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0289.html
입력 : 2017.01.12 03:04 | 수정 : 2017.01.12 09:56
[인공지능 진료 2개월 보니…]
- 왓슨, 기존 관례 상관없이 처방
수술 먼저할까, 항암제부터 쓸까… 원로교수 경험 중시 관례 안 따라
의료진 "왓슨 스스로 차트 분석땐 이길 의사가 없다는 공포감 든다"
인천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중순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을 도입해 지금까지 대장암 23명, 폐암 20명 등 총 85명의 암 환자 진료를 했다. 이번 주에만 암 진료 16건이 잡혔다. 지난해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에서 왓슨으로 암 진료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 의사가 본격적으로 암 진료를 하면서 의사와 왓슨의 처방이 엇갈리면 대부분 환자는 "왓슨을 따르겠다"고 하고 있다. 또 나이 지긋한 교수의 권위가 전과 같지 않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본격 등장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주임교수 권위 무너져
암 치료에는 수술을 먼저 할지, 항암제 먼저 써서 암 크기를 줄여 놓고 수술을 할지, 아예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를 할지 등 여러 선택이 존재한다. 관례로는 해당 병원의 권위 있는 교수의 경험과 취향, 의견이 치료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왓슨은 이런 관례를 무시하고 최적의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어르신 교수'의 권위가 맥없이 무너지곤 한다.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는 "왓슨 처방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암 진료를 하기 때문에 주임교수라도 자기 방식만 고집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밀의료 추진단 이언(신경외과) 단장은 "왓슨이 환자의 전자 차트 기록을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정말로 인공지능 의사를 이길 의사가 없겠다는 공포감이 든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왓슨 처방에 맞서려고 집단 지성 방식으로 여러 과의 의사들이 모여 협동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가 활성화되고 있다. 젊은 의사들도 협진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의사 교육 방식도 바뀌고 있다.
◇서울 유명 병원 암 환자도 왓슨 찾아
30대 중반의 위암 환자 김모씨는 위암이 한참 퍼진 후에 발견됐다. 항암제 투여가 마지막 희망이었으나, 1차 시도에서 차도가 없었다. 2차 시도에 쓸 항암제를 잘 골라야 생존이 가능했다. 환자는 서울대병원을 찾아 진료와 처방을 받았고, 이어 길병원 왓슨한테도 처방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2차 표준 치료 가이드안을 권했고, 왓슨은 암 혈관 형성 억제 효과가 있는 최신 항암제 병용을 처방했다. 환자는 왓슨 처방에 따라 길병원에서 항암제 주사를 맞고 있다. 이처럼 서울 유명 병원 암 환자들이 왓슨 진료를 받으려고 인천으로 내려오는 일도 생기고 있다.
길병원은 "올해 말까지 췌장암, 담도암, 방광암 등을 추가해 암 종류의 85%까지 왓슨 진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왓슨(Watson)
Watson
-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할 수 있는 IBM의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2005년 개발을 시작해 현재 음성·얼굴·영상 인식, 번역, 키워드·감정·유사점 파악, 가설 수립 등을 통해 다양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IBM의 초창기 최고경영자였던 ‘토머스 왓슨(Thomas J. Watson)’의 이름을 땄다.
암환자들, 의사보다 인공지능의 처방 더 따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0152.html
입력 : 2017.01.12 03:04
'왓슨' 도입 2개월 국내 85명 진료… 집도의와 처방 다를땐 왓슨 택해
의사들은 '집단 진료'로 맞대응
왓슨과 의료진의 처방이 다르게 나왔다. 전 교수팀은 겨드랑이 림프절로 전이가 없었고, 암 크기도 5㎝ 이하여서 학계 관례대로 "전반적인 재발 방지를 위한 항암제 투여가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왓슨은 겨드랑이 림프절에 눈에 안 보이는 암세포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림프절에 방사선 치료를 하라"는 처방을 냈다. 의사는 항암제, 왓슨은 방사선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환자는 고심 끝에 왓슨의 처방을 선택했다. 환자는 현재 매일 병원에 나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누구의 처방이 환자의 생존을 늘렸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용순 교수는 "환자들은 대개 집도 의사의 말을 따르는데 왓슨이라는 새로운 '의사'가 등장하고 환자가 선뜻 왓슨의 처방을 따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대장암·위암·폐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5개 암환자 85명에 대해 왓슨에게 처방을 물어보고 이를 의료진의 처방과 비교해 진료했다.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 추진단 이언(신경외과) 단장은 "의료진과 왓슨의 처방이 엇갈리면 환자들은 자기 생명이 달린 문제임에도 거의 모두 왓슨을 선택했다"면서 "이는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보편화될 때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2/2017011200152.html
'IT·가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LG전자, 세계서 가장 가벼운 노트북 '그램' 신형 출시..."초고음질 기술 접목" (0) | 2017.01.12 |
---|---|
"한국 덕에 AI 발전 10년 앞당겼다" (0) | 2017.01.12 |
삼성SDI 中 배터리 공장 2월 독일 수출...中 전기차 보조금 대상 전면 재조정 (0) | 2017.01.10 |
"기계에 지능을 불어넣어라"...인텔, AI 간판 브랜드 '너바나' 내년 본격 출시 (0) | 2017.01.10 |
SK하이닉스, 세계 최대 용량 초저전력 모바일 D램 출시 (0) | 2017.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