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아이폰X 뜯어보니 '메이드 바이 삼성·LG·SK'

Shawn Chase 2017. 9. 14. 01:51

최대 수혜는 한국 기업 

삼성디스플레이, OLED 독점공급 
LG이노텍, 얼굴 인식 카메라 
SK하이닉스도 3D 낸드 납품 

비에이치·인터플렉스는 휘어지는 연성 인쇄 회로기판
中企 엔디포스는 방수 테이프



“애플 ‘아이폰X’의 판매 가격과 공급 물량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단독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달려 있다.” 


궈밍치 대만 KGI증권 연구원이 지난 7일 배포한 보고서의 요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어느 정도 가격에 얼마나 많은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아이폰X 판매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아이폰X는 과거 아이폰 시리즈에 비해 한국산 전자부품 의존도가 높아졌다. OLED는 물론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카메라 등 아이폰X의 혁신 기능 대부분이 한국산 전자부품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아이폰X가 많이 팔리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국가 중 한 곳이 한국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애플이 아이폰의 상징이던 전면부 아래 홈 버튼을 없애면서 도입한 플렉시블 OLED 패널은 모두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 비에이치 인터플렉스 등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도 대거 납품 계약을 따냈다. 이들 업체는 아이폰X에 연성 인쇄회로기판(PCB)을 다량 공급한다. 플렉시블 OLED에는 딱딱한 경성 PCB 대신 휘어지는 연성 PCB가 필요한데 애플로서는 이들 기업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사용자 얼굴을 인식하는 아이폰X의 트루뎁스(true depth) 카메라와 뒷면의 듀얼카메라는 LG이노텍이 생산한다.

또 최대 256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아이폰X의 메모리 용량은 한국 반도체기업의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것이다. 각종 전자부품이 빽빽하게 들어찬 스마트폰 내부에 저장 용량을 늘리려면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야 하는데 이는 3D낸드로만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이폰X에 들어가는 3D낸드의 60%가량을 공급한다. 배터리는 LG화학과 삼성SDI가 일본 및 중국 업체와 함께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아이폰X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OLED 입자도 제조한다. 국내 중소기업인 앤디포스도 아이폰X에 방수·방진용 테이프를 납품하고 있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단일 부품에 여러 공급처를 두고 경쟁시키는 ‘멀티벤더(multi-vendor)’ 방식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OLED 디스플레이와 트루뎁스 카메라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단독으로 공급하는 부품이다. 애플은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샤프 등 다른 기업에 설비는 물론 연구개발 자금까지 일부 지원했지만 눈높이에 맞는 부품을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부품 성능이 높아질수록 애플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배터리에서도 멀티벤더 전략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모양을 ‘L자’ 형으로 제작해 스마트폰 내부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는 배터리를 채택할 계획인데 이는 LG화학만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