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행

[해외 트레킹ㅣ시미엔국립공원] ‘검은 대륙의 푸른 지붕’ 비를 뚫고 가다

Shawn Chase 2020. 3. 12. 20:37


  • 글·사진 정성호
  • 입력 2020.03.11 17:16

    비수기인 우기에만 녹음 우거져…에티오피아 최고봉 라스 다셴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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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이멧고고의 절벽을 타고 흐르는 작은 폭포.
    에티오피아 곤다르 지역 북쪽에 자리한 시미엔국립공원은 웅장하고 광활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고산지대라 ‘아프리카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톱니 모양의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 비고 1,500m에 달하는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에티오피아 늑대, 왈리아 아이벡스Walia ibex(염소의 일종)등 희귀 동물도 살고 있다.
    국립공원 내 최고봉은 라스 다셴Ras Dashen(4,550m).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 어로는 라스 데젠Ras Dejen이라고도 하며, 에티오피아 지리정보원에 따르면 ‘황제 앞에서 싸우는 장군’이란 뜻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 최고봉이기도 하다.
    시미엔국립공원 트레킹은 건기인 12~3월이 적기다. 6~9월은 대우기다. 트레킹을 막진 않지만, 비가 워낙 많이 내려 대부분 기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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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어난 강을 건너는 염소떼와 목동들.
    하필이면 남아공에서 시작한 아프리카대륙 상행 종단 여행 중 에티오피아에 들렀을 때가 바로 이 우기였다. 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바로 이집트로 갈 생각을 하다가 언제 다시 아프리카에 올 수 있을까 싶어서 트레킹을 강행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새벽 5시 버스를 타고 곤다르로 향했다. 중간에 버스가 고장 나서 한참 기다리다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곤다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주한 시미엔국립공원은 놀랍게도 온통 녹색이었다. 인터넷으로 봤을 땐 황토 빛깔의 건조한 대지였다. 알고 보니 알려진 사진들은 대부분 여행 적기인 건기에 촬영한 것들이라고 했다. 녹색 시미엔은 우기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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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스아바바의 껌팔이 소년.
    트레킹 첫 인상은 ‘지독한 가난’ 
    곤다르는 1632년부터 1855년까지 에티오피아의 수도였다고 한다.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지독한 가난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열흘 일정의 트레킹 동안 사용할 식량을 사러 시내로 갔지만, 살 만한 것들이 마땅치 않았다. 어느 정도 이를 예상하고 케냐 나이로비 한인 마트에서 식량을 넉넉히 구비해 둬서 다행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트레킹 기점인 데바르크Debark로 가기 위해 터미널로 갔다. 데바르크로 가는 차는 작은 봉고차였다.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한 열에 4명씩 끼여 타고, 짐은 지붕 위에 한데 모아 가득 싣고서 출발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데바르크에 도착할 때쯤 가늘어지기 시작했고, 차에서 내릴 땐 완전히 해가 났다. 대우기라고 해서 비가 하루 종일 오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에 굵고 짧게, 여러 번 비가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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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나라’라는 별명답게 곳곳에서 커피 세리모니를 즐길 수 있다. 이들에게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단순한 식음을 넘어 하나의 의식이다.
    차에서 내려 먼저 시미엔국립공원 사무소로 향했다. 데바르크에서 출발해 동쪽에 솟아 있는 라스 다셴에 오른 후, 북쪽 아디 아르카이Adi Arkay로 내려오는 말굽 모양의 종주 일정으로 입산 신고서를 작성했다. 예상 기간은 여유 있게 9일로 잡고 의무인 스카우트도 고용했다. 스카우트의 이름은 비셋, 그러나 그는 영어를 하지 못했고, 나는 암하라 어를 하지 못해 동행 내내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보통은 데바르크에서 15km 떨어진 뷰잇트 라스Buyit Ras까지 차량을 이용하지만 시미엔의 모든 풍광을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고 싶어 걷기로 했다. 비포장도로에는 양과 염소, 소들의 분뇨와 흙, 비가 한데 섞여 난장판이었다. 비수기에 흔치 않은 외국인의 등장인지라 동네 아이들은 “Hello, Money, Pen”을 외치며 졸졸 뒤따라오곤 했다.
