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정보통신산업의 발전 경험에서 배워야 할 교훈

Shawn Chase 2018. 7. 9. 21:46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 2018.07.06 04:00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정보통신산업의 발전 경험에서 배워야 할 교훈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1호기는 웨스팅하우스의 원천설계 기술로 지어졌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국내 기술력이 높아져 이제 원전 수출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국내 원전 포기 정책으로 기술력이 후퇴할까 걱정이다. 고등훈련기, 고속철 차량 등도 선진 기술도입과 기술이전으로 국산화와 수출까지 성공한 분야이다.

1980년대초 백색전화, 청색전화하며 전화보급이 부족하던 시대에 전자식교환기 개발을 결정했다. 선진국 4개 교환기 회사와 국내 회사들을 짝을 지어주고 전자통신연구소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산화에 성공해 전화기 100% 보급을 앞당겼다.

이어 1990년대에는 디지털방식 이동전화 시스템을 전세계 추이인 TDMA 대신 퀄컴사가 개발한 CDMA를 채택하는 모험적 결정을 해 최초의 상용국이 되는 개가를 이루어 냈다. 워낙 세계 최초 상용화를 강조하다 보니 CDMA를 우리 기술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CDMA 결정은 휴대폰 제조 강국이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노키아, 모토롤라 같은 강자들이 규모가 작은 고립된 국내 시장을 포기한 틈에 LG, 삼성을 비롯한 여러 휴대폰 제조사가 출현했다. 국내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기술표준의 제약을 두기도 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CDMA를 채택하는 미국, 중국 등의 후발 상용국을 대상으로 수출의 길을 열었다.

200911월에 기술적 제약과 시장에서의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KT가 전격적으로 아이폰 도입을 결정했다. 일부 휴대폰 제조사는 KT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초기엔 실패작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삼성이 세계적인 업체로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KT가 적절한 시기에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았으면 삼성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타이밍을 놓쳤을 수도 있다.

디지털교환기로부터 CDMA를 거쳐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성공과 실패의 과정이 있었지만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끝내 꽃 피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5G 서비스가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국내업체의 개발은 늦어지고 있는 반면 중국의 화웨이는 출시를 눈앞에 두고 국내업체의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업체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에 반대 기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5G와 드론을 중국과 협력하지 말라고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가 시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데다 가격까지 비싸다면 통신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마트폰도 애플과 달리 OS와 플랫폼(애플은 iOS와 앱스토어 및 애플뮤직)을 장악하지 못해 폰의 기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중국업체들과 같이 기능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 폰이 출현하면 한국업체들이 노키아나 모토롤라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1990년대에는 국산컴퓨터를 개발한다면서 가격, 성능, 안정성 어느 면에서도 나을 게 없는 걸 만들어 놓고 공공기관들에게 강압적으로 사용토록 해 사용자들을 어렵게 하고 불만을 산 적이 있다. 결국 국산컴퓨터 프로젝트는 사라지고 말았다.

소프트웨어는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를 지원한다면서 정부기관이 아직도 아래아한글이나 안랩의 보안프로그램만 사용하는 정책으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몇개 업체만 약간의 성공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0여년 간 추진되어 온 정보통신 산업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 보면 몇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선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완성도가 부족한 결과물을 강제로 채택해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외화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참고 사용해야 하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모든 프로젝트에 조금씩 투자할 것이 아니라 성공 확률이 있고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선별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사실 정보통신 분야에서 개발 시도는 많았으나 민간이 주도한 반도체, 스마트폰, 게임을 빼면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결과물이 별로 띄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세계 100대 기업 안에 국내업체가 하나도 없다. 어떻게 소프트웨어 중심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을 좀 더 개방해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업체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보호막을 치면 지원받은 당사자를 빼면 결국 산업을 망치게 된다. 정부가 치고 있는 보호막이 기존 몇몇 업체들의 기득권 보호막이 되어 새로운 혁신기업들의 출현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의 소프트웨어 채택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원하고 끌어주고 사용해주고 보호해주는 정책은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 철저하게 경쟁을 기반으로 혁신기업이 끊임없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발주자의 기득권으로 인해 새로운 혁신기업의 탄생을 막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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