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자동차 왕국 위상 흔들리자…日정부 "혼다·닛산 합병을"

Shawn Chase 2020. 8. 18. 00:45

 

FT "지난해 말에 추진했지만
양사 반발·코로나에 흐지부지"
합병론 언제든 재부상할 수도

  • 안두원 기자
  • 입력 : 2020.08.17 18:03:15   수정 : 2020.08.17 18:43:23

일본 정부가 `자동차 챔피언`을 만들고자 닛산과 혼다 간 합병을 적극 추진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3명 말을 인용해 "지난해 말 일본 정부가 양사에 `일본 자동차 챔피언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혼다와 닛산이 합병 계획을 즉각 거부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쳐 이 사안은 흐지부지됐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일본 차 산업의 우위가 사라지고 있다는 공포가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합병안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닛산·르노 동맹을 살리지 못하면 자동차 산업을 도요타와 혼다라는 양강 체제로 재편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합병론은 아베 신조 정권에 있는 보호주의자 참모가 꺼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닛산·르노 동맹이 2018년 카를로스 곤 회장 체포 이후 완전히 망가져서 결국에는 붕괴될 것이고 일본 차 산업 전체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왔다"고 지적했다.

혼다와 닛산 간 합병론은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 이 계획이 다시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닛산자동차는 올 2분기 2855억엔(약 3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작년 말 대비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가 혼다에 자금을 지원하면 닛산을 인수할 수 있다는 시장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FT는 전 세계 차 산업이 진작부터 비용 증가와 기술 개발 때문에 몸집을 키워야 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며 푸조와 피아트 간 합병, 포드와 폭스바겐 간 동맹 체결을 그 예로 들었다. 또 FT는 정부 주도의 합병안이 거절된 이유로 닛산·르노·미쓰비시 간 지분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자칫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 닛산과 혼다가 합병을 통해 얻을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고 사업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다른 점, 양사가 향후 개발에 중점을 두는 분야도 상이한 점을 거론했다.

전직 닛산 임원은 "닛산과 혼다 간 합병론은 오직 차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그럴 듯하다"고 지적했다. 닛산이 외국 자본에 휘둘리다가 이런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혼다가 인수하는 게 낫다는 시각도 있다.

[안두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