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 대만 역사상 최초 여성 총통 당선…'첩의 딸'에서 최초 여성 지도자로

Shawn Chase 2016. 1. 17. 01:37
  • 타이베이=이벌찬 기자  
  •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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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1.16 19:51 | 수정 : 2016.01.16 22:39

     

     

     

    105년 대만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통이 탄생했다.

    16일(이하 현지 시각) 진행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대선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60)의 당선이 확정됐다.

    2000년 첫 집권 8년 만에 국민당에 정권을 내줬던 민진당은 8년만에 다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차이 후보는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인수 인계 절차를 거쳐 오는 5월 20일 정식 제14대 총통으로 취임하게 된다.

     

     

    대만 뉴스전문 채널 TVBS는 이날 오후 9시쯤 1200만여 표를 개표한 결과 차이 후보가 56.16%를 얻어 집권 국민당 주리룬 (朱立倫·55) 후보(31%)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국민당은 앞서 득표차가 300만표 이상 벌어지자 개표 3시간 만인 오후 7시쯤 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주 후보자는 자신의 선거본부에서 아내 및 관계자들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 나서서 고개를 두 차례 숙이며 “죄송하다”를 반복했다.

    주 후보자는 “주리룬이 여러분을 실망하게 했다. 죄송하다. 국민당의 후보자로서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질 것”이라며 “지금 이 시각부터 당주석의 직위를 내놓겠다”고 했다.

    그는 차이 후보에게 “축하한다”며 “우리는 민주적인 선거의 결과를 존중해야 하고, 선거가 끝나면 하나의 대만과 대만에 대한 사랑만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차이 후보는 '소수민족·여성·미혼녀' 핸디캡을 안고 있는 소수자다. 차이 후보는 푸젠성 객가(客家·중국 한족의 일파로 대만 내 소수민족) 출신의 아버지와 원주민 파이완(排灣)족 출신의 친할머니의 혈통이다.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객가의 딸이 총통이 되게 해달라"고 한다. '첩의 딸'이기도 하다. 부동산·건설·호텔 사업가인 차이 후보의 아버지는 다섯 명의 첩을 두고 있었는데 차이 후보는 그중 장진펑(張金鳳)의 딸로 태어났다. 11명의 이복 형제자매 가운데 막내다. 결혼도 안 했다. 화장을 잘 하지 않고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다녀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으로부터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면전에서 받았다.

    차이 후보는 우연히 정치인이 됐다. 대만 최고 명문대인 대만 국립대 법대, 미국 코넬대 법학석사,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박사 학위를 딴 뒤 교수 생활을 하던 중 2000년 국민당 소속으로 처음 정계에 진출해 대륙위원회 주임을 맡았다. 2004년엔 민진당으로 옮겨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2006년에는 부총리가 됐고 2008년엔 최초의 여성 당 주석이 됐다.

    차이 후보는 여성 정치인 특유의 청렴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대만 정치권에선 승부사로 통한다. 2008년 대만 대선에서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대통령)이 부패로 낙마해 민진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는 주석직을 수락했다. 당시 정치 경험이 일천한 차이 후보가 주석이 된 데엔 "여성이고 미혼이라 부패 추문을 잠재우는 데 적합하다"는 당내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취임 후 3년간 당내 파벌 싸움을 잠재우고 9차례의 선거에서 국민당에 맞서 7차례 승리해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다. 2012년엔 대만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로 출마해 6%포인트 차이로 마잉주 총 통에게 석패해 당 주석직을 내려놨다가 2014년 93% 당내 지지율로 주석에 복귀했다.

    차이 후보는 지난 1일 영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내 롤모델"이라며 '대만판 메르켈'을 자처했다. 독일 경제를 회생시킨 메르켈처럼 '강인하지만, 포용력 있는 지도력'으로 1%대의 낮은 경제 성장률로 고전하는 대만을 되살리겠다는 뜻에서다.

     

     

     

    대만 첫 여성 총통, 당선 기자회견서 쯔위 사태 언급하며 "국기를 흔드는 것은 국민의 권리"


    입력 : 2016.01.16 22:20 | 수정 : 2016.01.16 22:24

     

     

     

    16일(이하 현지 시각) 대만 105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통으로 당선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60) 후보가 당선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논란이 됐던‘쯔위 사태’를 언급했다.

    '쯔위 논란'은 지난해 11월 한국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대만 출신 쯔위(본명 저우쯔위·17)가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國旗)를 흔드는 장면이 뒤늦게 알려져 중국에서 거센 비난을 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쯔위가 소속된 걸그룹 트와이스의 중국 내 활동이 중단됐다.

    차이 당선자는 이날 오후 8시 30분 타이베이시 중정구에 위치한 민진당사 앞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기자로부터 ‘쯔위 사태’와 관련, “국민이 자국의 국기를 흔드는 자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대만의 국가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차이 당선자는 “나라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며 “우리가 강해져야만 존중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부터 우리는 어디서든 국기를 마음껏 흔드는 것 또한 국민의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국의 국기를 흔드는 일은 국민은 물론, 해외 이웃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차이 당선자는 또한 패배한 국민당을 언급하며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집권을 하고서도 국민당 및 기타 정당과 국가 현안에 대해 협상하고 대화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양안 관계에 대해서 그는 “대만은 민주 국가로서 2300만 명의 대만 국민은 국가의 민주제도와 국가와의 일체감, 국제 사회에서의 위치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양안은 또한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동등하게 서로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앞서 차이 당선자는 이날 오전 대만 신베이시의 한 투표장에서 대선 및 총선 투표를 마친 뒤 가진 기자 인터뷰에서 "쯔위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겠다. 어제 모두 저우쯔위가 사과하는 영상을 보셨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국민 모두 마음이 아프고 심지어 매우 화가 났다. 중화민국(대만)의 국민이 국기를 들고서 국가와의 일체감을 얻는 것은 탄압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강압적으로 자신의 의사와 반대되는 일을 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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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 후보는 “쯔위 논란은 무척 엄중한 일이고 대만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한 일”이라며 “지금은 모두가 단결해서 일치된 태도로 국제사회에 ‘대만인은 국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전날 공식 JYP 유튜브 채널에 쯔 위의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서 쯔위는 중국어로 “중국은 하나 밖에 없으며, 해협양안(중국과 대만)이 하나며, 전 제가 중국인인 것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공식 사과했다.

    앞서 개표 3시간 만인 오후 7시 차이 후보의 60.5%를 넘어선 반면 집권당인 국민당 주리룬 후보의 득표율이 30%에 그치자 주 후보는 대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차이잉원, '안녕하세요' 한국말 인사에 고개 끄덕…'김치 질문'엔 엄지손가락


    입력 : 2016.01.16 20:21

    16일(현지 시각)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차이잉원(蔡英文·60) 민진당 후보가 한국 음식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차이 후보는 이날 오전 신베이(新北)시 융허(永和)구 쉬랑(秀朗)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안녕하세요"라는 한 기자의 한국말 인사에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그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 후보는 "김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하오츠(好吃·맛있어요)"라고 답했다.

    장즈하오(張志豪) 민진당 신문부 부주임은 "차이 후보가 간단한 한국말 인사를 알아들을 수 있다"며 "한쥐(韓劇·한국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