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인천공항 뜨고 오헤어공항 지고’ 플랫폼경영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Shawn Chase 2019. 10. 20. 13:24



  •  김기찬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
  •  승인 2018.11.07 10:13



김기찬 칼럼
▲ 인천국제공항. 사진제공= 인천관광공사

승객 1인당 소비금액 ‘6달러 vs 49달러’ 확연한 차이, 왜?
수속 15분 vs 1시간 “45분의 격차에 비즈니스 이뤄진다”
인천공항 “생태계플랫폼으로 수속시간 절약…즐거운 쇼핑”
‘소유→경영’ ‘디바이스→플랫폼’ “진화해야만 살아남는다”

플랫폼(platform)의 반대말은 동물원이다. 플랫폼이 가장 싫어하는 건 경계를 만드는 거다. 마찬가지로 꿈이 많은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울타리다. 새 한 마리가 저 높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갈 때 지상의 울타리들을 개의치 않는 것처럼.

개미를 3등분하면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 시험문제라면 ‘머리‧가슴‧배’가 정답이다. 그런데 실제로 머리와 배를 나누면 어떻게 될까. 플랫폼 이론에서는 ‘죽‧는‧다’가 답이다. 플랫폼은 생태계 싸움인데, 경계를 만들고 사일로(silo,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를 만들고 만리장성을 만들면, 그날부터 플랫폼은 시들기 시작한다. 이를 ‘나홀로(stand alone)모델’이라 한다면, 그 반대말은 ‘플랫폼(platform)모델’이다.

공항은 플랫폼일까, 단순한 정거장일까

플랫폼의 반란으로 성공한 세계적인 공항이 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이다. 20년 전 한국의 공항을 생각해보라. 인천공항이 세계에서 주목하는 공항으로 성장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플랫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플랫폼이란 솔루션의 집합(Set of Solutions)이다.

▲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자현악그룹 스텔라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경쟁력 있는 킬러콘텐츠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몰린다. 이 솔루션은 고객의 경험에서 뜻밖의 재미(serendipity)로 만들어질 수 있어 한다. 그래야 승객들이 다시 이 플랫폼에 오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솔루션(solution) 경쟁력을 플랫폼의 제1법칙(꿈관리)이라 하고, 뜻밖의 재미(serendipity)를 플랫폼의 제2법칙(흥관리)이라 한다.
정거장(Station, Terminal)은 사람이 지나가는 디바이스(device)의 관점이다. 이 개념에서 공항은 사람보단 기계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터미널은 비행기, 버스나 열차가 일정하게 머무르도록 정한 장소다. 이에 비해 플랫폼이란 기계가 아닌 사람이 머물고 즐기는 곳이다.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 와야 할 이유(꿈)가 있어야 하고, 머물러야 할 이유(흥)가 있어야 플랫폼은 존재한다.

정거장이 단순히 표를 사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곳이라면, 플랫폼은 표를 구매하는 이상의 흥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흥분과 감동이 있는 공간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함께 한다. 이들을 ‘기업생태계’라 부른다.

플랫폼의 콘텐츠 즐기도록 해야 비즈니스 일어나

그렇다면 인천공항은 가야 할 이유,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는 플랫폼일까. 서두에서 언급한 플랫폼과 동물원의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바로 인천공항과 시카고의 오헤어국제공항(Chicago O'Hare International Airport)이다. 두 공항은 규모와 시장성 면에서 압도적 우열관계에 놓여있지만, 하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고, 또 하나는 동물원에 머물고 있다. 인천공항은 콘텐츠공항이고, 오헤어공항은 컨테이너공항에 빗댈 수 있다.

