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국내산이 돌아온다]② 국민생선 된 연어, 동해산(産)이 노르웨이산 대체한다

Shawn Chase 2017. 1. 31. 12:15

세종 = 이현승기자



입력 : 2017.01.30 06:00 | 수정 : 2017.01.30 16:41

지난해 11월 8일, 강원도 고성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5㎏짜리 국내산 연어 10마리가 출하됐다. 일본에서도 실패한 연어 양식을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성공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동해 최북단 바다에서 아시아 최초 양식에 성공해 출하된 연어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100g에 4980원으로 수입산보다 저렴하다.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동해 최북단 바다에서 아시아 최초 양식에 성공해 출하된 연어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100g에 4980원으로 수입산보다 저렴하다. / 연합뉴스

연어는 국내에서 광어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국민생선이지만 양식이 어려웠다. 연어는 수온이 20도 이상으로 오르는 순간 폐사하는데 우리 바다는 여름철에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어 양식이 성공하면서 노르웨이가 아닌 동해 앞바다에서 자란 연어가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해수부는 “연어 양식 설비가 확대 보급 되면 국내산이 수입산 일부를 대체할 뿐 아니라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수온 올라가면 그물망 하강시키는 '부침식 가두리' 개발

연어는 강과 하천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란 뒤 산란을 위해 다시 민물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다. 민물과 넓은 바다에서 양식하는 기술이 다 필요해 키우기 까다로운 어종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양식이 이뤄지지 못했고 가끔 바다에서 잡히는 정도였다.

국내 연어 양식이 가능해진 것은 국내 수산업체인 동해STF가 개발한 '부침식 가두리’ 설비 덕분이다. 부침식 가두리는 그물망을 표층에서 수면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 평소엔 표층 가까이서 기르다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그물망을 수온이 낮은 수심 25m까지 내려 연어가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국내 수산업체인 동해STF가 최초로 개발한 연어 양식을 위한 부침식 가두리 설비. / 동해STF 제공
국내 수산업체인 동해STF가 최초로 개발한 연어 양식을 위한 부침식 가두리 설비. / 동해STF 제공

동해STF는 2014년 캐나다에서 수입한 연어 알을 부화시켜 10개월간 200∼400g의 치어로 키운 뒤 2015년 3월 바다 가두리에서 양식을 했다. 연어는 20개월 만에 5㎏까지 자라 수입산 연어와 경쟁할 만한 크기로 성장했다.

작년 11월 8일, 강원 고성군 봉포항에서 국내 최초의 양식 연어들이 출하됐다. / 연합뉴스.
작년 11월 8일, 강원 고성군 봉포항에서 국내 최초의 양식 연어들이 출하됐다. / 연합뉴스.

전세계에 연어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노르웨이에 비하면 갈 길이 멀지만 국내산 연어에도 강점이 있다. 국내 공급 가격이 1㎏당 1만3000원 수준인 수입산보다 10% 정도 저렴하다는 점이다. 수입 연어는 비행기로 운송되지만 국내산은 이런 과정이 필요 없어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하루 만에 전국 배송이 가능해 더 신선한 연어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해STF는 지난해 10월부터 롯데슈퍼와 손잡고 국내산 양식 연어를 활용한 초밥, 훈제연어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생산량과 판매처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 '저칼로리 고단백' 연어 소비 5년 새 3배 가까이 늘어

국내 연어 소비량은 지난 2010년 1만2000톤에서 2015년 3만4000톤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작년 1~10월 연어 매출은 147억원으로 광어(130억원)를 제치고 횟감용 생선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칼로리는 낮고 담백질 함유량은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잘 팔린다.

연어는 2000년대 초반 노르웨이에서 횟감용 생연어가 항공으로 직수입되기 시작한 뒤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량의 98%가 노르웨이 산이다. 수온이 낮고 물이 깨끗해 연어가 잘 자라는 노르웨이에서 잡힌 연어는 현지에서 잡힌 다음 한번도 얼리지 않은 상태로 36시간 이내에 항공을 통해 직송된다.

정부는 올해 대기업에 연어 양식을 허용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어의 경우 초기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뛰어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법상 대기업이 양식업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거나 평균 연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 연어 등 일부 어종의 양식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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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8/2017012800618.html?related_all#csidxdc6fdfa7acdc18e961159573db17c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