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02.13 18:29 수정 2020.02.13 19:22
지난달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뒤 민주당에 고발을 당한 임미리 교수의 모습. [임미리 교수 제공]
지난 1월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던 진보 성향의 임미리 고려대 교수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고발을 당했다. 혐의는 공직선거법의 사전선거 운동 및 투표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이다.
'민주당 빼고 찍자' 칼럼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 인터뷰
며칠 전 피고발 사실을 알게 된 고려대 임미리 교수는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었다"며 "조국 사태 이후 국민이 아닌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에 빚이 있다고 한 대통령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에서 "촛불정권을 자임하고 권력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현 정권이) 집권했음에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이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다. 임 교수는 글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해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썼고, 민주당에 고발을 당했다.
임 교수가 경향신문에 썼던 칼럼. [경향신문 캡처]
임 교수는 "태어나 처음 고발을 당해 지금도 살이 떨리고 무섭다"면서도 "민주당의 의도대로 위축되진 않겠다. 더 민주당을 비판하겠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검찰 소환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랜 기간 인권 운동에 참여해왔던 임 교수는 2013년 'NL계열'이라 불리는 자주파 분파 중 하나인 '경기동부연합'의 기원을 분석한 논문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 최근 서울남부지검에서 고발 사실을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이다. 고발인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 황당하다. 민주당은 민주화 운동으로 집권한 정당 아닌가. 민주화 운동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다. 그런 자유를 위해 저항했던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자신들을 비판했다며 나를 고발한 것이 정말 황당하다. 민주당에 민주란 이름이 들어간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이런 비판을 받았을 때 고발이 아닌 입장을 내야 한다.
- 특정 정당을 지지하진 않는다. 물론 민주당이 자유한국당보다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겐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민주당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생긴 정당 아닌가.
- 조국 사태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충격이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투표한 수많은 사람들보다 조국 개인에게 더 미안해하고 있더라. 그 자체로 정말 분노할 일이다.
-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 분들도 있다. 이 모든 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것 아닐까 싶었다. 다들 결국 그 말을 우회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왕 말할 것이라면 핵심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솔직히 검찰 고발은 태어나 처음 당한 것이라 지금도 살이 떨리고 무섭다. 하지만 검찰 소환에 응할 생각은 없다. 그 자체로 날 위축시키려는 의도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위축되지 않고 더 민주당을 비판할 것이다.
- 이런 비판이 결국 한국당을 도와준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도 있다.
-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한국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말 크게 반성해야 한다. 내 비판이 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해도 어쩔 수 없다. 민주당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
-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 與 비판했다고 고발당한 교수 "민주당, 이름이 아깝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 與 비판했다고 고발당한 교수 "민주당, 이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