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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14만명 몰려온다'…명동 강남 '기대 만발' vs 제주 부산 '침울'

Shawn Chase 2017. 1. 20. 22:01

유진우 기자




입력 : 2017.01.20 06:05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설)를 열흘 앞두고 씀씀이 큰 중국인 관광객(遊客·요우커)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중국인들의 씀씀이를 기대하는 백화점·면세점 업계와 화장품 업계, 식당가는 중국 손님맞이에 들썩이고 있다.

중국 춘제 연휴 기간인 일주일(1월 27일~2월2일)동안 경상남도 통영시 인구에 맞먹는 14만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한국에 몰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춘제 연휴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더 입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춘제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0만명을 넘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다.

주요 백화점들은 설 연휴 기간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방문객의 빈자리를 메우는 중국인 관광객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중국인만을 위한 프로모션을 대거 준비했고, 중국 현지 인기 왕홍(網紅·파워블로거)을 초빙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마케팅도 강화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5년 기준 1인당 평균 소비액(1회 방문 기준)이 2319달러(약 254만원·항공료 제외)에 달하는 큰 손이다.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 가운데 씀씀이가 가장 크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춘제 연휴에 단체 관광객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주와 부산 지역 등의 춘제 효과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싼커(散客·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이들이 주로 찾는 서울 명동과 강남 지역 유통업체들은 올해도 춘제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은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4월 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은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생기 감도는 명동 상점가…연휴 반납하고 중국인 관광객 맞이 준비

‘즐거운 춘제되세요(春節快樂)’, '자연이 주는 피부 기적(大自然賜與的肌膚奇蹟)', '주름개선, 미백 화장품 안으로 들어와 구경하세요(去皱纹, 美白 里边看看)'.

지난 18일 오후 서울 명동 일대의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매장 곳곳에선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춘제 기간에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하는 입간판이 줄줄이 보였다. 화장품 매장 앞에서 호객하는 한 직원은 “이 일대는 평소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만, 내국인들이 빠지는 명절 연휴 기간이 되면 중국인 비중이 한국인보다 높아지는 것 같다”며 “지나가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어느 중국 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은 중국인 관광객 발길을 잡기 위해 23~24일 중국 최대 SNS '웨이보'의 온라인 생중계 서비스 '이즈보'에서 활동하는 왕홍 3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설화수’·’숨’·’아모레퍼시픽’·’빌리프’ 등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며 메이크업(화장) 쇼를 펼칠 예정이다. 메이크업 영상은 실시간으로 중국 현지에 방영된다. 현대백화점은 중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SNS 채널 ‘위챗’에 공식 계정을 열었다. 이 계정과 친구를 맺은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황사용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싼커(散客·중국인 개별 관광객) 대부분이 1980년대생(빠링허우·九零後)이거나 1990년대생(주링허우·九零後)”이라며 “젊은 중국 관광객은 SNS와 온라인 생중계 서비스에 익숙한 점을 감안해 인터넷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사은행사장에서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사은품을 받아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본점 사은행사장에서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사은품을 받아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개별관광객 중 1980년대생(30~39세)은 47%, 1990년대생(18~29세)은 27%로 20~30대가 4분의 3을 차지했다.

중국인이 몰리는 명동의 상당수 음식점들은 설 연휴에 문을 연다. 명동 일대를 걷다보면 ‘설 연휴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팻말을 써붙인 음식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섞어찌개집 업주 전모씨는 “경상북도 울진이 고향인데, 명절은 중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는 기간이라 고향 방문할 생각을 몇년 전부터 못한다”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면 평소 3~4일 동안 올리는 매출을 하루에 올린다. 이전에는 손으로 적었던 중국어 메뉴판을 올해는 인쇄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 제주·부산 등 지방은 침울…“사드 보복 걱정”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국내 관광업의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광공사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적 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단체 관광객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현지 대형 여행사에 한국행 여행객 수를 20% 줄이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한국·중국 항공사들의 중국발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잠실월드타워점을 찾은 중마이 그룹 임직원 2000여명이 면세점 쇼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잠실월드타워점을 찾은 중마이 그룹 임직원 2000여명이 면세점 쇼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 현지여행사들은 최근 한국 관광상품 수를 줄이는 추세다. 한류와 제주 관광을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한국행 상품 홍보에도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개별 중국인 여행객이 몰려드는 서울 등 수도권 일대 관광지는 건재한 편이지만, 단체 중국인 여행객이 전세기를 통해 찾는 제주·부산 등은 춘제 특수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 기간 중국인 4만2880명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춘절 연휴에 제주를 찾은 중국인 5만1385명과 비교하면 16.5% 줄어든 수치다. 춘제 연휴 기간 중국발 정기편이 지난해보다 10.2%, 부정기편이 50% 줄어든 결과다. 부산관광공사도 춘제 기간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1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관계자는 “호텔업계에선 중국여유국이 내린 한국행 관광객 감소 조치가 4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내내 단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예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다”며 “대만은 50%까지 여행객을 줄이라는 조치를 내렸다던데, 한국에 대한 조치도 수위를 더 높일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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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9/2017011901811.html?daumarticle#csidxa12e349b1cd3db386c77912b127e1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