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들 부상 감수하며 뛰는데 나만 뛰지 않으면 목표 잃게 돼 다음 시즌엔 프로그램에 4회전 쿼드러플 러츠 넣을 것"
여자 피겨 국가대표 유영(16)은 12일 서울 태릉빙상장 아이스링크 밖 좁은 복도를 달렸다. 다리를 위로 쭉 뻗어 스트레칭하고, 스쿼트를 하다 양발로 점프해 벤치를 오르내렸다. 줄넘기할 땐 높이 뛰어 한 번에 줄을 세 바퀴씩 돌렸다.
얼음판 타기 전 지상 훈련 내내 무심한 듯 단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도 대답이 단호했다. "고난도 점프를 계속 시도하면 몸이 힘들고 선수 생활 짧아지는 건 당연하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모든 선수는 부상 위험을 안고 사니까요. 경쟁자들 다 뛰는데 저만 안 뛰면 목표를 잃게 돼요."
유영은 지난 8일 ISU(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선수권에서 개인 최고 점수 223.23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김연아(30)가 금메달을 딴 지 11년 만에 한국에 이 대회 메달을 안겼다. 그는 한국 여자 선수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을 뛴다. 이번 대회에선 두 차례 시도해 한 번 깨끗하게 성공했다. "하루 동안 메달을 목에 걸고 다녔는데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그는 대회 끝나고 딱 하루 쉬었다고 했다.
4년 전 종합선수권 역대 최연소 우승(만 11세 8개월)을 차지해 단숨에 주목받은 유영은 지난 시즌까지 부진했다. "올 시즌 최대한 많은 대회에 나가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참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성격에 승부욕이 워낙 강해 어릴 땐 잘 안 풀리면 링크장에서 엉엉 울곤 했다. 그는 지난해 주니어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11위 했을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때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어떤 실수를 해도 그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려고 당시 경기 영상을 돌려보면서 훈련에 집중했다"며 "지금은 좀 더 언니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트리플 악셀은 4회전 점프와 함께 어려서부터 연습해 오다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훈련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지난 시즌까진 성공률이 10%도 채 안 됐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과감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연아 언니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따는 걸 보고 피겨를 시작했으니, 저도 어려서부터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였어요." 4회전 점프를 여러 개 넣어 연기하는 러시아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위험 부담을 받아들이는 정면승부를 택했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하마다 미에 코치를 만나 일본에서 훈련하면서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높아졌고 자신감도 얻었다. "하마다 코치가 저에게 맞는 스타일의 트리플 악셀을 찾아줬다"고 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 딴 기히라 리카(일본)를 포함해 하마다 코치 팀 대다수가 트리플 악셀을 연습해요. 그 선수들 보며 많이 배워요."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트리플 악셀 훈련은 하루 3~5번 성공하면 끝낸다. 매일 지상 훈련 1~2시간, 아이스 훈련은 4시간 정도 한다. 비시즌 기간엔 미국에 머물며 4회전 점프와 스케이팅 기술을 익힌다. 다음 시즌엔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러츠나 쿼드러플 살코를 프로그램에 넣을 생각이라고 했다.
만약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유영은 잠시 생각하다 "고난도 점프에 많이 성공해서 러시아 아닌 다른 나라 선수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키가 자라고 있는지 묻자 "시즌 전엔 164㎝였는데 보는 분들마다 그새 더 큰 것 같다고 한다"며 "작은 선수가 유리하지만, 크다고 다 (점프가) 안 되는 건 아니니까요"라고 했다. "중학교 졸업식에 못 가서 아쉽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담담히 말하는 소녀는 더 큰 꿈을 위해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안다. 유영은 다음 주 동계체전을 거쳐 다음 달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목표가 있어요. 쇼트 78점 이상, 총점 210점 이상"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유영(16·수리고)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윗자리에 서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을 위해 고난이도 점프가 필수인 만큼, 현재 실전에서 구사하는 트리플 악셀 뿐 아니라 쿼드러플 점프에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유영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자신의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인 223.23점을 얻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가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2009년 금메달을 딴 '피겨여왕' 김연아 이후 11년 만이고, 역대 두 번째다.'연아 키즈'로 불리며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을 이끌고 있는 삼총사 유영, 김예림(17·수리고), 임은수(17·신현고) 가운데 유영이 선두주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수 년 전부터 트리플 악셀을 갈고 닦은 유영은 트리플 악셀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여자 싱글 간판으로 떠올랐다. 실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뛰는 한국 여자 싱글 선수는 유영 뿐이다.
