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윤혁 탄소융합기술원장 인터뷰
도레이가 탄소섬유 최강자 된 건
보잉이 최고 품질 요구했기 때문
일본기업, 삼성 놓치면 성장 못해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 결과, 탄소섬유는 이미 ‘극일(克日)’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건 글로벌 공급망에 따른 선택이었고, 대체재를 사용할 경우 인증 등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충분히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수소전기차 ‘넥쏘’에 일본 도레이의 탄소섬유로 만든 수소연료 저장용기를 쓰는 현대자동차 측도 “이미 국산 대체품 연구가 끝난 상태여서, 일본이 공급을 끊는다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질의 :선진국 대비 30년 이상 뒤처진 탄소섬유 개발에 나선 이유는 뭔가.
- 응답 :“1980년대 초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대기업들이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20년 만에 포기했다. 국방·항공우주 분야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여서 원천기술 개발이 쉽지 않았다. 10년 공백 끝에 효성첨단소재가 재도전해 성공했다. 마침 지방자치단체(전라북도)와 주무 부처(산업통상자원부)가 전문연구기관(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설립했다.”
- 질의 :어떻게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나.
- 응답 :“2000년대 중반에 이미 시장 성장률이 10%를 넘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컸다. 20년 동안 실패했고 이미 일본 업체가 시장을 장악해 어렵다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효성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도 힘이 됐다.”
- 질의 :탄소섬유 원료인 프리커서(precursor)를 개발한 경험이 있었는데.
- 응답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자료도 다 태웠고 시설·장비도 없어진 상태였다. 운이 좋았던 게 기술원 전신인 전주기계산업 리서치센터가 150t 규모의 준상용급 탄화설비를 산자부 자금을 받아 만들어놨더라. 기업이 시장을 보고 뛰어들고, 정부가 종자돈을, 지자체가 장비를 마련해줬다. 5년짜리 고강도 탄소섬유 개발 국책과제를 3년 반 만에 마쳤다.”
- 질의 :20년간 실패했던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한 비결은 뭐였나.
- 응답 :“실패의 경험이 밑거름이 된 것 같다. 탄소섬유 생산은 원료 중합체를 프리커서로 만드는 공정과 이를 탄화(炭化)해 탄소섬유로 만드는 공정으로 나뉜다. 프리커서 공정이 전체 기술의 70~80%를 차지한다. 특허는 피하면서 만료된 특허를 활용하고, 여기에 우리 아이디어를 더해서 개발에 성공했다.”
- 질의 :국내 부품·소재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응답 :“모든 부품·소재를 국산화할 순 없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소재부터 중간재·부품·완성품·서비스가 연결된 형태다. 산업 전체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차별화된 소재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 질의 :일본의 무역보복은 일본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일까.
- 응답 :“일본이 삼성에 저렇게(핵심소재 수출제한) 하면 안 된다. 깐깐한 클라이언트가 부품·소재 기업을 강하게 만든다. 항공기용 탄소섬유 중간재를 도레이가 미국 보잉에 공급하는데, 정말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요구한다. 좋은 고객이 계속 피드백을 주니 도레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다. 일본 소재 업체가 삼성전자라는 고객을 놓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 질의 :부품·소재 분야에서 ‘극일’하려면
- “우리는 섬유를 섬유로만 봤지만, 일본은 첨단 정밀화학 소재로 봤다. 마인드 자체가 다른 것이다. 새로운 소재, 응용분야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부품·소재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전주=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일본, 삼성에 이러면 안돼…소재는 같이 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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