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독]하노이 후 싸늘해진 北…"남측과 접촉 말라" 금지령

Shawn Chase 2019. 4. 17. 15:21
중앙일보] 입력 2019.04.17 01:59 수정 2019.04.17 10:45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당국 간 공식 회담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남측 민간단체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16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 진행해 오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에 불참했고, 군사회담 등 당국 간 접촉에 응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달 초부터는 남측 민간단체들과의 사업 협의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이들 소식통이 밝혔다.
 

민간단체들 협력사업 일방 중단
서울·평양 상호 방문 등 줄취소
소식통 “김정은 직접 지시한 듯”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도 차질

익명을 요구한 남북 협력 민간단체 인사는 “4~5월 중 평양을 방문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협력사업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었다”며 “북측이 최근 ‘당분간 협력사업이 어렵게 됐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는 “확인해 보니 다른 단체들도 북측으로부터 유사한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며 “북측은 별도의 배경 설명 없이 ‘상부의 지시’라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판문점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서 근무하는 북측 관계자들이 호의적이고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보여왔는데 최근에는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팩스에 대한 답도 없다”며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과 뭔가를 하는 척도 안 하겠다는 입장으로, 북한 당국이 남측 주민들을 접촉하지 말라는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 경우 해외 공관원은 물론이고 무역대표부나 남북협력사업 관계자들에게 접촉 금지 지시를 내리곤 했다. 이번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책임을 남측에 돌리는 경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제1부상 승진 추정)이 ‘남조선은 중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알렸을 때부터 내부 움직임이 이상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회담이 결렬된 책임이 남측 정부에도 있다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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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내부적으로 체제를 정비하는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북측 실무자들 사이에 책임론이 제기됐을 것”이라며 “대남 관계를 하는 통일전선부가 협상을 주도적으로 하다 실패한 결과 통일전선부는 대남 부문에서, 미국과 협상은 외무성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남측과 뭔가를 하기가 어려운 내부 상황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23일 임시항공편 마련, 김정은·푸틴 회담 가능성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기동 부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대미 협상은 최선희 부상이 챙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민간 분야의 접촉까지 닫히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경직될 전망이다. 특히 이달 중 4·27 판문점 남북 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정상회담을 하거나 음악 페스티벌 등 남북 공동행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실무자 접촉에선 통상적인 수준의 협의 이외에 정상회담과 관련한 협의는 진전이 없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대남 접촉 금지령이 얼마나 갈지를 놓곤 관계자마다 전망이 엇갈린다. 한 민간단체 인사는 “적어도 4월 말까지는 북한이 문을 닫은 채 내부 정비도 하고,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살펴보지 않겠냐”며 이르면 5월께 접촉 재개 가능성을 기대했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가에 따라서도 북한이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2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근무자들을 일방적으로 뺐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취소 트윗을 올리자 이를 번복했던 적이 있다.  
     
반면 다른 민간단체 인사는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결재가 나서 4월 중 진행하려던 남측
단체의 평양 방문이나 북측 관계자들의 남측 방문 협의까지 중단됐다”며 “이번 접촉 금지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접촉 금지령의 장기화를 전망하는 이들은 대북 특사와 정상회담을 통해서만 상황이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고려항공이 오는 23일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구간에 임시항공편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돼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주 2회(월·금) JS271편명으로 이 구간을 운항하는데 JS371편이 증편됐다”며 “다음주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어 항공기 운항이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이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하노이 후 싸늘해진 北…"남측과 접촉 말라" 금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