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하만 CEO "삼성-하만의 목표는 완성차 아닌 1차 전장 부품 협력사"

Shawn Chase 2016. 11. 22. 22:02

박성우 기자, 이다비 기자


입력 : 2016.11.21 19:09 | 수정 : 2016.11.21 23:33 삼성전자가 완성차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闡明)했다. 대신 미국 자동차 전장 부품 전문기업인 하만(Harman)을 인수해 완성차 업체의 1차 전장 부품 협력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디네시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주 인수합병(M&A) 발표 후 현대자동차 (134,500원▲ 1,000 0.75%)를 포함해 많은 고객사를 직접 만나고 있으며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삼성전자와 하만의 목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의 1차 협력사가 되는 것이지, 완성차 제조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라는 브랜드로 완성차 제조업에 뛰어든 바 있다. 이는 완성차 제조사에 ‘언젠가 삼성이 위협할 수 있다’는 불신(不信)을 주면서, 전장 부품 시장에 진출하려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아 왔다.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하만(Harman)의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CEO(가운데),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했다.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하만(Harman)의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CEO(가운데),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했다.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도 삼성의 자동차 제조업 진출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부사장은 “완성차업체가 되려고 했다면 주문자위탁생산(OEM)업체인 하만을 인수했을 리 없다”며 “부품사업을 제대로 하려고 80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미국의 자동차 전장 및 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의 지분 100%를 총 8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38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주주와 주요 국가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내년 3분기 안에 합병이 완료될 예정이다.

하만은 커넥티드카, 라이프스타일오디오, 프로페셔널솔루션, 비즈니스솔루션 등의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1등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특히 하만의 매출 65%가 전장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피아트, 도요타, 할리데이비슨 등 자동차, 모터사이클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삼성자동차는 첫 차인 SM5 발표회를 가졌다. /르노삼성 제공
지난 1998년 삼성자동차는 첫 차인 SM5 발표회를 가졌다. /르노삼성 제공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은 “지난해부터 전장사업을 위해 전략팀을 만들었고, 전략적인 면에서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하만의 인수가) 고객 확보, 전문가 확보, 기술 시너지 등에서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 회사는 서로 가진 강점을 융합할 경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만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과 소비자 오디오, B2B 음향,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서비스 사업은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과 만나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팔리월 CEO는 “전장사업에서는 하만의 지식, 개발경험, 고객사 등과 삼성전자가 가진 센서, IT, 디스플레이, 모빌리티 등의 기술이 더해지면 완벽한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하만의 오디오 기술과 삼성의 TV 기술이 접목하면 완벽한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삼성전자와 하만이 전장사업 외에도 스마트폰, TV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더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왔다. 박 부사장은 “하만의 오디오 기술과 삼성이 가지는 비디오 기술이 합쳐지면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르면 합병이 완료되고 나서 2018년형 TV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팔리월 CEO는 전날 방한해 삼성전자의 여러 임원과 면담했고, 기자간담회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팔리월 CEO는 “삼성이 개발 중인 기술, 모빌리티 부문의 혁신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합병에 대해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삼성전자에 전략사업팀이 만들어진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전략사업팀이 낸 성과와 향후 하만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알려달라.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이하 손)=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사업을 위해 전략팀을 만들고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했다. 전략적인 면에서 하만과 같은 기업과 M&A를 통해 규모를 늘려나가고 고객과의 관계도 구축하는 게 훨씬 (자동차 사업을 확장하는 면에서) 빠르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만과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을 할 예정이다. 하만은 고객과의 관계가 잘 구축돼 있고, 이미 많은 전문가와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있다. 하만의 장점과 삼성전자의 강점을 이용하면,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삼성과 하만은 자동차 부품 외에 어떤 방향으로 시너지를 낼 계획인가

= “하만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디오에도 70년 동안 구축해온 브랜드가 있을 만큼 오디오 분야에서도 강자다. 삼성은 세계 비디오 분야 1위다. 오디오와 비디오의 강자끼리 만나면 고객들에게 좋은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삼성은 기업간거래(B2B) 분야는 약하다. 모빌리티, 연결성(Connectivity), 5세대 통신 분야에서 하만과 협력한다면, B2B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여 미래 자동차는 지금의 자동차와 많이 다를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고, 연결성과 자율주행이 중심이 될 것이다. 운송 수단이 ‘스마트(Smart)’해지면, 오디오와 비디오가 더욱 중요해지게 된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미래 자동차에 접목되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이하 디네쉬)= “내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다. 특히 전장사업 부문에서 하만은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개발 경험, 오랜 시간 관계를 구축해놓은 고객사들이 있다. 또 자동차 사업의 생태계도 잘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하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센서나 메모리, 모빌리티 등 삼성의 기술을 더하면 앞으로 부상할 스마트·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완벽한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만은 오디오 부문에서 전설 같은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만의 오디오 기술을 삼성 가전 부문에 적용하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만이 가지고 있는 오디오 솔루션 등을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 기술과 접목하면 공연장이나 영화관 등에 맞는 시스템과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다. 또 하만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협력해 데이터 애널리틱스(분석)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제품과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이하 박)=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지만 미래는 스마트 카 시대라고 생각한다. 휴대폰 배터리 시장보다 차량용 배터리 시장이 더 커졌다. 프로세서나 메모리도 10년 이내에 스마트폰에 쪽 수요보다 자동차 쪽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만의 고객망을 활용하면 삼성전자 부품 사업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만의 브랜드와 음향기술을 활용하면 삼성전자의 TV나 휴대폰 음질 향상에도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기존 고객사 반응은 어떤가.

디네쉬= "반응은 매우 좋다. 다들 삼성-하만의 미래 시너지 효과를 보고 싶어 한다. 지난 한 주 동안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을 많이 만났다. 삼성은 스마트자동차 시대에서 1차 솔루션 공급업체가 되는 것이 하만을 인수한 목표이지, 완성차 개발이 하만을 인수한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 한국에 전장제품 생산공장이나 R&D 센터 만들 계획은. 오늘 일정이 많았다고 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만났나.

디네쉬= "하만은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멕시코, 독일, 헝가리, 인도, 아시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이 개발 중인 혁신적인 기술, 특히 디스플레이나 모빌리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오후에 만날 예정인데, 앞으로의 기대감을 공유할 생각이다."

-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하만카돈 기술이 접목되는 건 언제쯤인가.

박= "지난주에 인수계얄을 했다. 완전한 인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정보교환에 조심스럽다. 주주총회, 반독점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휴대폰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를 교환할 수 있다고 보지만 당장은 힘들다. 2018년 갤럭시 모델에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 "이같은 파트너십은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여러가지 혁신이나 독특한 사운드 매니지먼트, 알고리즘 등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이다.”

-스마트카 보안에는 어떤 시너지가 있나.

손= "좋은 질문이다. 모든 스마트 제품은 '연결성(커넥티비티)'이 있다. 이 때문에 보안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만은 독특한 보안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디네쉬= "맞다. 우리는 보안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업체를 인수했다. 하만의 사이버보안 솔루션은 업계에서도 인정해준다. 삼성도 녹스(Knox)와 같은 훌륭한 보안 솔루션이 있는데 두 기술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애플이나 구글과 비교하면 삼성의 전장사업 진출이 늦은 감이 있다. 전략적 차별성은.

박= “애플이나 구글도 완성차는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다. "

손= "애플과 구글은 자동차 쪽으로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전략이 다르다. 우리가 완성차업체의 1차 협력사로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이번 M&A를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