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시론] FTA, 더 많이 맺어야

Shawn Chase 2016. 10. 16. 14:23

입력 : 2004/03/12 18:15 | 수정 : 2004/03/12 18:15

칠레수출 10년후 2배 증대 … 결국 소비자에 큰 이득

김석한/美애킨검프 법률회사 매니징파트너

오랜 진통 끝에 마침내 한국이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한국 경제사에 대단히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 FTA 비준과 관련해 찬반 논쟁이 뜨거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이 한 걸음 전진하는 계기가 된 바람직한 결정이었다고 확신한다.

첫째, FTA는 세계적인 조류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른 주요 통상국가들에 비해 뒤처져 있었다. 멕시코는 3개 대륙에 걸쳐 총 32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이스라엘·칠레·요르단·싱가포르·호주·중미국가 등 8개 지역과 FTA를 맺었으며, 현재 모로코·태국·바레인·파나마·남부 아프리카 관세동맹(SACU) 등 5개 지역과 추가로 협의 중이다. 단순한 FTA 체결 건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현대 국제 무역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한·칠레 FTA는 남미와 극동아시아 사이에 최초로 체결된 FTA이다. 그런 만큼 한국이 칠레를 첫 FTA 상대국으로 정한 것은 경제적인 의미가 막대하다.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시장중심적인 경제를 추구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은 이번 협정 체결로 남미 시장에서 다른 아시아 경쟁국들을 압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둘째, 대부분의 국가들은 FTA를 체결해 커다란 경제적 혜택을 누렸다. 캐나다·칠레가 FTA를 체결한 지 4년이 지났을 때 양측의 무역 규모는 이전보다 33% 증가했다. 2000년 캐나다의 대(對)칠레 수출은 27.1% 증가했으며, 칠레의 대캐나다 수출은 37.1% 늘어났다. 미국과 요르단도 2001년 12월 FTA를 체결한 이후 양국 교역이 37%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지난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3개국 사이의 무역은 10년 만에 115%나 늘어났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칠레 사이에서도 무역증대 효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향후 10년 동안 한국의 대칠레 수출이 2배 늘어나 10억달러에 달하고, 칠레의 대한국 수출은 2억2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칠레 시장에서 자동차·텔레비전·휴대전화·가전제품·컴퓨터 모니터 등의 분야에서 일본 제조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FTA 체결의 영향으로 한국 업체들은 일본 업체보다 더 큰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은 농수산물·목재·종이 등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FTA로 수입품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들에게 큰 이득이 된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02년에 1인당 수산물 소비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 있어, 칠레로부터 다양한 어류를 싼 가격에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칠레 FTA는 한국의 국제 사회 지위를 향상시키고, 추가적인 FTA 체결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번 협정은 한국이 추구하는 FTA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으며, 한국은 적극적으로 FTA를 체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

앞으로도 FTA는 지속적으로 확산돼야 하며, 주요 통상 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FTA는 단순한 무역 증대뿐 아니라 투자와 경제 교류·협력을 동시에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한·美애킨검프 법률회사 매니징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