유영의 시선은 가깝게는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멀게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 올 시즌을 마친 뒤 트리플 악셀을 넘어 4회전 점프도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13일 태릉빙상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유영은 "2022년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유영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거기서 더하면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영은 "고난이도 점프를 연습하면서 부상에 대한 걱정은 항상 있다. 쿼드러플 점프는 남자 선수들에게도 어려운 점프고, 쉽게 도전할 수 없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자도 있어야하는 시대다. 쿼드러플 점프 도전이 쉽지 않지만, 꿈이 있으니 꼭 실전에서 해내고 싶다"고 전했다.
트리플 악셀을 연습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는 유영은 "'이걸 꼭 해야하나'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트리플 악셀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머무르고,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되돌아봤다.
비시즌에 되면 본격적으로 4회전 점프를 훈련할 계획인 유영은 "현재 성공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비시즌 때 연습을 많이 해서 성공률을 높이고 싶다"며 "장담은 하지 못하지만, 늦어도 2021~2022시즌에는 꼭 포함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다음은 유영과의 일문일답.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조금 쉬었나. 쉬고 나니 실감이 나나.
"하루 동안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쉬었다. 쉬고 나니 실감이 나면서도, 아직까지 믿겨지지 않는다. 느낀 점이 많았다."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기사 같은 것을 찾아봤나. 자신의 연기 영상을 다시 봤나.
"기사는 보지 않았고,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와서 돌려봤다. 뭘 잘했고, 뭐가 부족했는지 봤다. 대회가 끝나면 내가 연기한 영상을 꼭 챙겨보는 편이다.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좋아하는 모습을 봤는데 조금 오글거리면서 민망했다. 그래도 좋았다."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무척 좋아하던데, 어느정도 성적을 예상했나.
"쇼트프로그램 때도 좋아했다. 그런데 점수가 생각보다 안나왔다. 그게 아쉬워서 표정이 안좋아보였을 것이다.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에는 점수에 신경쓰지 않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다는 생각에 좋아했던 것 같다."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
"스핀 레벨이 생각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더 높은 레벨을 받았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쿼드러플 점프 훈련을 하고 있지 않나.
"어제 엊그제 훈련한 것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더라. 그 영상을 보고 많은 분들이 완성도가 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운 좋게 그런 영상이 찍힌 것이다. 어려운 점프다 보니 성공률은 아직까지 낮은 편이다. 비시즌에 시간이 있으니까 잘 연습해서 잘 성공하는 게 목표다."
-4회전 점프는 어떤 종류를 연습하고 성공률은 어느정도인가. 실전에는 언제쯤 넣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쿼드러플 살코를 많이 뛰었는데, 얼마 전부터 쿼드러플 러츠도 연습한다. 나쁘지 않게 나왔다. 시즌 중이라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연습을 많이 하지는 못한다. 현재 쿼드러플 점프 성공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비시즌 때 많이 연습을 해서 성공률을 높이고 싶다. 장담은 못하는데, 내후년 안에는 들고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쿼드러플 점프를 연습하면서 참고하는 영상이 있나.
"남자 선수들의 연습 영상을 많이 본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안나 셰르바코바(이상 러시아) 영상도 많이 챙겨본다. 트리플 악셀은 기히라 리카(일본), 알레나 코스토르나야(러시아) 영상을 많이 챙겨본다."
-트리플 악셀을 본격적으로 훈련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착지를 완벽하게 한 것은 언제인가.
"총 3년간 연습했다. 처음 1년 간은 성공을 못했다. 성공을 해도 하루에 한 번 정도 밖에 못하는 수준이었다. 1년 지나면서 감이 익었고, 하루에 2, 3번씩 성공하게 됐다. 1년 전부터는 한층 성공적으로 뛰게 됐다."
-트리플 악셀을 연습하기 시작하고 1년 동안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나.
"연습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이걸 해야하나'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돌이켜 생각해볼 때 트리플 악셀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에 후회는 전혀 없다."
-트리플 악셀을 실전에서 뛰게 돼 쿼드러플 점프를 연습하면서는 자신감이 더 있을 것 같다.
"쿼드러플 점프 도전이 쉽지 않지만 꿈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쿼드러플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어떤 꿈인가. 피겨 선수로서 목표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꿈이다. 거기에 더하면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다.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올림픽이라는 대회를 나가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유영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데.
