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민주당 文·李 지키기 法 강행, 이런 막장이 있나

Shawn Chase 2022. 4. 13. 20:26

조선일보

입력 2022.04.13 03:26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앞줄 오른쪽)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앞줄 왼쪽)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4.12/뉴스1

 

 

민주당이 12일 의총을 열고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정했다. 4시간여 의총 과정에서 반대하는 의원도 일부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박수를 치며 만장일치로 추인했다고 한다. 이 법안은 그간 검찰이 담당했던 부패, 경제, 공직자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빼앗는 내용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안의 국회 통과 후 시행 시점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수사권을 어느 기관으로 넘길지도 정하지 않고 당론을 확정해버렸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한 비리 수사를 일단 막고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6대 범죄 수사권을 경찰 또는 신설하려 했던 중대범죄수사청 등 어디에 이관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할지 저울질해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자 일단 검찰 수사부터 원천 봉쇄하는 법안으로 ‘대못’을 박기로 한 것이다.

경찰 출신 민주당 의원은 최근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이것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이들의 본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최근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울산 시장 선거 개입 등 현 정권 관련 의혹, 대장동 비리,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 이 전 지사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누구도 할 수 없게 막아버리고 싶은 속내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정권의 ‘우군’ 격이었던 민변도 논평을 내고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더라도 여러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변협은 “빈대가 밉다고 집에 불을 놓는 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대표는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정도로 국민적 명분과 공감이 있느냐”고 했다. 법무부 차관과 검찰총장으로 문 정권의 각종 불법 의혹에 ‘면죄부’를 주려 하던 김오수 총장까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고 있다.

임기를 거의 마친 집권당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겠다고 수사 기관의 수사권부터 빼앗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무소불위 독재자가 버티고 있는 후진국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이런 상상 초월 폭거를 묵인해왔던 건 바로 문 대통령이다. 나라를 5년간 이끌고 떠나갈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길은 ‘검수완박’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盧때 법무장관 천정배도 검수완박 비판... “다수당이라고 맘대로 하나”

입력 2022.04.13 14:59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이덕훈 기자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지난 5년 동안 뭘 하다가 지금 대통령 임기 1개월 남기고 졸속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천 전 장관은 13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를 통해 “다음달부터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데 국회 다수당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있기 때문에 부지하세월 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결국은 경찰에게 수사권이 갈 것 같은데 경찰이 갑자기 불과 3~4개월 뒤에 그 엄청난 권한을 이양받게 되는데 3개월 만에 새로운 수사준비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당장은 아마 수사의 무정부 상태 우려가 있고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정치적 중립이 되었느냐 권력남용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는 경찰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문제일텐데 그런 문제에 대한 논의나 대책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천 전 장관은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거 아닌가 걱정 많이 하고 있다”며 “정확히 말씀드리면 속도보다 내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권을 검찰에서 뺏는 거까지는 찬성이다. 수사권을 어떤 기관에서 누가 어떻게 행사하게 할 지 잘 정하고 그 수사기관이 정말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정치적 중립을 잘 지키고 스스로 권력화 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할 거 아닌가”라며 “그 부분에 대해 전혀 논의도 없고 민주당식으로 한다면 3개월 만에 경찰을 그렇게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천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었던 2005년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는 “어쨌든 검찰이 이번 기회에 거듭나야 한다. 여당인 민주당이 검수완박이라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자성부터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그동안 정권에 약했고 또 스스로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여러 가지를 마음대로 정하지 않았는가”라며 “저는 검찰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는다. 검찰이 그 점에 관해서 확실한 반성과 거듭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또 하나는 검찰이 그렇게 된 책임의 절반 이상은 정치권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권과 검찰의 유착을 끊을 수 있는 정치권력 쪽의 자성이 있어야 한다”며 “당장 민주당부터 이점에 관해서 좀 더 깊은 성찰이 있으면 좋겠고 앞으로 윤석열 정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점에 관해 우려가 크다”고 했다.

끝으로 “몇 년 전에 시작했다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잘 협력해서 해낼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이 없다보니 한달 뒤부터는 법률안 거부권을 가진 대통령인 윤 대통령과 민주당의 협력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민주당으로선 어려움이 있겠지만 과욕 부리지 말고 끈질기게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측과 협상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안 없이 검수완박 밀어붙이는 민주당, 시민 우려 경청하라

입력 : 2022.04.12 21:25 수정 : 2022.04.12 21:25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당론채택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나서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의원들이 치열한 토론 끝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당론을 표결 없이 추인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하게 되면 검찰은 공소 제기와 유지 등만 하게 된다. 검찰의 수사권을 덜어내는 쪽으로 검경의 수사권을 조정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 법안의 핵심은 검찰이 맡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를 다른 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법안은 어느 기관에 그 기능을 둘지는 정하지 않은 채 수사권을 검찰에서 빼내는 것만 다루고 있다. 한국형 FBI와 같은 수사기관을 만드는 일을 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6대 범죄의 수사는 경찰이 맡게 된다. 그런데 경찰이 이런 수사를 다 맡을 만큼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수사 공백을 가볍게 여겼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비대해질 경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대책도 없다. 민주당은 법 시행을 3개월 유예해 경찰에 대한 견제·감시 등의 통제 기능을 동시에 강화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경찰에 대한 사회적인 감시·견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찰 또한 비인권적 수사를 한 전례가 많다. 장기적으로도 경찰이 검찰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총에 앞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을 오는 5월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속전속결로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안은 형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시민의 일상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를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의총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정의당도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참여연대 역시 법안 속도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5월10일이면 야당이 되지만, 172석의 다수의석을 갖는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시민들은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안팎으로 경제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 안보 정세가 급변하고 산업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에 여당이 왜 검찰개혁에만 매달리는지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개혁의 정당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대안과 로드맵과 시민 동의가 필요하다. 진정 검찰을 시민에 복무시키고자 한다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진지한 반성도 없이 수사권만 갖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검찰의 집단행동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명분을 강화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