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아파트의 대전환을 알리는 5가지 트렌드

Shawn Chase 2018. 7. 31. 18:42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



입력 : 2018.07.31 05:00


[트렌드 터치] 소득 3만달러 시대, 한국 주택의 미래는?

한국은행은 지난해 2만9745달러를 달성한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3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집은 어떻게 변할까.

자산으로서 주택의 가치는 여전하겠지만 거주 가치가 소비자 선택 과정에서 획기적으로 중요해지는 추세다. 요즘 새 아파트 분양 시장이 뜨거운 이유도 기존 주택 매매보다 제도적으로 유리한 때문만은 아니다. 소위 ‘신상’(최신 상품)이 좋은 건 여성들의 백(bag) 뿐만이 아니다. 가장 고가품인 주택도 마찬가지다. 지은 지 30년 넘은 집들은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시대의 수준과 기준에 맞춰 지었기에 현재 소비자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상품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다.

양적인 충족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다음은 질적인 단계로 넘어간다. 이제 차원을 뛰어넘는 퀄리티가 요구되는 퀀투퀄(Quantity to Quality, 질적 소비)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1. 넓이에서 3차원 공간으로 바뀌는 평면

과거의 집은 보통 바닥 면적, 즉 평형으로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를 최소 2.2m 이상으로 규정한다. 20평이나 40평이나 바닥 면적과 상관없이 천장 높이는 대개 2.3~2.4m로 똑같았다. 주거 공간의 질적 전환점에 선 현재 2차원적 바닥 면적만으로 주택 규모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200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진은 천장이 높아지면 창의력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국내 아파트 천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피데스개발 R&D센터

과거 펜트하우스(penthouse)나 대형 빌라에만 선보였던 높은 천장이 중소형에도 적용되면서 3차원 입체 공간 소비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발 빠른 기업들은 토지 상황에 따라 천장을 높이고, 복층(復層) 구조나 테라스 공간을 적용해 똑같이 찍어내던 공동주택에도 다양하고 입체적인 공간 상품을 대중화시키는 추세다.

최근 경기도 안양 평촌신도시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가 대표적. 층별로 천장 높이를 2.4~3.0m까지 차별화한 상품을 내놔 수요자 호응이 좋았다. 기준층 천장 높이는3.0m이지만 1층은 3.6m까지 획기적으로 높였다.

2. 빨래·음식 문화 바뀌면 가사 공간도 변신

수 년전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아파트 세대 내 주방 동선(動線)과 배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표준 평면을 대대적으로 바꾼 적이 있다. 새로운 가전제품이 내부 공간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최근에 새로운 아이템이 눈에 띈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창문을 열기 어려워지면서 빨래건조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대표적. 이제는 세탁기에서 꺼낸 무거운 빨래를 남향 건조대로 옮겨 말리는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빨래건조기 구비가 필수인 외국인용 임대주택 수요 증가 추세도 한몫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쓸 수 있도록 충분한 면적의 세탁실이 세대 내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도록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그동안 세탁기 따로, 건조공간 따로였던 공간 배치가 트렌드가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배치하는 세탁실(오른쪽) 설치로 바뀌고 있다. /피데스개발 R&D센터

3. 실내체육관에 스카이라운지까지 등장

수 년전부터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를 고를 때 커뮤니티시설이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기 시작했다. 시설 종류도 다양해졌다. 피트니스센터, GX, 골프연습장 등 운동시설은 기본이고 대형 단지에는 실내수영장도 등장했다. 사우나, 게스트룸, 클럽라운지, 코인세탁실, 키즈룸, 계절창고 등 점점 다양한 생활편의시설로 진화 중이다.

대형 실내체육관도 등장했다. 배드민턴 코트 3개가 배치되는 크기로 농구장, 탁구장 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이 가능하다. 미세먼지 증가 등으로 바깥 활동이 제한되는 추세여서 계절이나 날씨와 상관없이 365일 온 가족이 생활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실내체육관은 향후 더 인기 있는 필수공간이 될 것이다.

경기도 용인 기흥역 파크푸르지오 아파트에 설치된 실내체육관. /피데스개발 R&D센터

스카이라운지와 스카이브릿지도 선보이고 있다. 전망 좋은 꼭대기층에 만들어 입주민 누구나 멋진 뷰를 감상하며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즐기는 시대가 열린 것.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층이나 런던 타워브릿지에서 볼 수 있는 투명 바닥을 설치해 익스트림레포츠의 짜릿함까지 선사하는 단지도 나왔다.

경기 안양 평촌역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에 설치될 스카이브릿지. /피데스개발 R&D센터

4. 레디 메이드에서 맞춤형 평면으로 진화

우리나라는 아파트 위주의 공동주택이 중심이다. 경제적이고 편리한 장점이 있지만 습식 온돌과 콘크리트 벽식 구조여서 내부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집을 자유롭게 꾸미고 싶다면 단독주택으로 옮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신규 분양 시 제공하는 선택 옵션은 가변형 벽체나 가전제품 옵션 몇 가지 정도다.

하지만 280가구 규모인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에는 20가지 평면 타입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같은 타입에서도 침실 3개에서 1개까지 가족 수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자녀들이 출가한 노부부가 주택 다운사이징을 할 경우, 방 개수를 줄이는 대신 거실을 넓힐 수 있도록 가변성을 높인 것이다. 신혼부부나 스타트업 사무실로 쓸 젊은 층에게도 다기능 맞춤 공간이 된다.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의 전용 84㎡ A1타입에는 다양한 선택 옵션이 있다. /피데스개발 R&D센터

집안 내부 골조만 지어 분양해 내부 인테리어를 입주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 ‘골조 분양 아파트’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한 골조 분양 아파트는 내부 마감을 생략하는 방식으로 입주자가 직접 내부 인테리어를 시공할 수 있도록 했다.

5. 청소·식사제공 등 서비스 수요 증가

지금까지 주거공간이 물리적 시설과 하드웨어 위주로 개발돼 왔다면 최근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수요가 진화하고 있다. 2017년 갤럽조사 결과, 일상에서 누군가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1위는 청소서비스였다.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뿐만 아니라 대청소, 이사청소 등 실제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3위를 차지한 피트니스센터PT와 여가프로그램제공 서비스의 인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갤럽이 아파트 입주자 대상으로 주거서비스 이용 의향을 조사한 결과. /피데스개발 R&D센터

식사제공 서비스도 눈에 띈다. 올해 입주 예정인 경기 용인시 ‘기흥역 파크 푸르지오’와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단지 내 상가는 식품전문기업인 SPC-GFC의 식음료 서비스인 ‘쉐어키친(Share kitchen)’을 제공할 예정이다. 쉐어키친은 맞벌이 부부와 은퇴 부부가 증가하는 사회 현상을 고려해 주부들의 식사 준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매일 다른 건강식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