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안희정재판을 계기로 본 불륜 정치인의 아내들

Shawn Chase 2018. 7. 21. 19:35

힐러리, 르윈스키 스캔들 때 욕하고 싸우면서도 공식석상에서는 옹호,

스피처(뉴욕지사), 워런(하원의원)의 아내는 남편 기자회견 참석, 슈워제네거 부인은 별거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지난 713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재판정에서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였다. 이날 민주원씨는 시종일관 안 전 지사가 '불륜'을 저지르기는 했어도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날 김씨를 처음 봤는데 (남편에게) 달려오면서 '지사님~'이라고 하는 걸 보고 볼에 홍조를 띤 애인 만나는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
"그날 (김씨가)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대해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부인을 재판정에까지 세운 것은 비겁한 짓이며, 매우 잔인한 일"이라며 안 전 지사를 비난했다. 그는 "그녀는 남편이 아니라 두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나왔을 것"이라며 "안 전 지사는 부인에게 남편으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했다. 그의 최선은 부인을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다. (부인을) 재판정에 나오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라고 했다.

정치인인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을 때, 부인이 속마음이야 어떻든 오히려 남편을 방어해 주는 모습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힐러리 클린턴이다. 힐러리는 남편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자 대판 싸우면서도 밖에서는 남편을 감싸주었다.
나중에 백악관 직원들이 회고한 바에 의하면 스캔들이 터지자 힐러리는 "이 망할 자식"이라며 빌 클린턴과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했고, 램프를 집어던져 침대가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빌 클린턴은 침대에서도 쫓겨나 서너 달 동안 2층 침실에 딸린 조그만 서재의 소파에서 잠을 자야 했다.
하지만 공식석상에서는 달랐다. 힐러리는 "극우세력의 음모"라면서 공화당을 비난했다. 르윈스키에 대해서도 과거의 페미니스트답지 않게 "창녀 같은 ×"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힐러리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 때문에 남편의 스캔들을 참고 넘어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힐러리에게 배운 사람이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의 아내 실다였다.
뉴욕주 검찰총장, 주지사로 '적폐청산'에 앞장서 엘리엇 스피처는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던 인물. 민주당의 대권주자 후보 물망에도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그가 고급 콜걸과 어울렸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인 체이스맨해던의 잘나가는 기업 인수합병(M&A) 변호사였지만, 자신의 경력까지 포기하면서 남편을 내조해 왔던 아내 실다는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도 남편에게 "성급하게 사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남편의 기자회견 때에도 남편의 곁을 지지면서 '나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거야'라는 듯한 눈초리로 카메라를 차갑게 응시했다.
스피처 전 지사 측근의 아내는 그녀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야말로 숙녀"면서 "그녀처럼 주위에 남아 남편을 지켜줄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실다가 굴욕을 감수하며 남편의 기자회견장에 나온 것은 언론 보도가 더 커지는 것을 막고 남편의 주지사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다는 남편이 정계에 입문할 당시 힐러리 클린턴에게 '정치인의 아내'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어쩌면 위기에 처한 남편의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그때 힐러리의 조언 때문인지도 모른다.

앤소니 워너 전 민주당 하원의원의 아내 후마 애버딘도 남편의 섹스스캔들을 감싸주었다.
워너는 201120대 여성에게 속옷만 입은 사진을 트윗으로 보낸 사실이 들통나 하원의원직에서 사퇴했다. 워너의 기자회견 때 후마는 그의 곁에 서서 남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2013년 워너는 뉴욕시장 선거 민주당 경선에 나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20대 여성과 음란 사진과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해서 결국 낙마했다. 이때 후마는 "남편을 사랑하고 용서했으며 믿는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시장 후보로 나서기 전에 섹스팅 사실을 고백했으며 "남편의 부적절한 행동에 적지 않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가정을 지키는 게 옳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래도 워너는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2016년 그는 10대 소녀에게 음란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FBI가 이를 수사하기 시작했는데 사건은 엉뚱한 곳으로 비화됐다. 그의 아내 후마 애버딘은 당시 힐러리 미국 국무장관의 비서실 차장이었다. 워너의 노트북에서 후마의 업무용 이메일을 발견한 FBI는 이 이메일이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했다.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의 대선 패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함께 나아갈 것'이라던 후마는 결국 워너와 이혼했다.

