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아이언맨도 이순신에겐 안됩니다"

Shawn Chase 2015. 11. 20. 22:27
  • 권승준 기자


  •  

    입력 : 2015.11.20 00:41

    [19일 한국어판 출간, 美 그래픽노블 '이순신' 작가 온리 콤판]

    드라마 '불멸의…'으로 처음 접해… 민족 위해 헌신한 이순신에 끌려
    "23번 전투 全勝한 그의 업적, 美 독자들 '소설 이야기'라네요"

    만화 ‘이순신’의 작가 온리 콤판은 “함께 작업하는 동료뿐 아니라 한국의 이순신 연구자 등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화 ‘이순신’의 작가 온리 콤판은 “함께 작업하는 동료뿐 아니라 한국의 이순신 연구자 등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이순신은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과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영웅입니다. 무엇보다 실존 인물이잖아요."

    벽안(碧眼)의 미국인 만화가 입에서 충무공 이순신 찬가가 술술 흘러나왔다. "적은 압도적이고, 아군은 지리멸렬하죠. 웬만한 장군이라면 아침에 눈 뜨는 것조차 두려웠을 상황에서 그는 차분하게 승리의 전략을 구상하고 하나하나 실천에 옮깁니다. 이순신 장군이 23회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려주면 미국 독자들은 '소설 이야기냐'고 해요.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남긴 거죠."

    이 만화가, 온리 콤판(32)은 이순신의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작품으로 옮겼다. 미국에서 4만5000여 권이 팔려나간 그의 만화 '이순신'의 1부 '전사 그리고 수호자'가 19일 한국어판으로 발매됐다. 발매에 맞춰 한국을 찾은 작가를 18일 만났다. 그는 "이순신의 후예인 한국인들의 도움 덕분에 책이 나올 수 있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순신'은 작년 한국 출판이 한 차례 무산됐다. 온리 콤판은 "그 출판사에서 만화의 성적·폭력적인 묘사가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후원금 모금 사이트를 통해 직접 한국 독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했다. "제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이순신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1%도 없습니다. 그는 전쟁 영웅입니다. 그의 영웅담을 그리면서 피 냄새를 뺄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후원금 2만5000달러(약 2900만원)가 모였다. 여기에 다른 출판사가 적극 나서면서 한국어판이 나올 수 있었다. 한국 웹툰 사이트 '빅툰'에도 연재된다. 한국 독자들의 성원에 보답하려고 한국어판 인세의 일부를 공익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온리 콤판은 "이순신의 갑옷이나 칼, 닌자와의 격투 장면 등 몇몇 고증이 역사와 다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미국에서 일본과 맞서 싸우는 만화를 그리려면 어쩔 수 없이 각색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편집자는 '반드시 닌자와 싸우는 장면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죠. 그래도 전투나 중요한 사건은 최대한 역사에 충실하게 그렸습니다."

    시카고 출신인 온리 콤판은 어릴 때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6년 미국 위성TV에서 방송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이순신을 처음 접했다. "제가 유대인이에요. 유대인의 역사를 보면 서 박해받는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영웅들이 드물어요. 그래서 이순신에게 더 끌린 것 같습니다."

    만화 '이순신'은 총 3부작으로 기획됐다. 미국에선 2부가 한창 연재 중이다. 3부작을 완결하고 나면 이순신의 유년기를 그릴 계획이다. "이순신을 이해하려면 그가 어떻게 위대한 영웅이 될 수 있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의 삶 전부를 전 세계에 전달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