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엽 입력 2020.11.08. 08:02
전무한 45% 지지율에도 집권여당·정부조직 내 곳곳서 불협화음 표면화돼
사진=청와대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지도력 상실현상인 ‘레임덕(lame duck)’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시작됐다는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급격한 실권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문재인 청와대는 고고하기만 해 추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레임덕의 시작이란 풀이를 내놓는 이들은 아직 야권 인사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권력누수가 ‘지지율 하락’과 ‘이반(離反)세력의 등장’이라는 통상적인 형태를 동반하진 않지만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고 보고 있었다. 정부조직과 집권여당 간 마찰이 가시화되고, 대통령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통령 임기를 17개월여 남겨둔 지금, 여전히 45% 전후의 전무한 국민적 지지를 얻고는 있지만, 정부·여당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관측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3일 폭탄선언에 가까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표명 사건이 거론된다.
당시 홍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첫 질의의 답변 대신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을 했다”고 말해 증권양도세 부과기준 변경 등 문 정부의 금융·경제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예고됐던 회의를 본인의 거취문제를 핵심으로 한 정쟁의 장으로 바꿔버렸다.
이후 청와대를 통해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재신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사태는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선 논의과정에서 홍 부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공공연한 의견충돌이 벌어졌음이 알려진데다, 결과적으로 정책기조와 계획이 ‘여론’이란 명분을 앞세운 당리당략에 ‘후퇴’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한 묵인,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국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국토부와 김현미 국토부장관에 대한 유임, 교육현장과 수험생, 학부모 불만의 불안을 일소하지 못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방임 등도 레임덕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논란을 일소하고 교통정리에 나서기는커녕 관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치권, 특히 여당의 개입으로 의견이 번번이 묵살되고 알맹이가 빠지면서 관료사회에서 무력감을 넘어 회의감을 토로하는 일이 공공연해진 분위기도 이 같은 평가에 한몫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정치인이 아닌 이들에게 청와대와 여당이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행태를 보인 게 1~2번이 아니다. ‘패싱’논란의 김동연 전 부총리나,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랬고, ‘미담 제조기’ 최재형 감사원장이 그러했다”며 “다른 목소리에 귀를 막는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계속되는 제2, 제3의 홍 부총리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다 직접적으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생활과 밀접한 부동산 정책, 안전에 관련된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검찰과 추미애 장관의 갈등에 손을 놓고 있다. 불공정에 대한 문제에도 수수방관하며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고 있다”고 꼽으며 “문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나아가 배 의원은 “솔직히 공직자를 평가할 때 업적을 평가하게 되는데, 임기 말로 가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대표적 업적으로 꼽는 남북·한미 관계 개선조차도 지금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이밖에 기억에 남는 공적이나 성과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홍 부총리의 사임은 사실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사회적·정치적 갈등과 문제에 팔짱끼고 뒤에 숨었다. 권한은 안 주고 책임만 지라고 하는데 당연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어느 순간을 계기로 누적된 문제들이 터져 나와 와르르 무너지는 현상이 머잖아 벌이질 것”이라고 문재인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를 예단하기도 했다.
한편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것은 ‘레임덕이 왔다. 그러니 정권교체 될 것이다’이라는 야권의 희망사항이자 주장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 사표소동과 관련해서도 “사의표명이 공식화하자 즉각적으로 재신임 의사를 밝히고 힘을 실어주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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