"제2의 김연아든 제1의 유영이든 좋다. 제2의 김연아든 제1의 유영이든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조금 더 힘이 났으면 좋겠다. 저로 인해 피겨의 매력에 빠져서 저를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쉴 때는 뭘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거의 집순이다. 집에만 있다.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양팡이라는 유튜버가 좋다. 유튜브 하는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웃은 적도 많고, 힘도 난다. 스트레스를 그렇게 푼다. 댓글은 단 적 없다.(웃음)"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나.
"방탄소년단이랑 아리아나 그란데다. 노래가 좋아서 많이 듣는다."
-하마다 미에 코치를 만난 후 트리플 악셀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트리플 악셀을 처음 연습할 때 톰 자크라섹 코치님의 지도를 받았다. 자신감도 없었고, 노하우를 잘 몰랐다. 하마다 코치님을 만난 후 자신감이 붙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예를 들면 발을 차는 각도, 회전을 어떻게 하는지 세세하게 잘 알려주신다."
-베이징에 가게 되면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나.
"그것까진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감동적이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점프는 그래도 쿼드러플 러츠도, 트리플 악셀도 넣고 싶어. 모든 쿼드러플 점프를 다 뛸 수 있다면 다 넣고 싶은 마음이다."
-하루에 트리플 악셀을 어느정도 연습하나.
"잘 안 풀릴 때에는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부상 위험이 큰 만큼 잘 풀릴 때에는 3~5번 정도만 한다." -사실 고난도 점프는 부상 위험도 많은데 걱정되지 않나.
"부상 걱정은 항상 있다. 쿼드러플 점프는 남자 선수들에게도 어려운 점프고,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점프다. 그러나 지금은 여자도 있어야하는 시대다."
-어느새 임은수, 김예림보다 한 발 앞선 모양새다.
"(임)은수, (김)예림 언니는 어릴 때부터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쭉 같이 왔다. 하나같이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 선수들만다 장단점이 다르지 않나. 같이 연습하다보면 배울 수 있어서 좋다. 같이 있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낮을 때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속상하진 않았나.
"스스로에게 많이 속상했다. 지난 시즌까지 점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고,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힘든 일을 꺾은 후 나아지는 모습만 생각했다. 힘들어도 미래를 생각해서 힘든 것을 참고 노력했다."
-3월 세계선수권대회 목표는.
"동계체전을 마친 후 일본에 가서 훈련할 것 같다. 이번 시즌을 잘 끝내고 싶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클린 연기로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기고 싶다. 순위에 대한 목표는 없다.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220점 넘게 받았는데, 적어도 210점은 넘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징크스가 있었나.
"예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불안증도 생겼다. 대회 당일에 양말, 머리끈 등에 신경을 썼다. 그걸 해야 마음이 편했다. 이걸 안하면 마음 속으로 불안했다. 징크스가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대회 당일에 예민해졌다. 그런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징크스를 모두 지켰는데도쇼트프로그램 때 잘하지 못했다. 꼭 해야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은 하지 않는다."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 획득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을 것 같은데.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서 세계선수권대회 때 긴장을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감도 생겼다. 은메달을 땄으니 잘해야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당연히 안고 가야 할 것 같다."
4대륙 선수권서 은메달… 트리플 악셀 성공, 개인 최고점 男 하뉴 우승… '수퍼슬램' 달성
유영(16)은 4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때 언니들을 다 제치고 피겨 종합선수권 역대 최연소 우승(만 11세 8개월)을 차지해 벼락 스타가 됐다. '여왕' 김연아(30)의 종전 기록(만 12세 7개월)을 깨 '제2의 김연아'로 불렸다.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가 "나 초등학교 때보다 (유영이) 더 잘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때 143㎝였던 키가 4년 만에 165㎝로 훌쩍 자랐다. 8일 ISU(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에서 유영은 여자 싱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지 11년 만에 한국에 이 대회 메달을 안겼다.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공중에서 3.5회전)에 성공한 유영은 149.68점으로 자신의 프리 최고점을 경신했다. 쇼트프로그램(73.55점)을 더한 총점 223.23점도 개인 최고 기록이다. 금메달을 딴 일본의 기히라 리카(232.34점)와 9점 정도 차이가 났다.
