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사설] 세금 퍼붓기는 '속도전', 경제 활성화는 뒷전

Shawn Chase 2020. 1. 7. 11:09


조선일보



입력 2020.01.07 03:18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속도전을 펼친다는 각오로 (예산) 자금 배정과 조기 집행 상황을 관리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속도전'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총선 전에 가급적 많은 예산을 뿌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정부·여당은 올해 예산의 62%를 상반기에 집행하되, 지출 시기를 최대한 3월 이전으로 앞당기겠다고 한다.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누가 봐도 4월 총선을 겨냥한 매표(買票) 행위다.

통상 봄부터 시작하던 60세 이상 단기 일자리 사업을 동절기부터 앞당겨 실시해 총 1조원을 쓰기로 했다. 한겨울에도 출근부 도장만 찍으면 월 30만원가량의 용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설을 전후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자금 지원과 만기 연장 등에 총 90조원을 풀고, 근로·자녀장려금 1200억원도 설 전에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일자리 예산 25조원의 82%, 체육관·도서관·도로 등 SOC 사업의 74%를 상반기에 앞당겨 집행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작년 말엔 정부가 "예산을 다 못 쓰고 남기면 불이익 주겠다"고 압박하는 바람에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들이 예산을 소진하느라 애먹은 일까지 있었다. 땅이 얼어붙은 한겨울에 나무 심기 사업을 벌이는가 하면 방학 시작도 전에 칠판·사물함·책걸상을 교체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다.

반면 시장 활력과 기업 의욕을 살리는 경제 활성화 정책은 지지부진하기 그지없다. 대기업 강성 노조의 폭주가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는데 정부는 팔짱 낀 채 민노총 편만 들고 있다. 경쟁국들이 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의 꽃을 피우고 있는데 우리는 도리어 '타다 금지법' 같은 신규 규제를 추가하면서 혁신의 싹을 자른다. 기업들이 간절히 호소하는 주 52시간제 보완이며 과도한 환경 규제 보완 등의 조치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당정청이 '세금 속도전'을 발표하던 날, 민주당은 대표적인 한국형 혁신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의 인수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치 논리로 신산업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다. 세금 쓰는 것은 도사인데 경제 살리는 데는 아마추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6/20200106034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