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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평(三視世評)] 최고의 한류 스타 만났지만… '별그대' '상속자들' 지울 수 없네

Shawn Chase 2016. 11. 29. 00:29


    입력 : 2016.11.28 03:00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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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과 코와 입을 한데 모으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이 될까.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최고의 한류 스타 전지현과 이민호가 출연하고, 전지현과 함께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 붐을 재점화한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썼다. 전생, 사극, 판타지, 사이코패스, 재벌가, 출생의 비밀, 사기극, 초능력 등 웬만한 드라마에 한두 개쯤 들어갈 흥행 코드가 이 드라마엔 작정한 듯 총망라돼 있다. 문소리, 성동일, 김성령, 차태현 같은 조연급·카메오 출연진까지 화려하다. '초특급 버라이어티 쇼'가 숨 가쁘고 현란하게 펼쳐지는 셈이다.

    조선시대 한 남자가 잡혀온 인어를 풀어주면서 긴 인연이 시작된다. 최면술을 가진 사기꾼과 세상물정 모르는 여인으로 현생에서 다시 만난다. 4회까지 시청한 세 기자는 일단 전지현으로 '대동단결'을 이뤘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괄괄한 여대생과 괴팍한 여배우, 도둑, 킬러로 활약해온 그녀가 이번엔 인어로 변신해 화면을 장악한다. 물속에서 나풀대는 머리카락과 분홍빛 입술,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반짝이는 비늘은 이제껏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광경을 선사한다.

    김윤덕 기자는 "여성 시청자로서 이민호보다 전지현 나오는 장면이 더 기다려지니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라고 했다. "강동원이 나오는 영화의 장르는 강동원이란 말이 있듯, 전지현이 출연하는 작품도 '전지현 장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배우 전지현(왼쪽)은 하나의 장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쌓아온 이미지는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역시 전지현표 로맨틱코미디로 만든다.
    배우 전지현(왼쪽)은 하나의 장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쌓아온 이미지는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역시 전지현표 로맨틱코미디로 만든다. /SBS
    1~4회 시청률은 16-15-15-17%(닐슨코리아).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당초 '태양의 후예'급 신드롬이 기대됐던 걸 생각하면 출발이 더딘 편이다. "전지현이 아무리 예뻐도, 유쾌함을 넘어 황당하고 유치한 상황 전개와 대사, 행동은 참아내기 어렵다"(최수현 기자)는 평. 인어와 전생이라는 기본 설정 자체가 엄청난 판타지인데, 남자 주인공의 최면술과 여자 주인공의 괴력까지 더해지니 거의 마술쇼를 방불케 한다.

    극 중 캐릭터는 잘 보이지 않고 오직 배우만 두드러진다.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별그대' 또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을 합성해놓은 듯하다. 이번에도 이민호는 겉으론 퉁명스럽지만 알고보면 속 깊은 남자. 파스타를 손으로 집어 먹고 발차기로 상대를 십리 밖까지 내동댕이치는 전지현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전작이 계속 떠오를 뿐 두 배우 사이에 설렘이나 애틋함,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양지호 기자) 조연과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들도 면면이 너무 화려해 극에 몰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나이 차나 연상연하, 재혼 등 예전엔 사랑을 이루는 데 어마어마한 장애물로 여겨지던 조건들이 요즘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애물을 넘고 갈등을 이겨내며 사랑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로맨스 드라마로 그려내기란 아마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판타지 로맨스의 매력 중 하나는 인간과 인어, 전생과 현생, 사이코패스 악당처럼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장치들을 곳곳에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 '푸른 바다의 전설'은 그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 션에서 인어는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환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소재로 활용됐다. 이 시점에서 왜 인어라는 소재를 끄집어냈는지 앞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통해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양지호 기자) 엄청나게 비싸고 인기 많은 재료를 한데 모으는 데까지는 일단 성공적. 작가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엮어나갈지가 20부까지 이어질 이 드라마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8/20161128000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