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탐사선 주노, 구름 속 주피터의 신비 파헤친다

Shawn Chase 2016. 6. 9. 22:00

박건형 기자


입력 : 2016.06.09 03:07

[내달 4일 목성 궤도 도착]

1년 8개월간 목성 37바퀴 돌며 대기·자기장·중력장 등 관측
목성 대기 수십억년전 상태 유지… 새로운 지식 얻어낼 것으로 기대

9m 길이의 3개 팔 이용한 첨단 태양광 발전 장치 갖춰
약한 태양광으로 동력 만들어

태양계에 있는 여덟 개의 행성(行星) 중 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행성에는 로마신화 속 신(神)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수성(水星)은 전령의 신 '머큐리', 화성(火星)은 전쟁의 신 '마르스' 같은 식이다. 가장 큰 행성인 목성(木星)은 로마신화의 주신(主神)인 '주피터'로 불린다. 다음 달 4일 태양계 행성들의 맏형인 목성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우주탐사선 '주노(Juno)'가 도착한다. 무려 11억달러(약 1조2700억원)가 투입된 도전이다.

가스로 만들어진 태양계 최초의 행성

주노는 2011년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뒤 5년간 30억㎞에 가까운 거리를 날았다. 현재 시속 26만4000㎞로 목성을 향해 가고 있다. 주노는 목성에 근접하면 역추진 로켓을 분사, 속도를 줄인 뒤 다음 달 4일 목성의 남극과 북극을 잇는 5000㎞ 상공의 궤도를 돌기 시작한다. 이어 1년8개월간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기간 주노는 목성 주위를 모두 37바퀴 돌며 대기와 자기장, 중력장 등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적외선·가시광선 카메라, 입자 분석기, 마이크로파 측정기, 플라스마 검출기, 오로라 관측기 등 최첨단 기기가 실려 있다.

목성탐사선 주노

NASA가 주노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것은 아직까지 목성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46억년 전 태양이 형성되고 남은 먼지와 가스 중 절반이 목성으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어 나머지 찌꺼기로 지구 등 행성·소행성·혜성 등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태양계 형성 초기에 목성과 같은 거대한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주노의 임무"라며 "목성의 대기는 수십억년 전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새로운 지식을 얻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주에 있는 행성은 지구·화성·금성 같은 '지구형 행성'과 목성·토성 같은 '목성형 행성'으로 나뉜다. 지구형 행성은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돼 있고 비교적 크기가 작다. 반면 목성형 행성은 크기가 크지만 가스가 많고 밀도가 낮다. 목성은 질량이 지구의 318배이지만, 부피는 1400배 이상으로 밀도가 지구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사상 최대 태양광 패널로 동력 얻어

주노는 여덟 번째 목성 탐사선이다. 1973년 NASA의 '파이오니어 10호'가 목성을 처음으로 근접 통과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후 2006년 9월 4일 목성을 통과한 '뉴호라이즌스'까지 모두 7대의 탐사선이 목성을 촬영하거나 조사했다.

주노에는 기존 탐사선에 쓰이지 않았던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발전(發電) 장치다. NASA는 주노에 길이 9m에 이르는 팔을 세 개 달았다. 세 팔 표면에는 태양전지 1만9000여개가 빼곡히 차 있다.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한 태양광 발전 패널(모듈)이다. 주노에 장착된 태양광 모듈의 에너지 전환 효율은 28%에 이른다. 현재 상용 태양광 모듈의 발전 효율이 1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뛰어난 기술인지 알 수 있다.

먼 거리를 가는 우주탐사선들은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은 쓸 수 없다. 연료 적재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도 사용하기 힘들다. 목성에 도달하는 햇빛은 지구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먼 거리를 가는 우주탐사선에는 대부분 원자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연료를 구하기 힘들고 주변 장비 보호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주노는 획기적인 성능의 태양전지로 지구보다 약한 태양광으로도 동력을 만들 수 있다.

목성의 거대한 가스 구름에서는 강력한 방사선과 자기장이 뿜어져 나온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주노의 탑재 장비들은 티타늄 보호막으로 꽁꽁 감싸져 있다. 티타늄 보호막의 무게만 해도 200㎏에 이른다. NASA가 이 탐사선에 '주노'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목성의 구름 때문이다. 로마신화에서 주피터의 부인인 여신 주노는 구름을 꿰뚫어보는 능력으로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잡아낸다. 과연 주노는 과학자들의 소망대로 목성의 신비를 꿰뚫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