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0.08.26 03:22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전·월세가 인상 상한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세입자 동의 없이는 임대료를 전혀 올릴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전·월세 동결법이다. 정부·여당도 이런 법을 만들려고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법안 심사를 하지도 않고 속전속결로 마구 처리하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서 대체토론, 소위원회 회부·심사, 법조문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2시간 만에 일방 처리되고 다음 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법안 상정에서 시행까지 48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해 당사자 간 형평성을 심하게 잃고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큰 부실 법안이 날림으로 처리된 것이다.
늘 그렇듯이 민주당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임대료는 임대인·임차인이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보완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새로 전·월세 계약을 맺을 땐 집주인이 '4년간 동결'을 전제로 임대료를 대폭 올려받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법이 1989년 시행됐을 때 서울의 전세금이 한 해 24%나 폭등했었다. 세입자를 돕겠다는 법이 도리어 세입자 부담을 키우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주택임대차법만이 아니다. 엄청난 파급력을 품은 채 국회에서 대기 중인 폭탄 법안도 수두룩하다. 한 달만 일해도 퇴직금을 주도록 강제하는 법안은 중소기업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근로자 채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 대출금리 상한을 연 10%로 제한하는 법은 수많은 신용 취약 계층을 불법 사금융의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경영권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 '기업규제 3법'은 기업의 심각한 우려 속에서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190석의 무소불위 힘을 휘두르는 거여(巨與)가 폭주를 계속하면 충돌과 탈선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5/20200825050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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