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일본, 로봇 생산혁명 업고 제조업 세계 톱 부활 가능"

Shawn Chase 2019. 4. 3. 14:29

조선일보

  • 오시노(일본)=최인준 기자
  • 입력 2019.03.04 03:08

    [질주하는 세계 - 기업] 일본 화낙의 미래공장 혁명
    이나바 화낙 회장 인터뷰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은 지난달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무인 공장의 핵심은 모든 로봇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이나바 요시하루(71) 화낙 회장은 창업자인 부친 이나바 세이우에몬(94) 명예회장에 이어 2대째 화낙을 이끌고 있다. 도쿄대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이스즈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1983년 화낙에 입사했다. 2003년 사장을 거쳐 2013년 회장에 올랐다.

    이나바 명예회장은 1972년 전자 기업 후지쓰에서 NC(수치제어) 기계 부문을 분사해 회사를 세웠다. 주로 산업용 로봇과 공작 기계 개발을 담당했다. 반면 이나바 현 회장은 로봇에 인공지능(AI)을 심고 로봇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무인 공장 개발과 관련한 독보적 기술력을 쌓았다. 이나바 회장은 지난달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일본이 그동안 쌓아 온 생산 기술에 화낙이 주도하는 자동화, 로봇화라는 생산 혁명을 더하면 다시 한 번 제조업에서 세계 톱(top·최고)을 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란색 재킷을 입고 왼쪽 가슴에 'Dr.Engineer Y.Inaba(공학박사 Y.이나바)라는 영문 명찰을 달고 있었다.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다. 제조 업체의 수익성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 매출이 절반으로 내려가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개발과 생산, 판매, 서비스에서 부단히 노력한 결과일 뿐이다."

    ―공장 자동화는 왜 중요한가.

    "지금까지 기업들은 로봇 하나하나의 성능 향상만 생각했다. 이런 방식은 단세포생물과 같아서 한계가 있다. 생물이 다세포로 진화한 것처럼 무인 공장에서는 로봇이 서로 연결돼야 고도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항상 10~20년 앞서 기반 기술을 축적하고 정확한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새 시장을 선점하는 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 형태 로봇은 생산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들어봤자 불안하기만 하다. 바퀴가 달린 로봇이 더 안정적이다."

    ―모든 공장이 일본에 있다.

    "화낙은 자동화 기술을 제조 라인에 적용해 대부분 공정에 사람이 필요 없다. 오히려 연구원 확보 면에서 국내가 더 유리하다. 우리는 38개 공장 모두 일본에 있고, 해외 이전 계획은 아직 없다. 고객에게 '생산성을 높이려면 공장 자동화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낮은 인건비를 위해 해외로 공장을 옮긴다면 모순(矛盾)일 것이다."

    ―4~5년 전 미국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있었다. 이후 경영권 방어 대책을 세웠나.

    "우리는 본업에 충실해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최선의 기업 방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움직임 같은 데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헤지펀드가 우리보다 올바르게 경영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이 자리를 양보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방식 이상으로 일을 잘하지도, 효율적인 경영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에 대해 조언해달라.

    "한국과 일본 모두 부존자원이 없다는 면에서 닮은꼴이다. 풍요로운 나라가 되려면 제조업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한국도) 국내에서 어떻게 제조업 기반을 튼튼하게 키워나갈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