이날도 시상식에 김연아가 등장했다. 유영에게 기념품 인형을 건네고 포옹하며 "축하해요"라고 했다. 2010년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경기를 보고 피겨를 시작한 유영이 국내 경쟁자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후계자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유영은 지난해까지 부진하다 올해 들어 종합선수권 3연패, 동계유스올림픽 금메달 등 활약을 펼쳤다. 위험 요소가 많은 트리플 악셀에 계속 도전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러시아 여자 선수들이 4회전 점프를 내세워 메달을 휩쓰는 상황에서 유영은 지난해 훈련에 본격 돌입했다. 트리플 악셀을 뛰는 한국 여자 선수는 그가 최초이자 유일하며, 이번 대회에선 기히라와 유영만 시도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4회전 점프를 뛰는 것이 목표인 그는 "연아 언니처럼 이제는 내가 한국 피겨를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뉴 유즈루(일본)는 9일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187.60점을 받아 총점 299.42점으로 우승했다. 남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2014·2018), 세계선수권(2014·2017), 그랑프리 파이널(2014·2015·2016·2017), 4대륙(또는 유럽) 선수권 등 시니어 메이저 4개 대회와 주니어 세계선수권(2010),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2010) 등 주니어 메이저 2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수퍼슬램'을 완성했다. 여자 선수 중에선 김연아와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가 달성했다.
2018 평창올림픽 당시 프로그램을 들고나온 하뉴는 7일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111.82점)을 세웠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자신의 최고점(212.99점)에 25점이나 못 미쳤다. 네 차례 4회전 점프 중 3개에서 감점이 나왔고 착지하다 넘어지기도 했다. 2위는 제이슨 브라운(미국·274.82점), 3위는 가기야마 유마(일본·270.61점)였다.
차준환(19)은 프리스케이팅 175.06점을 받아 총점 265.43점으로 5위에 올랐다. 프리와 총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받았다. 지난해 자신이 기록한 한국 남자 선수의 이 대회 최고 순위(6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4회전 점프 수를 줄여 안정성을 높인 그는 "다음 달 세계선수권에서 난도를 다시 높일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한국의 많은 피겨 선수들은 불모지에서 꽃을 피워낸 김연아의 성공스토리를 따른다. 피겨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김연아는 발군의 표현력과 엄청난 스케이팅, 교과서 같은 점프를 앞세워 당대 피겨계를 지배했다. 때문에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많은 선수들은 고난도 점프 보다는 안정된 프로그램을 정확히 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김연아 이후 여자 싱글 시니어에서 최고의 국제 경쟁력을 보인 최다빈(고려대)도 그랬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열을 올리던 '남자 김연아' 차준환(고려대 입학 예정)도 프로그램 난이도를 다운 시킨 뒤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 영(과천중)의 새로운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 현재 피겨의 트렌드인 '고난도 점프'를 앞세워 일궈낸 역사기 때문이다. 유 영은 8일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94점에 예술점수(PCS) 69.74점을 합쳐 149.68점을 따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73.55점을 얻은 유 영은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합한 총점 223.23점으로 일본의 기히라 리카(232.34점)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4대륙 대회에서 메달을 차지한 것은 2009년 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한 이후 11년 만이다.
유 영은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과제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기본점 8.00점)을 완벽하게 뛰면서 수행점수(GOE)를 2.67점이나 따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도한 트리플 악셀은 착지 불안으로 수행점수(GOE)가 깎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필살기로 기세를 올린 유 영은 이어진 연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역전극에 성공했다. 이날 유 영이 따낸 프리스케이팅 점수와 총점은 모두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이다.
사실 최근 유 영의 기세는 썩 좋지 않았다. 2016년 1월 열린 전국 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 11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유 영은 "그 나이때 김연아 보다 낫다"는 극찬 속 화려하게 등장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2년간 주니어 무대에서 활동한 유 영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2018년 슬로바키아 대회에서 한차례 시상대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최고 성적은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유 영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국제 무대 경쟁력을 위해 고난도 점프를 연마하기로 했다. 그는 2016년부터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살코를 연습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치며 성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새로운 지도자인 하마다 미에(일본)를 만나 트리플 악셀 성공률을 높인 유 영은 올 시즌 쇼트와 프리에 모두 트리플 악셀을 넣었다. 발목 부상으로 성공을 점치기 쉽지 않았지만, 유 영은 도전에 나섰고, 이번 대회를 통해 마침내 그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역사적인 은메달의 첫 소감 역시 트리플 악셀이었다. 유 영은 "무엇보다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계속 시도를 해왔다. 그때는 부상도 많고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작년 비시즌 때 열심히 트리플 악셀을 연습해서 이만큼 올라서게 됐다"며 "트리플 악셀은 아직 너무 부족하다. 제가 전에 성공률이 50% 정도라고 했는데, 이번에 성공해서 55%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만족은 없다. 쿼드러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유 영은 "이제 다른 기술을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은메달로 유영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포스트 김연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여왕' 김연아가 섰던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자로 현장을 찾은 김연아도 유 영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유 영은 "연아 언니가 시상식에서 인형을 줬는데 솔직히 연아 언니인 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마음속으로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 4대륙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연아 언니가 선물까지 줘서 큰 추억이 됐다. 