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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무시하고 책임감 저버린 이용규의 돌발행동

Shawn Chase 2019. 3. 17. 14:14

매일경제 원문 |입력 2019.03.17 05:59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한화 이글스 베테랑 야수 이용규가 돌연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나섰다.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상황. FA 대상자로서 다년계약을 맺은 뒤 캠프까지 전부 소화하고 나온 시점이라 구단은 물론 많은 팬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라든지 용납하기 힘든 무책임한 처사다.

이용규는 15일 오후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군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언론을 통해 피력했다. 당혹스러운 상황 속 구단은 16일 오전부터 비상이 걸렸고 결국 회의를 통해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보내는 조치를 취했다. 구단 전체적으로는 이용규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당혹감과 아쉬움이 강하게 읽혔다. 이용규는 16일 오후 1시에 시범경기가 열림에도 12시가 가까워져서야 출근하며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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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베테랑야수 이용규(사진)가 비시즌 계약을 맺고 전지훈련까지 소화한 뒤인 지난 15일 돌연 트레이드를 요청해 팀과 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진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인 이용규 모습. 사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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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사정을 보면 이용규는 FA 재계약과정, 입지축소, 향후 1군 기용 불확실 여부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규는 비시즌 한화와 2+1년 총액 26억원에 계약했는데 사실 총액은 26억원이지만 보장된 금액은 10억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용규 입장에서 입지가 축소된 상태서 많은 옵셥이 포함된 계약을 맺게 된 것. 한화는 지난 시즌 11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리빌딩이 성공, 젊은 선수들은 급성장했고 반면 이용규 등 일부 베테랑들은 팀 기여도가 줄었다. 계약 때 이런 흐름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캠프 때 한용덕 감독은 이를 어느 정도 의식, 정근우 등 베테랑 선수들을 거듭 칭찬하며 베테랑 기 살리기에 신경을 썼다. 이용규는 주전라인업에 포함됐고 이는 경기마다 라인업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이용규가 주 포지션인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옮겨졌고 타순도 내려가며 역할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기회를 상실했다고 보긴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 돌발 트레이드요청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용규 입장에서 서운할 만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외야수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정이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용규는 FA로 계약을 했고 캠프까지 참여했다. 공식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도장을 찍고 외부에 공표한 것이다. 캠프에 참여해 주전급 후보로 매 경기 경쟁에도 나섰다. 팀은 그대로 시즌 준비를 마쳤고 희망차게 새 시즌을 시작하려던 순간, 이때 돌발 트레이드를 요청해 팀 분위기는 물론 야구팬, 나아가 리그 전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말았다. 모두가 새 시즌에 의기투합 중이던 한화 구단은 돌발상황에 어수선해졌다. 구단 관계자들 모두 내심 착잡함을 숨기지 못했다. “허무하다”며 기운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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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사진)의 돌발행동에 한화는 물론 팬들 야구계 전반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모든 직업이 그렇듯 매 순간이 경쟁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프로야구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한화가 제아무리 리빌딩 중이라도 이용규급 베테랑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데 기회도 주지 않고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냉정히 따져보면 한 감독 구상 안에 이용규는 포함돼 있는 상태라 이 조건마저 성립되지 않는다. 단, 과거와 달리 그 경쟁이 유리한 구도로 치러지는 게 아닐 뿐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프로로서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 모든 이유를 떠나 과정이 아름다워야 존중 받을 수 있다. 이용규 입장에서 어떤 이유가 숨어있던 계약을 맺고 개막 일주일 전, 팀을 나가겠다는 것은 구단은 물론 응원하는 팬들을 황당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용규는 스프링캠프 당시 인터뷰에서 “옵션은 내가 해야 할 일”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반응했는데 조건이 생각과 달랐다면 계약을 맺어선 안 됐다.

우리 사회는 전부 크고 작은 계약으로 돌아간다. 계약은 약속이고 이는 치명적인 변수가 아니고서는 이행을 기본으로 한다. 구단과의 계약은 나아가 팬들과의 계약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책임감이 필수란 것이다.

hhssjj27@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