    마을을 몇 개 지난 뒤에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아프리카의 지붕이라는 별명답게 높은 산들과 드넓은 고원들이 펼쳐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몇몇 산들은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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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의 주식 인젤라.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새끼손가락만큼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비셋의 인도에 따라 마침 나타난 주민의 집으로 잠시 몸을 피했다. 시미엔 사람들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겉에 흙을 발라 집을 만들었다. 집 안에는 나무로 불을 지펴 밥을 하는 주방과 양이나 말을 기르는 축사, 침실이 거의 구분 없이 한데 만들어져 있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집을 보고 있던 꼬마 숙녀가 피워 준 모닥불에서 몸을 녹였다. 한 시간쯤 지나 비가 그치자 다음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할 요량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 나머지 그만 거리에 쌓인 당나귀 분뇨 더미를 밟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손은 대충 물로 닦아냈지만 바지는 돌이킬 수 없었다. 결국 그 상태로 뷰잇트 라스까지 걸어가서야 더러워진 옷을 버리고 새 바지를 갈아 입은 채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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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바르크의 해맑은 소녀들.
    ‘라이온 킹’에 나온 개코원숭이, 바분
    새벽 내내 몸이 간지러웠다. 별다른 방법이 없어 그냥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등을 보니 기겁할 정도로 빈대에 심각하게 뜯겨 있었다. 빈대에 물리면 입던 옷을 다 세탁하고, 씻고, 일광건조 해야 하지만 우기의 산중에서는 모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롯지 여주인이 지난밤에 분명 숙박비로 120비르(약 5,000원)를 달라고 했는데 자고 나자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250비르(약 1만 원)를 요구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못마땅해 무시하고 나가려 하니 분위기가 굉장히 험악해져 결국 250비르를 치르고 출발했다.
    잔뜩 기분을 구긴 채 출발했지만 등산로에 발을 한 걸음씩 내딛을수록 찬란한 초록빛 대자연의 향연에 마음이 풀어졌다. 연신 감탄이 이어졌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둘러싸인 넓은 고원은 숲으로 덮여 있거나 조그만 부락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산카베르Sankaber를 지나 시미엔의 명물인 진바폭포에 닿았다. 낙차가 무려 500m에 달하며 시미엔에서 가장 큰 폭포라는데 구름이 짙어져 전체 모습을 감상하긴 어려웠다. 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은 구름이 걷히기를 계속 기다렸지만, 우리는 걸어서 가야 하므로 더 지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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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비코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강물의 수위가 높아져 현지인들이 뮬라를 밀고 당기며 도강하고 있다.
    트레킹 내내 비셋의 뒤를 따라 걸었다. 배고파지면 그는 인젤라(‘테프Teff’라는 쌀보다 작은 곡식을 발효해 만든 얇은 빈대떡 모양의 음식)를, 나는 빵을 먹었다. 몇 번 인젤라를 먹어 보았지만 씁쓸한 맛이 심해 먹기 힘들었다.
    조금 더 걷다가 시미엔의 두 번째 명물인 겔라다 개코원숭이(현지인들은 ‘바분’이라고 부른다)를 만날 수 있었다. 육식을 즐겨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맹수다. 다행히 서로의 이를 잡아 주느라 정신이 팔려 우리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만화영화 ‘라이온 킹’의 주술사 개코원숭이 라피키를 만난 것 같아 무척이나 반가웠다.
    목적지인 기치Gich에 도착하자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버렸다. 막상 롯지 침대에 누울 생각을 하니 간밤에 빈대가 생각나 엄두가 안 났다.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자려니 비셋과 주인이 한 목소리로 “밤에는 비가 와서 춥고, 바분이 공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롯지 안 한쪽 구석에 텐트를 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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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지인을 신기해하는 치로레바의 아이들.