연아 언니가 "축하해요"라고 한 마디를 해주셨는데 진심이 느껴졌다"며 "연아 언니는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다. 저 역시 연아 언니를 보고 피겨를 시작했다. 이제는 제가 대한민국 피겨를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연아와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유 영, 그 키는 역시 고난도 점프가 쥐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30) 이후 두 번째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된 유영(16·과천중)은 롤모델인 김연아처럼 한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유영은 8일 양천구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94, 예술점수(PCS) 69.74로 149.68점을 기록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73.55점을 획득한 유영은 합계 223.23점으로 2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9년 밴쿠버 대회 김연아의 금메달 이후 11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지난달 2020 로잔 동계유스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최초 금메달을 거머쥔 유영은 한국 피겨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유영은 "한국에서 열렸는데 11년 만의 은메달을 딸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승부처는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이었다. 21명 중 20번째로 링크에 선 유영은 첫 과제에 넣은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뛰어 수행점수(GOE) 2.67점을 챙겼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착지 불안으로 GOE 1.60점을 잃었지만 이날은 군더더기 없는 점프를 선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흔들렸던 트리플 악셀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유영은 이후 과제들을 큰 무리없이 소화했다.
유영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GOE 1.87점을, 트리플 루프에서 GOE 1.47점을 획득했다. 또 다른 고난이도 과제인 트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 또한 군더더기 없었다.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깨끗하게 뛰었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해 후회가 없다. 나머지 점프도 큰 실수없이 마무리했다. 대회가 한국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다. 부담이 많이 됐지만 잘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은 국내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실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다. 남들을 압도할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유영은 "어릴 때부터 트리플 악셀을 계속 시도했다. 예전에는 부상도 많았고 대회 출전으로 연습 시간이 부족했는데 작년 비시즌 때 열심히 연습해서 지금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유영은 "트리플 악셀은 아직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예전에 성공률이 50%라고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성공했으니 이제는 55%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연아 언니가 인형을 줬는데 (원래) 누가 주는지 몰랐다. (김연아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마음속으로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는 유영은 "한국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는데 연아 언니가 인형도 줘 큰 추억이 될 것이다. '축하해요'라고 해주셨는데 짧은 말 속에서도 진심이 느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수많은 '연아 키즈' 중 김연아의 행보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영은 자신도 김연아처럼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길 원했다.
"연아 언니는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다. 연아 언니를 보면서 시작했으니 나도 대한민국을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는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큰 국제대회에 목말랐던 팬들은 한국 선수들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와 함성을 쏟아냈다.
유영은 "해외에 있을 때는 스핀을 해도 박수 소리가 크지 않다. (이번에는) 한국 선수가 하나하나 성공할 때마다 박수를 쳐주시니 큰 힘이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즌의 막바지를 향해가는 시점에서 은메달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유영은 다음 달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선수권에 출격한다. 시니어가 된 뒤 처음으로 나서는 세계선수권이다. 4대륙 대회와 달리 유럽의 강호들도 대거 출전해 국제대회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영은 "메달은 바라지 않는다. 클린 프로그램으로 시즌을 끝냈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김연아 은퇴 이후 한국 피겨의 간판이 된 유 영(과천중)이 기분 좋은 메달을 따냈다.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역대 두번째로 메달을 획득했다.
유 영은 8일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20년 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94점에 예술점수(PCS) 69.74점을 합쳐 149.68점을 얻었다. 유 영은 프리스케이팅 점수까지 합쳐 총 223.23점을 받았다. 유 영의 프리스케이팅 점수와 총점은 모두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이다. 하지만 우승한 일본 기하라 리카(232.34점)에 9.11점 부족했다. 유 영은 2009년 이 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한 이후 11년 만에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기하라는 대회 2연패를 기록했다.
유 영은 첫 점프과제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기본점 8.00점)을 성공해 수행점수(GOE) 2.67점을 얻었다.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루프까지 GOE를 챙겼다. 이어진 레이백 스핀(레벨3)과 스텝 시퀀스(레벨2)에서 살짝 흔들렸다. 트리플 러프-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에 이어 가산점 구간에서 시도한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무난히 소화했다. 유 영은 마지막 점프 과제인 더블 악셀을 성공했고,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 4)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예림(수리고)은 개인 최고점인 202.76점으로 6위, 임은수(신현고)는 200.59점으로 8위를 기록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