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사

"독립·건국 위한 모든 노력이 1948년 완성된 걸 표현"

Shawn Chase 2016. 11. 29. 00:26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8/2016112800176.html

이선민 선임기자



입력 : 2016.11.28 03:00

[국정교과서 '대한민국 수립' 기술]

교육부 "기존 '정부 수립' 서술은 '스스로 정통성 격하' 지적 많아"
'건국' '정부수립' 사이서 절충… 1956년부터 2002년까지 국사교과서에서 썼던 용어


28일 공개되는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가장 큰 쟁점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돼 있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꾼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고시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하면서 "현행 중·고교 역사 교과서 17종 가운데 14종이 남한은 '정부 수립',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표현하고 있어 대한민국 정통성을 스스로 격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대한민국을 광복 후 한반도에 세워진 두 정부 중 하나로 인식하며 남한에는 남한만의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북한에는 남북한 전체선거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된 것처럼 서술한 교과서까지 있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 '북한 정권 수립'으로 표현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국정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팽팽하게 대립하는 '대한민국 건국'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절충이었다. 학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출범의 의의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건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대한민국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때 이미 건국된 것이며 '대한민국 건국'이란 표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 전문 위배라고 주장했다. 첨예하게 부딪치는 '건국'을 피하면서 대한민국 출범의 의의를 표현하는 용어가 '대한민국 수립'이었다. 국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서술은 이런 고심의 산물이다. 교육부는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3·1운동을 비롯한 우리 민족의 독립과 건국을 위한 모든 노력이 광복을 거쳐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완성됐음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수립' 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친일(親日) 건국 세력을 미화하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얼마전 "'대한민국 수립'은 '건국절'과 같은 표현이고, 이런 표현을 쓴다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민국 수립'은 오랫동안 국사교과서와 주요 한국사 개설서·연표에 사용된 용어이다. 국사교과서는 1956년 시행된 1차 교육과정 이후 1995년 시행된 6차 교육과정까지 '대한민국 수립·성립·건립'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2003년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부터 본격 사용됐고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전면 도입됐다. 일부 학자는 이런 변화를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라는 민중사학자들의 역사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설명한다.

고(故) 이기백 서강대 교수의 '한국사신론'(일조각)은 '대한민국의 성립',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의 '다시 찾는 우리역사'(경세원)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돼 있다. 진보 역사학계의 원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엮은 '한국사연표'(역민사) 역시 '대한민국 수립 선포'라고 기술했다. 또 다른 진보 역사학계의 원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의 '고쳐 쓴 한국현대사'(창작과비평사)는 '분단국가 대한민국 성립'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