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대차 파업의 그림자]③ ‘자동차도시’에서 ‘유령도시’ 된 디트로이트...반면교사 삼아야

Shawn Chase 2016. 10. 16. 14:48


  • 변지희 기자

  • 입력 : 2016.10.16 11:12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14일 올해 노사의 임금협상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전체 조합원 5만179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한 결과, 투표자 4만5920명 중 63.31%인 2만9071명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 두 번째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350%(기본급 기준)+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노사 잠정합의안 가결로 현대차는 5개월 넘게 끌어온 올해 임금협상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으로 수조원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현대차를 두고 생산 본거지인 울산이 미국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 ‘모터 시티(Motor City)’가 ‘유령 도시’로... 미국 디트로이트, 파산선고 받기까지

    디트로이트는 한때 ‘모터 시티(Motor City)’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다. 미국 자동차 ‘빅3’였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생산 공장이 모두 디트로이트에 있었다.

    디트로이트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빅3의 위기와 함께 디트로이트도 무너졌다. 결국 2013년 7월 디트로이트는 185억달러(21조원)의 빚을 갚지 못해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는 동안에도 고임금과 과도한 복지에 길들여진 노조는 파업을 일으켰다. 특히 GM은 근로자들이 퇴직한 후에도 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협약을 노조와 맺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급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9년 GM의 파산 당시 이 비용을 지원받고 있던 퇴직자는 40만명으로 현직에 있는 근로자 18만명보다 많았다. 퇴직자를 포함해 노조원에게 주는 연금, 건강보험료 등은 한 해 70억달러(8조원)에 이르렀다.

    GM 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강성 노조를 견디지 못하고 생산 공장을 멕시코 북부의 살티요 지역 등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1975년 85만명이던 미국 내 GM 직원 수는 23만명까지 떨어졌다. 포드도 10만명에 달했던 직원 수가 2만명까지 줄었다.

    실업률이 상승하자 사람들은 디트로이트를 떠났다. 1950년대 180만명, 90년대 100만명으로 떨어진 인구는 디트로이트 파산 직전 70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공장과 인구가 줄자 세수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빅3도 구조조정, 보험금 삭감 등 체질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된 셈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의 GM공장./조선DB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의 GM공장./조선DB

    ◆ 자동차 공장 떠난 디트로이트... 인구 절반이 빈민층, 단수 조치까지

    디트로이트는 파산한지 17개월 만에 법원으로부터 파산졸업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한 곳으로 남아있다. 이미 자동차 회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부활했음에도 이로 인한 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는 파산 이후 시가지를 정비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산 이후 중산층들이 근교로 빠져나가며 도시가 빠르게 슬럼화됐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디트로이트 거주자 중 대졸 비율은 12.7%에 불과하다. 저소득층 비율은 39.3%로 14.5%인 미국 전체 평균의 2배 이상이다. 34만9170개의 주택 중 22.8%가 비었고, 재산세 미납으로 시에 압류된 빈집이 1만6000개다. 실업률도 14.3%에 달했다.

    최근에는 디트로이트 상하수도국이 수도요금을 연체한 2만3000가구에 대해 단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2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디트로이트 상하수도국은 지난 10년 동안 수도 요금을 120%나 올렸다. 디트로이트 수도 요금은 평균 75달러로 40달러인 미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2014년에도 디트로이트 상하수도국은 단계적으로 단수 조치를 시행해 유엔(UN)이 현장조사까지 나선 바 있다.


    지난 9월 30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9월 30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 “현대차의 도시 울산, 디트로이트 반면교사 삼아야”

    현대차의 도시 울산은 디트로이트에 종종 비교되고는 한다. 현재 디트로이트의 모습이 미래의 울산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1994년, 2009~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올해 들어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빚은 생산 차질은 14만2000여대, 3조1000억여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였다. 수출 차질을 빚은 차량 대수는 7만8000여대, 11억4000만달러(1조2800억원)다. 현대차 30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 규모는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이어지는 파업 때문에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추세다. 지난 5월에는 연간 생산 능력 40만대 규모의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면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이 848만대로 늘어났지만 국내 생산 비중은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11년 52.5%에서 2012년 49%로 떨어졌다. 해외 생산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이다. 이후 국내 생산비중은 2013년 45.7%, 2014년 44.8% 등으로 급속한 하락세다.

    현대차만 놓고 보면 이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2010년 48.9%에서 지난해 37.6%까지 떨어졌다. 2011년 46.4%, 2012년 43.2%, 2013년 39.1%, 2014년 37.9%였다.

    연례화된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국내 일자리를 앗아가는 심각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 결과 인구 감소 현상도 뚜렷하다. 조선업 부진도 영향을 끼쳤지만 울산의 인구는 지난 5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 120만640명을 정점으로 9개월째 줄어들었다.

    작년 한 해에는 울산으로 전입한 사람보다 외지로 빠져나간 사람이 더 많았다. 외지로 빠져나간 사람이 많아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2011년 순유입 인구는 1872명, 2012년 4006명, 2013년 2307명, 2014년 2786명이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세계 1위부터 3위까지 휩쓸었던 한국의 조선산업이 처한 작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며 “회사, 비정규직, 협력업체와의 상생은커녕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지금과 같은 투쟁 방식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디트로이트가 자율주행차 실험 도시로 부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