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점, 명품점 빠진채 문 여나

Shawn Chase 2017. 7. 3. 20:55

장상진 기자


입력 : 2017.07.03 18:57


관세청·인천공항공사 갈등
내년 1월 '반쪽개항' 가능성
터미널 내 패션·잡화 구역
'대기업 견제' 명분 6차례 유찰
외국계 사업자까지 사실상 배제
임대료 낮게 책정될 가능성 커
"정부기관 갈등이 국가손실 불러"



내년 1월 오픈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이 패션·잡화 구역(제3구역)에서 글로벌 유명 브랜드 상당수가 빠진 채 임시 매장 형태로 '반쪽 개항'하게 될 전망이다. 관세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권한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일정이 지연됐고, 정부가 '대기업 견제'를 명분으로 설정한 입찰 원칙·기준으로 인해 여섯 차례 유찰(流札)까지 벌어진 탓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2터미널 패션·잡화 구역 임대료는 다른 구역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져 '국가적 손실' 우려까지 나온다.

◇유명 브랜드 매장 없는 개항 불가피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관세청으로부터 2터미널 패션·잡화 사업 특허(특별면허)를 수의 계약으로 따낸 신세계DF와 임대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는 이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매장 공사 등 영업 준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시작이 한참 늦었다는 점이다. 1구역(향수·화장품)과 2구역(주류·담배·식품) 사업자는 지난 4월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로 각각 결정됐다. 더욱이 패션·잡화 코너는 입점하는 글로벌 브랜드 본사가 매장 구성과 직원 교육 등에 개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도 더 많이 든다.

실제 1터미널 패션·잡화 면세점의 경우, 2015년 2월 사업자 선정 이후 그해 9월에야 임시 매장 형태로 영업을 시작했고, 에르메스·발렌시아가 등 고가(高價) 브랜드 매장은 이듬해 2~3월에야 문을 열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강한 외국인 손님이 즐겨 찾는 에르메스·샤넬 등의 브랜드 매장은 사실상 2터미널 개항은 고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저가(低價) 계약은 또 다른 문제다. 인천공항공사는 8조9000억원짜리 2터미널 신축 공사 등 대형 사업을 국고 지원 없이 자체 수익으로 진행하는데, 이 자체 수익의 약 40%가 면세점 임대료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 제3구역 임대료로 연간 646억원을 내걸었지만, 이후 6차례에 걸친 유찰을 거치며 이를 453억원까지 낮췄다. 면세점 기업 고위 관계자는 "보통 공항 입찰 때 임대료를 공항 제시 가격에서 10~20% 더해 제출할 정도로 경쟁이 심한 편이지만, 신세계는 30% 인하된 가격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실질적으로 50% 정도 싼 가격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했다.

◇대기업 견제하다 국가적 손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의 원인을 '국가 기관 간 갈등'과 '정부의 지나친 대기업 견제'에서 찾는다. 지금까지 공항·항만 면세점 사업자는 해당 공사가 선정하고, 관세청은 선정된 사업자에 대한 심사를 거쳐 허가만 해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작년 10월 관세청이 돌연 "우리가 사업자를 결정하겠다"고 나섰고, 관세청 주장이 관철되기까지 3개월여가 그냥 지나갔다.

내년 1월 오픈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이 유명 브랜드 매장이 빠진 채 임시 매장 형태로 개항할 전망이다. '국가기관 간 밥그릇 싸움'과 '지나친 대기업 견제'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현재 운영 중인 1터미널 면세점. /김연정 객원기자



이렇게 들어온 관세청을 하나의 대기업이 여러 구역에 걸쳐 영업하는 '중복 입찰'을 금지했다. 여기에 사업자 심사 기준을 통해 사실상 '시내 면세점'을 가진 사업자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외국계 대기업도 배제했다. 그 결과 대기업에 배정된 3개 구역 중 2개 구역을 국내 면세점 업계 '빅2'인 롯데와 신라가 차지하고 신세계는 5·6회차 입찰에는 아예 단독 응찰하는 등 사실상 남은 3구역에 '무혈 입성'했다는 평가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교수는 "'반쪽 개항'도 문제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향후 공항 확장 공사 등 공항 관련 대형 사업에 그동안 안 들어가던 국민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3/20170703026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