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윤병세 외교장관, 쿠바에 '적극 스킨십'…"작지만 위대한 발자국"

Shawn Chase 2016. 6. 6. 22:19

달 착륙에 비유 관계진전 기대감

회담장에 양국 국기는 안 걸려

尹, 이민 95년만에 후손회관 방문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한국과 쿠바의 사상 첫 외교장관회담은 미수교국 만남 치고는 친근한 분위기와 이례적인 의전 속에 이뤄졌다.

그만큼 관계개선의 사전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는 뜻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의 회담은 현지 외교공관들이 모여있는 아바나 시내 ‘컨벤션 궁’에서 이뤄졌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된 회담시간은 2배가 넘는 75분간 진행됐다. 양국 외교장관은 ‘탁구공을 쳐 넘기듯(tit for tat)’ 여러 현안에 대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이 한국어로 말하면 스페인어로 통역되고, 스페인어로 말한 로드리게스 장관의 발언은 영어로 통역되는 방식이었다.

윤 장관은 쿠바의 혁명가이자 독립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연작시(詩) 중 하나인 ‘관타나메라’를 언급하며 아늑하고 포근한 쿠바의 정경이 인상 깊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곡이 붙여진 관타나메라는 쿠바의 가장 대중적인 노래로, 우리의 ‘아리랑’에 해당한다.

윤 장관은 회담에서 이번 쿠바 방문을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의 발언에도 비유했다. 그는 “개인에게는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발자국”이라며 양국 간 사상 첫 외교장관회담이 양국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회담에 배석했던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의 이런 언급에 쿠바 측이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쿠바 측은 윤 장관에게 신형 중형 벤츠(E200)를 제공하고 에스코트 차량도 별도로 붙여주며 예우했다. 미수교국임에도 최상의 의전을 제공했다고 외교부는 평가했다. 쿠바 측의 세심한 배려는 다소 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회담장에는 국가 간 회담에 있는 양국의 국기가 걸리지 않았다. 이번 회담의 의미를 필요이상으로 높이지 않겠다는 쿠바 측 의중이 드러난 대목이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회담에 ‘노타이’에 셔츠를 바지 밖으로 꺼내 입고 등장해 정장 차림의 윤 장관과 대조적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는 무더운 기후를 가진 쿠바 고유의 옷인 '구아야베라 셔츠'로 파악됐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해 5월 쿠바를 방문한 리수용 당시 외무상을 접견할 때도 같은 차림이었다.

윤 장관은 회담 뒤 아바나의 한인후손회관을 방문했다. 일제시대 이민한 한인 후손 1,119명은 이민 역사 95년 만에 한국 외교장관을 처음 맞아 환대했다. 안토니오 김(73) 한인후손회장은 독립운동에 힘썼던 고 임천택 선생 등 쿠바 한인 1세대의 활동을 설명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실 등을 안내했다. 김 회장은 “언젠가 국무총리나 대통령 등 한국의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한인의 자취를 함께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올해가 이민 95주년이고 5년 뒤 100주년을 맞는 이런 시기에 쿠바에 오게 돼 기쁘다”고 답했다. 한인후손회는 윤 장관에게 쿠바 명물인 '아바나 클럽' 럼주를 선물했고, 윤 장관 자개와 홍삼 등 특산품을 전달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우간다 방문에 대해 ‘매우 성공적인 방문’으로 평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국무부 고위인사는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 강화 측면에서 볼 때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환상적인 성과’ 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조영빈 기자ㆍ외교부 공동기자단(아바나)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