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강자 LG화학, 전기차·골프 카트·선박 이어 우주까지 진출
조선일보 입력 2016.10.29. 03:03
요즘 우리가 흔하게 쓰는 스마트폰의 발달은 상당 부분 배터리(2차전지)의 진화(進化)에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A 또는 AAA 식으로 크기를 분류하는 니켈-망간 배터리에서 벗어나 1990년대 초 획기적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다. 이 리튬이온 배터리가 그동안 휴대전화·노트북·스마트폰에 쓰이는 이른바 '소형 전지' 시장에 국한돼 왔다면, 최근엔 이를 뛰어넘어 전기자동차,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장치)에까지 적용되는 식으로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 이젠 '중·대형 2차전지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독자 기술'로 2차전지 시장 장악한 LG화학
2차전지(secondary cell battery)란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를 말한다. 반면 1차전지는 충전이 불가능한 일반적인 건전지 또는 연료전지를 일컫는다. 따라서 2차전지는 그만큼 친환경적이고 미래적인 배터리로 평가받는다. 2차전지는 단순 요약하자면, 양극과 음극,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 전해질 그리고 이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분리막(separator)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분리막은 2차전지를 만들 때의 핵심 소재이다. 분리막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만든 일종의 필름이다. 양극과 음극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막아주면서 0.001~1㎛의 미세한 구멍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LG화학은 2004년 SRS®(안전성강화분리막)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이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을 코팅, 열적·기계적 강도를 높여 내부 단락을 방지하는 기술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SRS® 특허는 2007년 한국을 시작으로 2010년 미국, 2012년 중국에 이어 2014년 유럽과 일본에도 등록됐다. SRS®을 개발한 덕분에 GM·르노·볼보·아우디 같은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지멘스(SIEMENS) ·AES·SCE 등 글로벌 전력회사로부터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될 수 있었다는 게 LG화학의 자체 평가이기도 하다.
LG화학은 또한 '스택 앤 폴딩(Stack & Folding)' 제조 방식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대개 배터리는 두루마리 휴지를 둘둘 마는 것과 같은 원리인 소위 '와인딩(winding) 기법'으로 제작되는데, 이때 모양을 바꾸거나 자르는 것이 불가능해 공간 활용의 한계를 겪어왔다. 그러나 LG화학은 이 '스택 앤 폴딩'을 통해 전극을 셀(cell) 단위로 잘라 쌓거나 접음으로써, 부피가 작은데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용량·초슬림 배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陸·海·空 오가며 시장을 이끌다
LG화학은 또한 전기차, 전기 선박, 드론 등 육·해·공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엔 우주에까지 진출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으로 나선 것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이다. LG화학은 현재까지 29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83개 프로젝트를 수주받았다. 누적 수주 금액은 36조원을 넘었다. 한국 현대·기아차, 미국 GM·포드·이튼, 유럽 폴크스바겐·르노·볼보, 중국의 상해 기차·장성 기차·제일 기차 등이 주요 고객이다. 골프 카트에도 LG화학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된다. 2013년부터 일본 야마하(Yamaha)사(社)가 만드는 골프 카트에 적용되는 LG화학 배터리는 5.5kWh, 74Ah 용량이다. 5년 동안 쓸 수 있고, 한 번 충전하면 6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완전히 충전하면 36홀을 연속 주행할 수 있다.
LG화학은 또한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기선박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 초 노르웨이 조선사 아이데스빅(Eidesvik)이 세계 최초로 만든 친환경 하이브리드 해양작업지원선(OSV)인 '바이킹 퀸(Viking Queen)'호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것이다. 지난 5월엔 또한 중국 회사 샤오미가 개발한 무인기 '미드론'의 배터리 공급 업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주에도 진출했다. 올해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용 우주복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업체로 LG화학이 선정된 것.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은 올해 하반기부터 NASA에 신규 개발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 배터리는 나사 우주복의 전원공급장치로 쓰일 예정이다. NASA 측은 그동안 안전에 있어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내부단락 유발장치를 통해 배터리 안전성 테스트를 까다롭게 해왔는데, LG화학의 배터리가 일본과 국내 다수 업체의 샘플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다.
ESS 시장에서도 최근 LG화학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LG화학 측은 "태양광발전설비 전기 저장 시스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스템,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에 널리 활용되는 ESS에도 LG화학의 배터리가 널리 쓰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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