29. 20:51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7.01.27 03:00

[오늘의 세상]

美서 수정란에 사람 줄기세포 주입해 성장 첫 성공
연구 발전되면 사람 臟器 키워 환자에 이식도 가능
인간·동물 경계 깨질 우려에 과학계선 "그럴 가능성 없다"

미국 과학자들이 돼지 수정란에 사람 줄기세포를 주입해 정상적으로 자라게 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과학계에서는 연구가 발전하면 돼지의 몸에서 사람 장기(臟器)를 키워 환자에게 이식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진 돼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소크연구소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 박사 연구진은 26일 생명과학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에 "사람 줄기세포가 들어간 돼지 수정란이 암컷 자궁에 착상된 지 28일째에 인체의 근육과 여러 장기 세포의 초기 형태로 자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의 피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는 배아 줄기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사람 줄기세포를 돼지 수정란에 주입했다. 28일째 된 돼지 태아에서는 인간 고유의 항체와 유전자가 근육과 여러 장기에서 나타났다. 사람 줄기세포가 돼지 태아에서 정상적으로 자라났다는 말이다.

사람과 돼지 혼합체인 키메라 탄생 그래픽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돼지와 인간의 '키메라'〈키워드〉가 가능함을 입증한 연구결과"라며 "연구가 발전하면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2016년 3월 기준 2만7900여명인데 기증자는 2015년 500여명에 그쳤다. 과학자들은 다른 동물의 장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돼지는 장기의 형태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다. 문제는 면역거부반응. 인간-돼지 키메라는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벨몬테 박사는 "돼지 수정란에서 특정 장기를 만드는 유전자를 차단하고 사람 줄기세포를 넣으면 돼지 몸에서 사람 장기가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면역거부반응 없는 환자 맞춤형 장기 이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앞서 과학자들은 덩치 큰 시궁쥐와 작은 생쥐 사이에서 이런 이종(異種) 장기 배양과 이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벨몬테 박사는 "갈 길이 멀지만 이번에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앞으로 돼지 몸에서 사람의 췌장과 신장 같은 장기를 키우는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키메라 연구에 대해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과학자들은 기우(杞憂)라고 반박한다. 소크연구소도 이번 실험에서 돼지 태아의 뇌에서는 사람 세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람 뇌를 가진 돼지가 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윤리 논란을 우려해 연구를 금지했지만, 지난해 8월 장기 이식을 위한 인간-돼지 키메라 연구에 정부 지원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사람 줄기세포를 다른 동물의 수정란에 주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키메라(chimera)

사자의 머리에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한 그리스 신화 속 동물. 생명과학에서는 한 동물에서 서로 다른 동물의 세포가 같이 자라는 것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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