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IF] 물 위에서 길 찾던 인류, 이젠 물밑경쟁… 깊은 바다의 왕자는 일본

Shawn Chase 2015. 11. 1. 00:10
박건형 기자

 

입력 : 2015.10.31 03:00 | 수정 : 2015.10.31 09:20

빛 없는 深海에선 스스로 빛이 되어…
자체 發光… 대부분 눈은 퇴화, 길이 40~50m 대왕관해파리 등 크기, 바다 괴물처럼 비정상적

40억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은 어디에서 왔을까.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생명의 탄생지로 바다를 지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생겨난 단세포생물이 진화해 다세포생물이 됐고 어느 순간 육지로 올라왔다는 것이 생명 진화의 토대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했으며 바다 어느 곳에서 시작됐을까. 이 질문에 유력한 답을 준 것이 최근의 심해 탐사이다. 바다의 바닥까지 내려간 심해잠수정들은 수없이 많은 '열수(熱水) 분출공'을 찾아냈다. 해저의 마그마로 데워진 따뜻한 물이 솟아 나오는 열수 분출공에서는 메탄이나 암모니아가 풍부하다. 메탄과 암모니아가 복잡한 작용을 거치면 아미노산이 되는데 이 아미노산이 길게 이어지면 생명의 근원인 단백질이 된다. 일본 과학자들은 열수 분출공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한 결과 단백질이 만들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생명이 탄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빛을 내고, 비정상적으로 커진 생물들

심해의 생물은 종류는 다양하지만, 밀도는 아주 낮다. 일반적으로 해수면에 가까운 곳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고, 이를 동물성 플랑크톤과 물고기가 먹는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는 이런 먹이사슬이 유지되기 힘들다. 영양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생물종이 번성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심해 생물들은 진화를 거치며 지구상 생물이 아닌 것 같은 괴기한 모습이 많다.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발광(生物發光)'이다. 심해생물이 빛을 내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멸치의 일종인 앨퉁이는 천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환한 빛을 발산한다. 자신의 몸집보다 큰 빛을 내기 때문에 위협적으로 보인다. 아귀 종류는 머리 앞쪽에 마치 낚싯대의 찌와 같은 발광체를 갖고 있다. 이를 보고 끌려온 고기를 낚아채 먹어치운다.

이들이 내는 빛은 공통적으로 차갑다. 생체 내 최소한의 효소 에너지를 물속의 산소와 반응시켜 빛만 내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눈은 퇴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꿀꺽장어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대신, 앞을 지나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이 때문에 마치 보아뱀처럼 복부는 자신보다 큰 물고기를 삼켜도 견딜 수 있도록 신축성이 뛰어나다.

크기가 비정상적인 것도 많다. 수심 700 ~1000m에서 사는 대왕관해파리는 길이가 40~50m에 이른다. 가장 큰 동물로 알려진 대왕고래(30m)보다도 길다. 하지만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을 벗어나면 곧바로 산산조각이 나버리기 때문에 잘 발견되지 않는다. 쥘 베른의 해저2만리에도 등장하는 대왕오징어는 '심해의 괴물'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대왕오징어가 바닷속에서 목격된 것은 2004년이 되어서였다. 몸길이는 10m, 무게는 500㎏에 육박한다.

[그래픽] 심해저 자원의 분포
심해의 노다지

세계 각국이 심해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심해에 가늠할 수 없는 정도로 풍부한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지상의 자원은 이미 고갈되고 있지만, 심해 자원은 아직 매장량 추정조차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극점을 중심으로 한 북극해 심해에만 지구 육지 전체 매장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억t 이상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와 망간단괴, 망간각 등도 관심을 끈다. '해저 노다지'라는 망간단괴는 녹이면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을 뽑아낼 수 있다. 해양 수산부는 북동태평양의 우리나라 광구 인근의 수심 5000m 해역에 5억6000만t 이상의 망간단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가치는 3700억달러(약 418조원)로 추정된다. 물론 심해 자원을 채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우선이다. 수심 200m 내외인 대륙붕에서는 자원 개발이 활발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심해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