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국 평균수명 90세 최초국가 될 것…제약·바이오산업 키워야"

Shawn Chase 2018. 10. 15. 18:22

케네스 프레이저 MSD 회장이 말하는 헬스케어 혁신

전자·車·조선으로 일어선 한국
바이오등 신산업 육성하려면
지재권·보상 시스템 갖춰야

암투병 카터 전 美 대통령
MSD 약으로 넉 달 만에 완치

  • 김혜순 기자
  • 입력 : 2018.10.14 17:37:34   수정 : 2018.10.14 20:31:15
  •  다시 보는 세계지식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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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지난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케네스 프레이저 MSD 회장이 바이오·제약업계가 당면한 도전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헬스케어 산업 혁신과 이를 위한 연구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모험입니다. 모험을 감수한 기업에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고 연구개발(R&D) 성과를 무상으로 공유하라고 강요한다면 더 이상 `불치병을 낳게 하는 신약`의 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케네스 프레이저 MSD 회장이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지식포럼 `헬스케어 혁신 : 생명을 위한 발명` 세션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막고 인류 건강과 보건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개인들이 공익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사익만을 위해 사회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남용해 결국 고갈시켜 버림으로써 공동체 전체가 파국을 맞게 된다는 경제 이론이다.
    제약사가 하나의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임상시험을 거쳐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을 받기까지 평균 10~15년의 기간,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개발비가 소요된다. 프레이저 회장은 "많은 사람이 의약품 특허제도나 높은 약가에 대해 불평하지만 이런 제도적 보호장치와 충분한 보상이 없다면 아무도 리스크를 지고 신약 개발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어떠한 신약도 개발되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고령화 추세를 보면 한국은 평균수명이 90세를 넘어서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 이라며 "전자 자동차 조선 등을 세계적 산업으로 키워낸 한국 정부는 이제 제약·바이오 산업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지식재산권 보호제도를 구비하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며 "보상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산업이라면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자본을 유치할 수 없고 그 경우 산업이 번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회장은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로서 월가 투자자들에게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그렇다면 그 인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고귀한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명감이 있고 이 사명감이 실제 R&D를 지속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이 높은가, 아닌가가 의사결정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이저 회장은 "신약이 개발 후 특허로 보호되는 기간은 20년으로 다른 지식재산권에 비해 짧은 편"이라며 "세계적 가수 비욘세의 노래만 해도 비욘세 사망 후 70년까지 보호된다"고 지적했다. 신약 개발 20년 후 특허가 끝나면 누구라도 복제약(제네릭)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의 R&D 투자가 사회로 환원되는 것이다.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은 아픈 환자들을 치료하고 인류 수명을 연장시키는 긍정적 외부 효과를 가져온다.

    프레이저 회장은 "유엔에서는 가장 큰 21세기 변화 중 하나로 수명 연장을 꼽고 있는데 항생제와 백신 개발이 끼친 영향이 크다"고 소개했다. 1992년 이전까지 B형간염으로 매년 중국인 50만명이 사망했다.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출생 시 어머니에게서 감염됐다. MSD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백신 사업을 펼치고 B형간염 제조 기술을 이전했다. 25년 전 첫 B형간염 백신 생산 공장을 설립한 후 매년 2000만개 백신 생산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는 1억9000만개 백신이 생산된다. 중국 내부 통계에 따르면 백신 도입으로 2800만명이 B형간염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했다. 오늘날 5세 미만 유아 중 1%만 감염된다.

    프레이저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백신 거부 운동`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에는 `안아키(약을 쓰지 않고 아이 키우기)`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개인은 물론 백신을 맞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모두가 백신을 맞지 않으면 공동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이 되고 결국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만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유럽 홍역 발생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어 상반기에만 4만1000명 넘는 사람이 감염되고 37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2016년 한 해를 통틀어 감염자가 5273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불과 2년 새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 MSD는 어떤 회사

    ▷MSD는 폐렴, 수두 등 주요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글로벌 3대 제약사다.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캐나다에서는 머크(Merck & Co. Inc.)로, 그 외 국가에서는 MSD로 불리고 있다. 최근에는 91세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암을 4개월 만에 완치시킨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개발했다. 지난해 MSD는 140개국에서 매출 401억달러(약 44조6000억원)를 올렸다.

    [김혜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