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06 19:35
[오픈 플랫폼 시스템]
앱 열 필요 없이 말로 지시
모든 기기를 인공지능으로 연결
세탁기가 열차표 예매할 수도
[애플 '시리' 개발진 참여]
사람의 말을 알아 듣는
자연어 인식 인공지능 기술 갖춘
美 벤처 '비브 랩스' 인수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앞세워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사옥 기자 간담회에서 갤럭시S8에 인공지능을 탑재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고, 스마트폰 외에도 TV·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인공지능에 접목시키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첫 작품으로 인공지능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을 스마트폰, 가전, 반도체 등 다양한 삼성 제품과 통합해 사물인터넷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스마트폰 사업은 물론 반도체와 TV·생활 가전 등 삼성전자 핵심 주력 사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인공지능으로 승부수 띄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개발 1실장 이인종 부사장은 지난달 인수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 벤처기업 비브 랩스(VIV Labs·이하 비브) 경영진과 함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삼성의 인공지능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S8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삼성의 첫 번째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며 “사용하는 사람이 말로 지시하는 것을 무엇이든 해결해 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차기 제품인 갤럭시S8에 인공지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지만, 삼성 스마트폰 개발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사장은 이어 “우리가 만드는 인공지능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며 삼성의 인공지능이 ‘앱 이후의 세계(post app world)’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스마트폰은 피자나 커피를 주문하려면 앱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인공지능은 앱이 필요없이 원하는 것을 말하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시리’가 애플 기기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과 달리, 삼성은 모든 기기를 인공지능으로 연결하는 개방형 플랫폼(기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 부사장은 “냉장고에게 스마트폰의 사진을 TV에 보여달라고 부탁하거나, 세탁기에게 기차 예매를 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애플 음성 비서 ‘시리’ 개발진이 비브 창업
이날 간담회는 비브 경영진의 첫 방한을 계기로 마련됐다. 비브는 애플의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Siri)’ 핵심 개발진이었던 다그 키틀로스, 애덤 체이어, 크리스 브링엄이 애플을 떠나 2012년 창업한 회사다. 비브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자연어 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갖고 있다. 비브의 기술은 다양한 기업의 서비스를 쉽게 접목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적격이라고 평가받는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아이들이 지금 우리에게 ‘인터넷 없이 어떻게 살았냐’고 묻는 것처럼, 미래 세대는 ‘어떻게 인공지능 없이 살았냐’고 묻게 될 것”이라며 “100개가 넘는 기업이 비브의 기술에 관심을 보였지만 삼성과 비브가 추구하는 인공지능의 미래가 가장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S8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완성된 형태가 아닌 새로운 기술의 토대이자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이날 간담회에 앞서 비브 경영진을 직접 만나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비브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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