▲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사진출처= 오헤어국제공항 페이스북 페이지

최근 영국 항공정보업체 OAG(Official Airline Guide)가 발표한 ‘2018 국제 메가허브 지수(IMI)’ 평가에서 오헤어공항은 미국 내 최다 환승공항으로 꼽혔다. 전 세계공항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영국 런던의 히스로공항에 이어 최다 환승부문 2위를 기록했다. 같은 평가에서 인천공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6위, 세계 15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헤어공항은 승객 1인당 소비금액이 6달러에 불과한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평균 49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해 59개국 188개 도시를 취항한다. 국제공항협회(Airport Council International, ACI)가 선정한 ‘세계공항서비스평가’ 부문 12년 연속 1위를 기록할만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인천공항의 승객들이 플랫폼의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쿠웨이트공항의 4터미널을 위탁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주요 정책사업인 ‘스마트공항’을 통해 진일보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기반을 닦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쟁력 원천은 플랫폼과 생태계에 있다. 승객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570여개 6만여명의 생태계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힘을 합해 출입국 생태계를 만들고, 쇼핑생태계를 만들고, 환승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사진출처= 오헤어국제공항 페이스북 페이지

그 결과 인천공항의 출입국 수속은 평균 15분만에 끝난다. 반면 오헤어공항은 거의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출입국 수속을 일찍 마친 인천공항 승객들은 남은 45분여를 쇼핑하고 식사 하면서 소비한다. 인천공항은 쇼핑생태계가 발달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쇼핑을 하면서 평균 49달러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헤어공항은 어떨까. 우선 출입국 수속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 긴 시간을 출입국에 소비하고 나면 겨우 커피나 햄버거 정도를 먹고 비행기에 올라타야 한다. 이때 ‘6달러’ 정도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협력이 경영의 원천… 인천공항의 ‘SPICE모형’

그럼 생태계는 언제 진화할까. 해야 할 일을 내가 다하면 나홀로모형이고, 다른 사람이 하면 생태계모형이 된다. 생태계란 남의 능력의 자신의 능력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플랫폼은 생태계를 통해 그 힘을 발휘한다.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가려는 경영모델을 차가운 ‘ICE(얼음)모형’이라 한다. 이에 비해 플랫폼경영은 생태계들을 통해 세상에 빛과 소금을 만들어가는 ‘SPICE(양념)모델’을 지향한다. ICE모형이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종업원(Employee)들을 위한 경영모델이라면, SPICE모형은 기업 외부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파트너(Partner)와 사회(Society) 그리고 기업 내부의 이해관계자인 ‘ICE’가 서로 협력하면서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 인천국제공항은 다양한 문화행사로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머무르고 싶은 곳이라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제공= 인천관광공사

인천공항은 이들 이해관계자가 서로 짝을 짓고 수분 활동을 통해 꽃을 피울수 있도록 하는 ‘꿀벌’의 역할을 담당한다. 인천공항에는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법무부, 관세청, 외교통상부, 농림수산부, 문화부 등 20여개 정부기관에서 27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작은 대한민국’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에 항공사 직원, 보안요원, 안내요원 등 공항 운영과 관련한 인력, 그리고 면세점 직원, 커피숍 점원, 호텔 종사자 등 공항 내 상업시설 종사자 등이 인천공항이라는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인천공항은 출입국 수속이 신속하고, 쇼핑이 재밌어지고, 환승이 편리해지는 것이다.

이들이 인천공항의 3대 생태계인 출입국생태계, 쇼핑생태계, 환승생태계를 만든다. 생태계의 킬러콘텐츠로 인해 승객들의 흥분과 감동이 될수록 인천공항은 자기진화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플랫폼이 주도하는 비즈니스모델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이들 5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은 시가총액 세계 5대 기업이다. 이처럼 플랫폼이 주도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C2C 플랫폼인 ‘타오바오(TAOBAO)’는 세계 최대의 장터다. 그런데 창고도 없고 재고도 없다. 페이스북(FACEBOOK)은 전세계 15억명 이상이 접속하는 세계 최대의 미디어기업이다. 그러나 자체 제작한 콘텐츠는 하나도 없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세계 최대의 숙박 체인이지만 건물이나 객실 하나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기업가치는 30조 이상에 육박한다. 우버(Uber)는 세계 최대의 운송회사지만 단 한 대의 자동차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기업가치는 70조를 훌쩍 넘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업(파이프라인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더 이상 지속성장이 어렵다. 소유경제에서 공유경제로, 디바이스기업에서 플랫폼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김기찬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

‘기업 간 관계모형의 개발에 관한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플랫폼 분야를 연구하면서 서비스산업, 마이스산업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2015년)을 지냈다.

출처 : MICE산업신문(http://www.mice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