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큼 다가온 ‘전기車 시대’...일자리 수십만개 소멸 ‘폭풍전야’

Shawn Chase 2021. 10. 25. 22:39

블룸버그, 일본 시즈오카·미국 디트로이트 부품업계 불안 조명

이용성 기자

입력 2021.10.25 15:32

 

각각 일본과 미국 자동차 부품산업 중심지인 시즈오카현과 디트로이트시 일대가 몰려오는 전기자동차 ‘폭풍’으로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주요 부품들로 구현한 자동차의 모습. /트위터 캡처

블룸버그는 전기차에는 필요하지 않은 내연기관 기반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시즈오카와 디트로이트 등지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전기차 시대에 살아남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가솔린이나 디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가 부품이 훨씬 적은 전기차로 바뀌면 기존 자동차 부품 업체는 새로운 부품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기차에는 엔진 실린더와 연료 공급·분사·점화장치는 물론 머플러 등 배기가스 관련 장치 등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 부품들이 필요 없게 된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생산뿐만 아니라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업계 등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대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시즈오카에서 자동차 조립·검사용 장비 기업을 운영하는 스즈키 마사카츠는 블룸버그에 “전기차에 필요한 건 배터리, 운전대, 의자, 바퀴가 전부”라며 “어떤 조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연료분사장치에 연료를 공급하는 부품을 단조공정으로 만드는 ‘트렌턴 단조’의 데인 목슬로 부사장은 “이 부품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걱정스럽지만 대비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가 직면한 현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 중 하나인 교통·운송 분야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했다. 혼다자동차는 204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협력업체들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도요타 자동차도 2025년까지 15개 차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면서 새 EV 브랜드인 ‘도요타 비지’(TOYOTA bZ) 출시 계획을 내놨다.

 

미국도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 이후에는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탄소 저배출 자동차의 미국·유럽 판매 비중을 70%로 높일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영컨설팅업체 아서 D. 리틀은 일본에서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체제로 전면 개편될 경우 자동차 산업 전체 일자리의 약 10%에 해당하는 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미국에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현재 전체 판매량의 1% 정도에서 50%로 높아질 경우 7만5000여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전에 없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현상 유지에 급급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미래에 대비할 여유가 없다.

미국 미시간주 밀퍼드에서 40여 년째 트랜스미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퀄리티 스틸 프로덕트’의 조지프 슈웨그먼 사장은 블룸버그에 “펜치 같은 공구나 다른 부품 생산을 모색하고 있다”며 “더 적극적으로 다른 기회를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시어도어 디윗 매사추세츠주립대 보스턴 캠퍼스 교수는 전기차 전환을 20세기 초 미국에서 증기가 전기로 대체되면서 공장에서 증기엔진이 사라지고 전에는 없던 전기공이라는 직업이 생겨나던 때에 비유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기만 하고 다른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그런 산업 변혁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없던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