    360° 전망 탁월한 이멧 고고
    시미엔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멧 고고Imet Gogo(3,926m)를 오르는 날이다. 360° 전망이 막힘없이 펼쳐져 시미엔국립공원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이멧 고고 양 옆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깊은 낭떠러지다. 산세가 너무나 웅장하고 광활해 압도당할 지경이었다.
    에나티Enati로 향하는 오르막을 이어갔다. 올라갈수록 솟구쳐 오른 봉우리들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인터넷에서 본 바싹 마른 시미엔보다 우기의 시미엔이 훨씬 좋았다. 물론 연거푸 퍼붓는 폭우를 감당해야 한다.
    에나티를 지나 목적지인 체넥Chennek에 도착했다. 한산했던 그간의 롯지와는 다르게 이곳은 등산객들과 가이드, 스카우트, 요리사들로 붐볐다. 차를 타고 시미엔국립공원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여전히 빈대가 두려워 다시 롯지 한편에 텐트를 치고 잤다.
    체넥에서 나오자마자 오르막의 시작이었다. 저 멀리 산의 정상부를 가리키며 비셋은 왈리아 아이벡스가 있다며 보라고 했다. 비셋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손톱만큼 작게 보이지만 멋진 뿔을 자랑하며 서있는 왈리아 아이벡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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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미엔의 명물인 낙차가 500m에 달하는 진바폭포.
    비셋을 따라 산기슭을 빙 둘러 가는 등산로를 무시하고 최단거리로 가로질러 올랐다. 바위를 넘고 넘은 끝에 시미엔국립공원에서 두 번째로 높은 라스 브와힛Ras Bwahit(4,430m)에 오를 수 있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하고 나선 곧장 내리막을 내달려 큰 마을인 치로레바Chiro Leba에 닿았다. 어김없이 아이들은 ‘차이나, 펜, 머니’를 외치며 쫓아왔다. 에티오피아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영어가 펜과 머니라고 할 정도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음료수를 하나 구입해 마시면서 쉬려 했으나 낯선 이방인을 구경하려는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해 이내 길을 나서야 했다. 강을 건너야 갈 수 있는 암비코Ambiko가 목적지다.
    트레킹 첫날부터 비셋은 라스 다셴까지 갈 수 없다고 했었다. 우기에는 암비코로 가려면 건너야 하는 강의 수위가 깊어져 위험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러면 애초에 출발 전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못 간다고 했으면 됐을 걸 비용을 전부 지불하고 산에 오고 나서야 그러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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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중 비를 피하기 위해 들른 민가에서 한 소녀가 따스한 불을 내어줬다.
    일단 비셋을 달래고 달래서 강까지 가서 상황을 보자고 한 뒤 트레킹을 진행했다. 도착해 보니 다행히 강물은 깊지 않았다. 비셋이 나를 보며 웃었다. 건너가자는 의미다. 강을 건넌 뒤 그를 안고 연신 고맙다고 얘기하자 그는 말없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암비코에는 롯지가 따로 없어 현지의 한 부부의 집에 머물렀다. 남편의 이름은 하울투, 아내는 타자였고 자그마한 아기 한 명을 키우고 있었다. 이 집도 축사와 주방이 연결돼 있고, 바닥은 짚과 나뭇잎, 흙으로 너저분했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니 두 부부가 신기한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먹는 모습을 계속 쳐다봤다. 한 입 먹어보라고 줬더니 맛있다고 했지만 더 먹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한참 뒤에 하울투가 슬그머니 와서 라면 하나 주고 갈 수 없는지 묻기에 웃으며 기꺼운 마음으로 하나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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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잡고 있는 개코원숭이, 바분.
