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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현장을 가다]⑫ 18조원 美공군 고등훈련기(APT)사업 도전장 낸 KAI 가보니

Shawn Chase 2017. 4. 18. 16:51


  • 사천=안상희 기자


  • 입력 : 2017.04.17 06:05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는 지난달부터 초긴장 상태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국산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미 공군 요구에 맞게 T-50A로 개량해 지난달 말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최종제안서를 미 공군에 제출했다. APT는 미 공군의 노후화된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사업규모가 18조원(160억달러)에 달한다. 

    미 공군은 오는 9월까지 입찰 참여 업체를 실사해 올해 말 기종을 선정한다. 세계 항공업체 순위 39위인 KAI가 2030년 세계 6위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할지 반년 사이에 판가름난다. 

    KAI는 1997년 T-50 개발에 착수할 때부터 미 공군 훈련기 수주를 목표로 뒀다. KAI는 2001년 T-50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운용 성능을 입증하며 미 공군 요구에 맞게 항공전자 장비를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지난 6일 굉음이 쉴 새 없이 울려퍼지는 경남 사천 KAI 항공기동. 꼬리에 한 중동국 국기가 찍힌 T-50 7대가 납품을 앞두고 일렬로 서있었고 부품을 조립하는 리벳(rivet·동체의 강철판 사이를 연결하는 못) 작업 소리가 요란했다. 불꽃튀는 용접 공정이 이뤄지는 자동차 공장과 달리 항공기 공장에서는 하늘에서 부품이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리벳 작업을 한다. 축구장 3배 크기의 이곳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필수품은 주황색 귀마개다.


    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작업자들이 납품을 앞둔 T-50을 점검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작업자들이 납품을 앞둔 T-50을 점검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 KAI, 검증된 훈련기로 18조원 미 훈련기 수주에 도전장

    T-50은 현존하는 유일한 초음속 훈련기다. T-50 옆에 해당국 군인 3~4명이 직원 안내를 받으며 항공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남윤석 회전익생산기술팀 부장은 “훈련기 납품에 앞서 항공기와 장비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50은 한국 공군 140여대 외 인도네시아(16대), 이라크(24대), 필리핀(12대), 태국(4대) 등 여러 국가에 수출된 검증된 항공기다. KAI가 미 APT 사업 수주전을 기대하는 이유는 T-50의 운용 능력이 입증됐다는 데 있다. 

    이번 수주전에서 록히드마틴과 KAI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미 보잉과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이다. 보잉과 사브 컨소시엄은 새로 개발한 훈련기를 앞세웠다. 이밖에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미국 현지법인 활용), 시에라 네바다·터키TAI 컨소시엄도 참여했다.

    KAI 관계자는 “T-50은 고등훈련기부터 공격기까지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며 “우리 군과 4개국에 수출해 운용한 경험으로 성능과 안정성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록히드마틴·KAI가 안전성이 검증된 T-50을 기반으로 개발한 항공기로 참여해 유리하다는 시선이 많다”며 “T-50은 이미 개발비 대부분을 회수해 보잉 사브 컨소시엄의 새로 만든 항공기보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의원의 트위터. 그는 트위터에 “T-50A는 미국에 좋은 거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트위터 캡처
     미국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의원의 트위터. 그는 트위터에 “T-50A는 미국에 좋은 거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트위터 캡처

    방산업에서는 개별기업의 역량은 물론 국가간 관계도 중요하다. 이번 수주전에서 정치적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미국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10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 있는 록히드마틴 비행기술센터에서 T-50A 시범 비행 후 “T-50A 구매를 통해 북한에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확고하다는 강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트럼프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는 “T-50A는 미국에 좋은 거래가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영석 전략기획본부 부장은 “APT 사업을 수주하면 이번에 공급하는 350대 외에도 후속으로 650여대의 신규 물량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추가 수주를 감안하면 2009년 48조원 규모의 UAE 원전을 넘어선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수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작업자들이 수리온을 조립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작업자들이 수리온을 조립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 수출 노리는 수리온… “정부와의 협력 절실”

    T-50 항공기들 옆에서는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KUH) 10여대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KAI는 개발비 1조3000억원을 투입해 2012년 군용 수리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1번째로 헬기를 독자 개발한 국가로 등록됐다. 수리온은 1개 분대의 중무장 병력이 탑승해도 최대 140노트(260km/h) 이상의 속도로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한국의 산악지형을 고려해 설계돼 분당 150m 수직 상승할 수 있다. 수리온은 양산 이후 3년간 군에서 60대 이상 운영됐다.

    가까이 살펴보니 수리온의 모습이 조금씩 달랐다. 육군용 수리온 옆에 올 연말 해병대에 처음으로 납품될 수리온 기반의 상륙기동헬기가 있었다. 상륙기동헬기 하부에는 헬기를 물에 띄우기 위한 ‘비상부주장치’가 설치됐다. 비상부주장치는 공기주머니 4개에 공기를 넣기 위해 가스를 압축해 놓은 장치다.

    KAI는 수리온을 경찰·소방·산림·해상 등 정부기관용 헬기로도 개발했다. 3월말 기준 경찰·해경·산림청·지방소방본부 등 정부에서 도입하기로 한 헬기 12대 중 9대가 수리온이다. 아직 많은 숫자는 아니다. 

    지난해 수리온은 시련을 겪기도 했다. 2013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영하 32도 이하의 저온시험은 통과했지만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 미시간 주에서 실시한 일부 결빙조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수리온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초까지 납품 중단 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수리온을 적기에 전력화해 전력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겨울철 운용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관계기관들의 종합 검토에 따라 납품이 재개됐다.

    방산업계에서는 수리온 수출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KAI가 수리온에 대한 수출 마케팅을 펼칠 때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한국 정부가 수리온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다. 최병삼 헬기수출팀장은 “수리온 수출의 물꼬가 한번 트이면 그 다음에는 한층 쉬워질 것”이라며 “최근 해외 헬기 입찰에 참여할 때 기술이전 등의 산업협력, 항공기 구입자금 지원 등을 요구해오는 경우가 많아 정부와의 협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KAI는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로 1999년 당시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부문을 통합해 출범했다. 투자와 인력 중복,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정부의 빅딜 조치였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4/2017041402060.html#csidxe34fd777e8ba57c8eb0030a7edf5c6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