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한국 일사량, 美의 70% 수준… 태양광 발전 비용 2배나 들어

Shawn Chase 2017. 8. 12. 22:47


  • 김성민 기자
  • 산타마가리타(미국)=강동철 특파원


  • 입력 : 2017.08.12 03:14 | 수정 : 2017.08.12 05:54

    [신재생에너지 '10%의 벽'] [上] 태양광 發電, 한국의 한계

    美는 대평원에 패널 900만장… 한국은 야산 깎아 겨우 13만장
    에너지 전문가들 "태양광 등 新재생에너지는 토지 집약적… 山 많은 한국서 빠른 확대는 무리"

    국토 좁아 패널 깔 대지도 부족
    신재생 비중 20% 만든다지만 전문가 "한국은 10%가 최대치"

    美, 부지 매입 단가가 저렴한 사람 살지 않는 척박한 땅 활용
    땅값·일사량 고려한 발전 단가… 한국 MWh당 101달러, 美 53달러
    설비 이용률, 美 21%·中 17%… 한국은 일사량 부족해 15% 수준


    국가별 연간 일사 비교 그래프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마가리타.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를 몰고 북쪽으로 3시간쯤 달리자 포도밭과 목장을 지나 검푸른 유리가 끝없이 펼쳐진 평원(平原)이 나타났다. 이곳은 미국에서 둘째, 세계에서 일곱째로 큰 태양광 발전소 토파즈 솔라 팜(Topaz Solar Farm). 축구장 4600개, 서울 여의도 3배 크기(2500만㎡) 땅에 1개당 60W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용 패널 900만 장이 빽빽하게 차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연 발전량은 1266GWh.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 발전량(3980GWh) 3분의 1에 달한다.

    강원도 영월군 남면 야산에 자리 잡은 영월태양광발전소는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다. 야산 3개를 깎아 만든 경사지를 따라 300W짜리 태양광 패널 13만 장이 깔려 있다. 부지 규모는 101만㎡. 토파즈 솔라 팜의 25분의 1 크기다.

    토파즈 솔라 팜 인근은 반경 10㎞ 내 주택 하나 없는 척박한 벌판인 반면, 영월발전소 주변에는 민가가 곳곳에 자리 잡아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풀어야 했다. 주민 김모(66)씨는 "발전소를 짓는다고 돌산을 발파(發破)할 때 집으로 돌이 자꾸 떨어져 항의하니 철제 담벼락을 설치해줬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이후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에너지업계와 학계에선 "현실화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을 늘리기엔 국토 면적이나 일사(日射)량, 발전단가 등에서 상대적으로 조건이 열등하기 때문이다. 황일순 서울대 교수는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태양광·풍력 등 순수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은 10%가 최대치"라면서 "그 이상 끌어올리려 하면 자연 훼손과 전기요금 상승 등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파즈 솔라 팜이 들어선 미국 캘리포니아는 인근 애리조나 일대와 함께 미국에서 일사(日射)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중부는 1㎡당 일사량이 연평균 220kWh가 넘는다. 비가 오거나 구름 낀 날도 드물다. 덕분에 하루 발전 가능 시간이 평균 6시간 이상. 국내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영월태양광발전소(4.2시간)보다 40% 높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들어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태양광 발전소인 ‘토파즈 솔라 팜’의 모습(사진 위). 축구장 4600개 크기의 이 태양광 발전소는 900만장의 태양광 패널로 연간 미국의 16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아래 사진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에 들어선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인 ‘영월태양광발전소’의 모습. 이곳은 국내 최대지만 미국 토파즈 솔라 팜의 면적의 4%에 불과하고, 연간 전기 생산량도 미국의 4.5%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들어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태양광 발전소인 ‘토파즈 솔라 팜’의 모습(사진 위). 축구장 4600개 크기의 이 태양광 발전소는 900만장의 태양광 패널로 연간 미국의 16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아래 사진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에 들어선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인 ‘영월태양광발전소’의 모습. 이곳은 국내 최대지만 미국 토파즈 솔라 팜의 면적의 4%에 불과하고, 연간 전기 생산량도 미국의 4.5%에 불과하다. /유튜브·박상훈 기자


    한·미는 태양광 질(質)도 차이가 난다. 한 시간 동안 1㎡ 땅에 내리쬐는 일사량이 한국은 985㎾h이지만 미국은 1400kWh. 연 일조(日照) 시간은 우리는 2312시간, 미국은 3055시간으로 훨씬 못 미친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건 나쁘지 않지만 기후 조건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풍력을 원전과 화력발전 대체재로 삼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전체 발전량의 20%를 채운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설비 이용률 낮아 발전효율 저하

    일사량이 부족하니 태양광발전소 이용률도 낮다. 평균 설비 이용률(24시간 가동했을 때 최대 설계 전력량 대비 실제 전력량)은 15%. 미국(21%)과 중국(17%)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2008년에 10% 밑으로 떨어졌다가 2011년엔 15%를 웃도는 등 들쭉날쭉이라 안심할 수도 없다. 영월발전소는 그나마 태양 위치에 따라 태양광 패널이 움직이는 최신 '추적식' 시스템을 적용, 효율이 국내 최고지만 17%를 넘지 못한다. 영월발전소 관계자는 "보통 7월은 하루 평균 4.6시간 발전하는데, 올해는 장마 등 영향으로 3.2시간밖에 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는 "일사량을 바꿀 수 없으니 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부지 없고 지역 민원 골치

    태양광 발전소 평균 설비 이용률 비교 그래프


    좁은 땅덩이도 걸림돌이다. 태양광은 통상 원전 1기 정도 발전량인 1GW 전력을 만드는 데 축구장 1300개 넓이인 10㎢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한다. 정부 구상대로 태양광 설비를 29GW로 늘리려면 서울 면적 절반가량인 290㎢가 필요하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선 만만치 않다. 영월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 때도 야산 3개를 깎아야 했다. 에너지 전공 교수는 "원전이 '자본 집약적' 발전이라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토지 집약적'"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효율을 높이더라도 국토 여건상 빠르게 확대하긴 무리"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전 단가도 비싸다. 땅값과 일사량 등을 고려한 태양광 발전 단가는 한국이 MWh당 101.86달러로 미국(53.5달러)이나 중국(54.84달러) 2배, 스페인(87.33달러)·독일(92.02달러)보다 비싸다.

    땅이 좁다 보니 건설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과 마찰도 통과 의례다. 인근에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추진 중인 충북 음성군 소이면 비산리 김종설 이장은 "태양광 발전 시설로 주변 온도가 2~3도 올라간다는데 복숭아 농사에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일부 유휴지나 도로, 건물 옥상, 농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도시 미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건물 옥상 같은 경우 발전 단가가 평지일 때보다 20~50% 비싸다는 것도 고민이다.

    ◇"태양광 뒤엔 결국 정부 재정"

    태양광 발전은 설비만 확충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발전 단가가 비싸다 보니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조금 지원이나 세액 공제 등 혜택을 줘야 한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발전 차액 보조금(FIT)이 대표적. 하지만 이 FIT는 정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문제다. 과거 우리도 FIT를 운영하다 매년 3000억원 이상씩 지출이 불어나자 2011년 이를 폐지했다. 독일과 일본·중국 등도 FIT 제도를 도입하며 태양광 설비를 늘렸지만, 나중에 재정 압박과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 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관련 업계에서는 여전히 "FIT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정부가 태양광을 키우기 위해 사업자에 대해 보조금 등 혜택을 너무 많이 주게 되면 결국 '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자칫 국민 세금으로 자생력 없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돈만 쥐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2/20170812001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