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저렴한’ 반도체 제조 핵심기술 개발

조선비즈

김태환 기자

입력 2019.06.15 03:00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칩이나 광전소자 제조에 사용하는 ‘나노패터닝(Nano patterning)’을 기존보다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노패터닝은 나노미터 크기의 규칙적인 구조를 기판 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소연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와 권석준 KIST 책임연구원, 허수미 전남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블록공중합체를 이용한 대면적 나노패턴 제조 방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불록공중합체를 이용한 대면적 나노패턴 제조법 중 전단-용매증기처리 과정. 밀어주는 힘을 가해 방향성을 정렬한 모습(1단계)과 추가적인 용매증기처리를 통해 내부 결함구조를 제거하는 모습(2단계).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연구팀이 이용한 블록공중합체는 고분자 사슬간 반발력과 인력이 작용하면서 스스로 나노구조를 만드는 특성을 갖는다. 이 특성을 활용해 나노패턴을 만들면 다른 공정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블록공중합체를 활용해 나노패턴을 만드는 일은 패턴 방향 정렬과 패턴 내 구조적 결함을 제거하는 등에서 기술적 한계를 가졌다. 이 나노패턴을 만드는 공정이 복잡한 데다 소모되는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험적 설계를 고안했다. 먼저 ‘선 패턴(stripe pattern)’을 형성하는 블록공중합체 박막 위에 밀어주는 힘을 가해 정렬 방향성을 만들었다.

이와 별도로 패턴 내에 생긴 구조적 결함은 용매 증기 처리 방식을 이용해 제거했다. 용매 증기가 고분자 박막 내부에 침투하면 팽윤현상이 일어나 박막이 부풀어 오른다. 늘어난 공간만큼 고분자 사슬들이 움직일 수 있어 불안정한 결함 구조가 제거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패턴의 균일도를 분석해 기존 패턴보다 결함구조가 사라져 품질이 향상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1저자인 김예찬 UNIST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 제작법은 매우 단순하지만, 대면적 내에서 우수한 패턴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UNIST 교수는 "블록공중합체를 이용한 나노패터닝에 관한 연구는 많지 만 큰 면적의 나노패턴에서 배향 문제와 결함 제거를 한 번에 해결한 연구는 드물다"며 "반도체 뿐만 아니라 광전소자, 플라즈모닉 소자 등 다양한 소자의 나노패터닝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과학진흥회(AAAS)에서 발행하는 종합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6월 14일자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