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미사일 맞고 엔진·기체 너덜너덜...귀환 성공한 러 ‘개구리발’ 공격기

Shawn Chase 2022. 3. 20. 14:57
입력 2022.03.20 13:36
 

우크라이나 공습중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돼 엔진과 기체(機體)가 크게 손상됐지만 귀환에 성공한 러시아 SU-25 공격기 영상이 공개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엔진과 기체 일부가 크게 부서지거나 찢긴 SU-25 공격기의 세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공개된 SU-25 공격기는 오른쪽 엔진이 내부 모습이 보일 정도로 불에 타고 부서진 상태였다. 기체 뒷부분 곳곳에도 구멍이 나 내부가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SU-25는 우크라이나에서 저공으로 러시아 지상군 지원작전을 펴던 중 우크라이나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 크게 손상됐지만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 등이 크게 파손된 채 귀환한 러시아 공군의 SU-25 대지 공격기. 우크라이나 공격 중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돼 크게 부서졌지만 귀환에 성공했다고 한다. /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이는 여느 전투기에 비해 ‘맷집’이 좋은 SU-25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U-25는 ‘러시아판 A-10′으로 불리는 대지 공격기다. ‘개구리발’(Frogfoot)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공중전보다는 폭격 등 지상군 지원 임무를 주로 맡고 있다. 임무 특성상 저공비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적 지대공미사일이나 대공포에 피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체를 방탄 능력이 뛰어난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특히 조종석 부분은 20mm 기관포나 30mm 고폭탄 공격을 견뎌낼 정도로 뛰어난 내탄성을 지녀 실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휴대용 대공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에 프레온 가스를 충전하기도 했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총 210대가 배치돼 6만여 소티(회)의 작전에 투입됐는데 모두 23대가 손실돼 비교적 낮은 손실율을 나타냈다.

북한 공군의 SU-25 대지 공격기. 30여대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통신

길이 15.53m, 폭 14.36m, 최고 속도 시속 975km이고 전투행동 반경은 750km다. 30mm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고 최대 4.4t의 각종 미사일·폭탄을 탑재한다. 1981년부터 실전배치됐고 북한도 30여대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U-25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의 ‘탱크 킬러’ A-10 공격기도 걸프전, 코소보전 등 여러 차례 실전에서 크게 손상된 상태에서도 귀환에 성공해 미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기체 상당 부분이 23㎜ 기관포 공격에도 견딜 수 있게 내탄 설계가 돼있는데 실전에선 57㎜ 대공포탄 4발을 맞고도 무사 귀환한 적이 있다. 보통 전투기들은 57㎜ 대공포탄을 1발이라도 맞으면 격추되기 쉽다.

근접항공지원 작전 중 적 대공화기 공격에 엔진이 크게 파손됐지만 귀환에 성공한 미 공군 '탱크 킬러' A-10 공격기./미 공군

전투기 기체가 크게 손상됐지만 귀환에 성공한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1983년 이스라엘 공군 F-15 전투기가 꼽힌다. 당시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상공에서 이스라엘 F-15는 A-4 공격기와 모의 공중전 훈련을 벌이다 공중 충돌했다. A-4는 공중 폭발했고 F-15도 한동안 비행능력을 잃은 채 빙글빙글 돌았다. 가까스로 자세를 회복한 F-15 전투기 조종사는 탈출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채 10여㎞ 떨어진 기지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다.

착륙한 뒤 조종사는 자신의 전투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전투기 오른쪽 날개가 완전히 잘려 나가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내가 보지 못했으니 망정이지 한쪽 날개가 아예 없어진 걸 알아 차렸다면 바로 탈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983년 비행훈련중 공중 충돌로 오른쪽 날개가 완전히 잘려 나갔지만 기적적으로 착륙에 성공한 이스라엘 공군 F-15 전투기. 항공역학적으로는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평가돼 항공기 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스라엘 공군

당시 F-15 제조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항공 역학상 전투기 한쪽 날개가 완전히 없어진 상태에선 100%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F-15 조종사의 뛰어난 기량에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한쪽 날개가 완전히 잘렸던 F-15는 대규모 수리를 거친 뒤 다시 현역에 복귀, 1985년 실전에서 시리아 전투기 1대를 격추했다. 1982년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 시리아 전투기 4대를 격추했던 데 이어 실전 기록을 추가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