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교복 입고, 유모차 끌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성난 민심'

Shawn Chase 2016. 11. 13. 10:06
  • 이동휘 기자
  • 문현웅 기자


  • 입력 : 2016.11.12 19:19


    기록적인 인파가 몰린 12일 촛불집회 현장에는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성난 민심을 반영하듯 2030세대나 교복 입은 중고생,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 등 일반인 참가자가 유난히 많았다. 대부분 행사는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가 주도하는 것이었지만,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축제를 즐기듯 집회에 참여했다.

    1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에서 청소년 시국대회에 참석한 학생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강원도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김모군은 교복을 입은 채 버스를 타고 상경해 집회에 참여했다. 김군은 “부모님께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말하니 말리기보다는 오히려 장려하셨다”고 말했다.

    수능시험이 일주일도 남지 않는데도 촛불을 들고 나온 경기 남양주시 고3 학생 김모(18)양은 “정유라씨의 입시 비리 의혹에 가장 화가 난다”며 “이 일을 가만두면 누구도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생각이 안 들 것”이라고 말했다.

    9살 딸과 함께 온 인천 연수구 주민 강은주(여·35)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서 애가 보고 배울 게 없다”며 분노했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집회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는 오후 7시 현재 촛불집 회를 키워드로 한 게시물이 9000여개 올라와 있다.

    이날 집회는 오후 6시 50분 기준 집회 참가 인원은 경찰 추산 총 23만명(주최측 추산 85만 명)이 참가했다.

    이는 2004년 3월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경찰 추산 13만명)나 2008년 6월 10일 광우병 촛불집회(주최측 추산 70만명)를 훌쩍 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법원,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율곡로 등 청와대 인근 행진 허용


    입력 : 2016.11.12 13:48 | 수정 : 2016.11.12 15:41


    법원이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주변으로 행진하는 것을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이날 경찰이 청와대 인근 구간의 행진을 금지한 것에 반발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본 집회와 5시부터 예정된 도심 행진이 주최 측 계획대로 이뤄질 계획이다. 투쟁본부는 ‘박근혜퇴진 촉구 국민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광장부터 경복궁역 교차로로 모이는 네 가지 경로의 행진을 신고했다. 광화문 바로 앞을 지나는 대로로 청와대가 목전인 율곡로에서 집회 참가자의 행진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경찰은 도심 상당 구간의 행진을 허용했지만, 교통소통을 명분으로 행진을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에 근거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까지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법원은 “금지통고 처분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교통 소통의 공익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집회·시위가 금지될 경우 불법 집회·시위로 보여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집회 권리 최대한 보장" 이례적 성명


    입력 : 2016.11.12 03:00 | 수정 : 2016.11.12 10:35

    청와대 앞 행진 불허… 종로·을지로 등 혼잡 극심할듯


    서울지방경찰청은 11일 '민중 총궐기 대회에 대한 경찰 입장'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시민들의 집회·시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시민들도 이전처럼 성숙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이 집회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보도 자료를 내면서까지 평화 시위를 당부한 것은 12일 촛불 집회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1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집회에 17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회를 주도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민투본)'는 50만~10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추산을 기준으로 봐도 역대 최대 규모 촛불 집회였던 2004년 3월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13만명)를 훌쩍 넘는다. 이는 서울광장뿐 아니라 이곳에서 500m가량 떨어진 광화문광장과 주변 도로까지 꽉 채우는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통상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1987년 6·10항쟁 이후 최대 규모 집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경기·충청 등 다른 지역 경찰력을 동원해 경찰 272개 중대 2만50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은 평상 근무복이 아니라 군복 형태로 된 기동복으로 복장을 통일한다.

    집회 주최 측은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본집회를 연 뒤 오후 5시부터 다섯 대열로 나눠 광화문 주변을 행진한다. 이 대열은 각각 서대문로터리와 정동로터리, 안국로터리, 재동로터리 등을 지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이 있는 내자로터리에서 모일 계획이다. 민투본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하게 평화 행진을 하겠다. (내자로터리까지만 행진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청와대와 가까운 내자로터리까지 행진을 불허하고, 신문로빌딩(신문로1가)∼국민은행 광화문역지점∼세종대왕 동상∼선일빌딩(우정국로51)∼부남빌딩(삼일대로447)으로 이어지는 선까지만 행진하도록 허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종로와 을지로, 삼일대로, 신문로, 소공로 등 사실상 서울 강북 도심의 거의 모든 도로 행진을 허용해 주는 것"이라며 "다만 주최 측 요구대로 내자로터리까지 행진을 허용하면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허용된 코스를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구간별로 차벽을 세우고 후방에 살수차도 대기시 키기로 했다.

    그러나 청와대 부근으로 행진하는 것을 불허하겠다는 경찰 방침에도 법원은 유성기업 관련 시위대(신고 인원 300명)가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날 행진이 진행되는 오후 5시부터는 종로와 신문로, 을지로 등 강북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이 순차적으로 통제되기 때문에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고 경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