2008
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아내 엘리자베스 에드워즈는 아직도 많은 미국인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여성이다.
잘나가는 여성 변호사였던 그녀는 남편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성실하게 내조했다. 1998년 남편이 정치에 뛰어들자 매일 선거전략 회의에 참석하고, 유세장을 돌며 연설했으며, 기자회견에도 활발하게 응했다.
1996년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의 시련도 이겨냈다. 2004년 그녀는 유방암에 걸렸지만, 의연하게 대처했다. 에드워즈는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했다"며 잉꼬부부임을 과시했다. 잘생긴 정치인의 순애보에 미국은 감동했다.
하지만 그건 위선이었다. 남편 에드워즈는 2008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며칠 후 자신의 외도를 고백했다. 엘리자베스는 회고록에서 "절규했다. 목욕탕으로 달려가 토하고 말았다"고 술회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언론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중도하차를 요구했지만, 존 에드워즈는 출마를 강행했다. 민주당 경선 기간 중 그녀는 남편 곁을 지키며 응원했다. 하지만 언론이 존 에드워즈의 불륜을 추적, 폭로하기 시작했다. 선거운동을 돕던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존 에드워즈는 경선을 포기했다.
엘리자베스는 유방암이 재발해 결국 2010년 세상을 떠났다. 많은 이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엘리자베스는 150만 달러가 넘는 유산을 자녀들에게만 물려주는 것으로 남편에게 복수(?)했다.

배우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는 남편과 별거했지만, '친구'로 지내고 있다.
마리아 슈라이버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딸로 뉴스 앵커와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보디 빌더 출신의 액션 배우였던 슈워제네거가 정치적으로 입신할 수 있던 데에는 명문가 출신 아내의 덕이 컸다.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지사로 출마할 때 마리아는 반대했지만, "남편의 야망을 꺾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에 남편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
20115월 두 사람이 별거 사실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마리아가 민주당 성향인 반면 슈워제네거는 공화당 소속이라는 정치 성향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나왔다. 며칠 후 슈워제네거가 가정부와 혼외정사를 통해 자식까지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리아는 "고통스럽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어머니로서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며 사죄하는 가정부에게는 "괜찮다"며 오히려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슈워제네거는 "가족과 친구들의 분노와 실망을 이해하며 변명의 여지 없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아놀드와 마리아는 이혼소송에 들어가 한때 재산분할에 합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정식으로 이혼하지는 않고 있다. 마리아가 가톨릭 교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놀드의 생일에 모습도 나타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28세 연하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는 사진이 얼마 전 공개되기도 했다.

한때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물망에 올랐던 마크 샌포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아내 제니는 가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지를 줬지만, 남편은 결국 애인과 재혼했다.
마크 샌포드는 
2009년  애팔래치아산맥으로 하이킹을 간다고 해놓고 휴대폰까지 끄고 사라져 버렸다. '실종 소동'이 벌어졌다. 샌포드는 그 시각에 아르헨티나로 가서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금융회사의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 출신인 그의 아내 제니 샌포드는 "만약 남편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최소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기회를 줬지만, 샌포드는 그녀와 이혼하고 아르헨티나 애인과 재혼했다. 샌포드는 2011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어 재기했으며, 2016년 미국 대선 때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앞에서 살펴 본 정치인의 부인들을 보면 대개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쟁쟁한 커리어 우먼들이고 남편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헌신한 아내들이었다. 그들이 쓰디쓴 배반을 맛본 순간에도 일단은 남편을 감싸주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것은 어쩌면 가족을 지키겠다는 생각 외에 '자존심'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입력 : 2018.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