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간병기' 3대 경호팀 총출동… 싱가포르 세기의 경호戰

Shawn Chase 2018. 6. 10. 22:12
  • 박성우기자
  • 김명진 기자


  • 입력 2018.06.10 14:08 | 수정 2018.06.10 14:34


    10일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도착
    숙소·회담장, 외부인 통제 “경비 강화”
    구르카·비밀경호대·호위사령부 총출동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미국, 북한, 싱가포르 정부의 경호전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기간 숙소로 사용할 예정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정문 앞에는 대형 성조기와 함께 금속 탐지기, X레이 검색대가 등장했다. 호텔 곳곳에서는 총기를 휴대한 경찰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가슴에 붉은 배지를 단 북한 경호원들도 호텔을 누비며 경호 상황을 챙겼다. 또 호텔 인근에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경찰의 장갑차도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캐나다를 떠나 전용기에 탑승, 10일 오후 3시 현재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0일 오전 평양을 떠나 이날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와 중국 에어차이나 민항기 등이 시차를 두고 떠나 어느 항공기로 떠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경호 문제일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 경호 3대축…구르카·비밀경호국·호위사령부
    김정은의 ‘신변 안전’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회담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은 물론, 싱가포르 당국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상회담의 경호에는 싱가포르 경찰 및 특공대를 비롯해 미국 비밀경호국(USSS, United States Secret Service), 북한 호위사령부가 맡게 된다. 인구 560만명인 싱가포르는 군인 33만명, 경찰 1만2000명 등 총 35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싱가포르 경찰에 소속된 구르카 용병은 1800명 수준이다.

    국내 경호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위해 투입된 의전·경호 인력이 1000여명 이상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싱가포르 도심과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 외곽 경호는 싱가포르 경찰과 ‘세계 최강의 용병’으로 꼽히는 네팔 ‘구르카 용병’이 맡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르카 병력을 포함한 싱가포르 경찰이 회담장 주변과 도로, 호텔 등의 경비를 맡는다. 현재 싱가포르 경찰에 1800여명의 구르카족이 소속돼 근무한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아시안안보회의’에서 경호를 맡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구르카 족 용병들은 현재 벨기에제 공격용 소총인 에프엔스카(FN SCAR) 등으로 무장했지만, 그들의 상징인 단검 ‘쿠크리’도 반드시 몸에 지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구르카 용병대 소속 한 병사가 무장강도 40명을 혼자 제압해 화제가 됐다.
    경호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근접경호에는 이미 신분이 확인되고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소수의 경호팀이 가동될 것이고, 각종 화기를 소유한 무장팀이 숙소나 회담장 주변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르카 용병이 아무리 충성심이 높고 막강하다 하더라도 제 3의 용병이기 때문에 두 정상의 근접경호보다는 외곽과 도심 경비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근접경호는 국토부 산하 비밀경호국의 특별요원(Special Agent)이 담당한다. 대부분 석박사 출신으로 경호에 필요한 무술훈련도 받는다. 비밀경호국의 특징은 인력 뿐만 아니라, 최첨단 장비로 꼽힌다. 싱가포르 현지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 9일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미군의 장거리 전략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3’가 도착해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수송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차량인 ‘캐딜락원’과 경호용 특수차량을 공수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동 행렬은 캐딜락 원과 경호원을 태운 방탄차량(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구급차 등 50여대로 구성될 전망이다.
    또 C-17 글로브마스터3에는 미국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을 싣을 수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회담 때 캐딜락 원이 아닌, 마린원 헬기를 따고 센토사섬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장면(위),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경호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탑승차량을 V자 형태로 경호하는 모습(아래). /연합뉴스·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의 근접 경호는 이른바 ‘김정은 친위대’로 불리는 호위사령부가 맡는다. 이미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V’자 형태의 이른바 ‘방탄경호’를 보여준바 있다. 호위사령부의 가장 큰 강점은 ‘충성심’과 ‘단호한 대응’이다. 한 탈북민은 “북한국 내 어떤 특수부대도 김정은 경호 부대에 한참 못 미친다”며 “말 그대로 몸을 던져서, 김정은을 보호해야 하는 자리라서, 신체의 극한까지 훈련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현재까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이용할 차량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김정은이 방탄차로 메르세데스벤츠의 S600 풀만가드 차량을 애용한다는 점만이 알려졌을 뿐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올해 3월 중국 베이징 방문 때도 전용열차에 풀만가드 차량을 싣고 가서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싱가포르까지 공수했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부 싱가포르 현지 매체는 “김정은이 싱가포르 정부에서 제공하는 BMW 760Li 방탄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해적도 인정한 요새 ‘센토사섬’
    회담장인 센토사섬은 가장 높은 강도의 보안경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현직 지상군 작전 관련 군간부 A씨는 “중요 장소에 대한 경계나 지뢰 수색 등의 작전을 진행할 때는 집중적으로 5m~10m 간격을 두고 인력을 배치하는 게 원칙”이라며 “호텔 내외부와 섬외곽을 비롯 하늘, 바다길 등 섬 경호에만 최소 200~300명의 인원이 투입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심을 지키는 군, 경찰, 공무원 인력까지 포함된다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고, 미군이다 보니 드론 등 최첨단 장비가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회담 장소인 카펠라 호텔은 총 5층으로, 한 층이 넓은 구조라 보안과 수색작업이 편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화재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초고층 빌딩에 비해 지상이나 외부로 탈출하는 시간이 짧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의 조감도. /호텔 홈페이지 캡처


    대개 층이 낮을 경우, 저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카펠라 호텔은 센토사섬 안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런 단점도 상쇄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오히려 고지대인 데다 주변이 울창한 거목(巨木)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 호텔 내부를 쉽게 볼 수 없다. 호텔도 250여m의 구불구불한 진입로만 차단하면 접근이 불가능해 경호면에서 지리적 여건이 좋은 편이다. 카펠라 호텔은 지난 6일부터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바다 경비인력은 더 많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년 경찰청 경호과장은 “섬이 경호가 용이할 것 같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일 뿐”이라면서 “바다 속으로 접근할 가능성까지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현식 제주지방경찰청 경호계장은 “2009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도 해경과 해군의 협조를 받아 구축함을 띄우고 잠수함도 띄웠다”면서 “공중, 바다, 바다 속까지 커버해야하기 때문에 육지 경호보다 인력과 장비가 더 많이 투입된다”고 했다.

    하늘길, 바다길 통제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11~13일 사이 비행기들의 싱가포르 상공 비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센토사섬 주변 해역의 선박 통행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업체 관계자는 “센토사섬이 딱 틔인구조로서,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띄워 경호할 경우 바다 경계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오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미북정상회담을 갖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0/20180610006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