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 과학자로서 진실 알리겠다"

Shawn Chase 2018. 9. 3. 01:47
경제 홈최인준 기자 
입력 2018.09.01 03:07

"40년 넘게 원자력 학계에 몸담으면서 탈(脫)원전이 시작된 최근 1년이 가장 어둡고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우리 사회가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과학자로서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국내 원자력계 권위자인 황일순(65·사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31일 정년 퇴임을 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전문가들의 도전과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현 정부가 이를 한순간에 허물어뜨리고 있다"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면서 탈원전 기조가 더 공고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탈원전으로 원자력 산업뿐 아니라 전문가를 양성할 학계도 고사 위기에 놓였다"며 "한국 원자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고 이 분야를 택한 후배 연구자들과 교수들을 두고 학교를 떠나는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1971년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에 입학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황 교수는 세계원전수명학회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전수명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전 안전 분야 세계적 전문가다.

그는 "오랫동안 탈원전을 준비한 독일의 에너지 정책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일본도 다시 원전 가동을 늘리며 세계 각국이 원전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며 "신재생 에너지를 크게 늘리겠다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원전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여름 전력난 우려가 나오자 원전 재가동을 앞당겼듯이 탈원전 정책이 국가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현 정부 내에 제대로 된 원자력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며 "한국 원전은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정부와 시민단체에서는 비과학적인 기준으로 지나치게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자력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탈원전 사태는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한 원자력 전문가들의 잘못도 크다"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다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