    폭우로 인해 라스 다셴 등정 후 원점회귀
    불길한 예감은 꼭 맞는다. 집안이 협소해 텐트를 치지 못하고 내어준 긴 의자 위에 몸을 눕힐 때 빈대가 걱정됐다. 역시나 밤새 깨물어대는 빈대에 시달려야 했다. 첫날과는 다르게 간지러워 잠을 잘 수 없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지만 막상 시달려보니 초가삼간을 태워서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간신히 희미하게 잠이 들려고 할 때 비셋이 출발하자며 깨웠다. 시간은 새벽 5시 30분.
    오늘은 라스 다셴을 올랐다가 다시 되짚어 내려올 예정이었기에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출발했다. 비에 젖어 가파른 오르막을 조심조심 정성을 들여 걸었다. 길 양옆으로는 깊은 산중인데도 집도 많고 농작물들도 많았다.
    고도를 높이자 로벨리아 밭이 시작됐다. 아쉽게도 출발할 때만 해도 화창했던 날씨가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상부에 근접하자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구름에 둘러싸이게 됐다.
    정상부 마지막은 가파른 암릉이라 암벽등반하듯 두 손 두 발을 다 사용해 올라야 했다. 10분가량 엉금엉금 등반하고 나자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정상이다. 작은 정상석이 반겨 주지만 안타깝게도 구름으로 인해 주변 풍광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혹시나 구름이 걷힐지 기다려볼까 했지만 고산의 추위에 못 이겨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에 비셋은 트레킹 일주 종착지인 아디 아르카이로 가지 말고 다시 되짚어 치로 레바로 돌아가서 버스를 타고 그만 트레킹을 끝내자고 했다. 더 이상 폭우를 맞으며 트레킹을 강행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스 다셴에도 올랐고, 빈대와 비에 더 시달리기도 싫어서 일순 솔깃했지만 그래도 완주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 더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비셋은 단호했다. 안전을 책임지는 스카우트의 의견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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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미엔국립공원 내를 오가는 공사 트럭에 현지인들이 잔뜩 탑승해 있다.
    결국 하산을 마치고 다시 하울투와 타자의 집에서 묵고 돌아가기로 했다. 이들은 예정에 없던 우리의 갑작스런 귀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너무나 빈곤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배낭과 차비만 빼고 전부 주었다. 아기를 씻길 비누가 없다는 타자에게 하필 세면도구를 챙기지 않아 아무것도 줄 수 없었던 점이 지금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자고 일어나 돌아가는 길, 이틀 전 건넜을 때는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던 강이 이젠 깊은 곳은 허리까지 빠질 정도로 깊어졌다. 비셋의 경고가 맞았던 셈이다. 배웅을 나온 하울투가 적극 나서 강을 건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정이 들대로 든 하울투와 석별의 정을 더 나누고 싶었지만 치로 레바에서 데바르크로 가는 버스가 언제 출발할지 몰라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서둘러 치로 레바에 도착했지만 버스는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 다행히 공사 트럭이 자주 왕래하고 있어 이 트럭을 얻어 타고 데바르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시미엔국립공원 트레킹을 다시금 되돌아 봤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자연, 그러나 그런 자연에 깃들어 사는 인간들의 삶은 너무나 고단하고 척박했다. 아름다운 산만큼이나 그들의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하며 등산화 끈을 풀었다. 
    시미엔국립공원 우기 트레킹 Tip
    1 우기에는 트레킹 도중 들르는 마을의 식당과 슈퍼가 문을 열지 않아 곤다르나 데바르크에서 미리 식량을 준비해 가야 한다.
    2 이소가스를 구입할 곳이 없다.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기름 스토브를 빌릴 수 있으나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민가에서 주방을 빌릴 수 있지만 물을 펄펄 끓일 정도로 제대로 된 화덕과 장작을 갖춘 곳이 몇 없다.
    3 코스에 따라 가격과 소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데바르크~라스 다셴~아디 아르카이 일주는 거리 상 빠르면 7일, 늦어도 9일이면 될 것 같지만 10일치의 입장료와 고용비를 받는다.
    4 데바르크 시미엔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요리사, 가이드, 스카우트, 마부와 뮬라를 모두 고용할 수 있다. 이 중 스카우트 고용만이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