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북 인터뷰] 시간 생산성 종말 선언한 크리스 베일리 "야근은 최악이다. 스스로 최적화된 스케줄을 만들라"

Shawn Chase 2016. 10. 27. 01:44

배정원 기자



입력 : 2016.10.26 07:00 높은 생산성 원한다면 모든 기업은 ‘자율시간 근무제’ 도입해야해야
직장인의 거대한 ‘사탕 가게’인 인터넷만 차단해도 시간과 주의력 낭비 줄일 수 있어
주 40시간, 일 8시간 이상 근무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크리스 베일리는 캐나다 칼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개인 생산성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2013년 5월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생산성 프로젝트에 돌입해 일터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보다 생산적으로 사는 방법을 연구했다./사진=본인 제공
크리스 베일리는 캐나다 칼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개인 생산성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2013년 5월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생산성 프로젝트에 돌입해 일터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보다 생산적으로 사는 방법을 연구했다./사진=본인 제공


한국 근로자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113시간. OECD 평균치(1766시간)보다 1.2배, 독일(1371시간)과 비교하면 1.5배 수준이다. 주 5일 근무(일 8시간) 기준으로 한국 직장인들은 독일 근로자보다 1년에 4개월 이상을 더 일하는 셈이다. 야근하는 문화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야근을 하지 않으면 한가한 사람 취급받는 야근 공화국. 과연 장기 근무는 개인과 회사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까.

스스로를 ‘생산성 열병’에 걸렸다고 자처하는 크리스 베일리(Chris Bailey)는 10년간 업무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해왔다. 십 대 시절부터 생산성에 관심이 많았던 베일리는 대학 졸업 후 두 건의 취업 기회를 포기하고, 1년간 각종 생산성 실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한 주 동안 TED 강연 70시간 시청하기나 매일 오후 3시간씩 낮잠 자기, 한 주 동안 완벽하게 게으름뱅이가 되기, 순수 근육량 4kg 늘리기, 한 달 동안 물만 마시기 등 다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베일리의 실험은 뉴욕타임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뉴욕매거진, 패스트컴퍼니, TED 등 미국 주요 언론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TED는 베일리에 대해 “가장 스마트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 베일리는 1년간 생산성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교훈 25가지를 이 책에 담았다. /사진=RHK
크리스 베일리는 1년간 생산성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교훈 25가지를 이 책에 담았다. /사진=RHK

베일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생산성은 시간, 집중력, 에너지(체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특히 지식경제시대에 시간의 중요성은 점점 떨어지는 반면 집중력과 에너지가 생산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일리는 “야근은 최악이다. 업무의 시간이 생산성에 주요 요소였던 공장기반의 경제와 지금은 다르다. 하루 업무 시간이 길수록 ‘조금 이따가 해도 된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집중할 수 있는 일도 미루게 된다. 오늘날 시간은 더 이상 돈이 아니다. 이제 생산성이 돈이다. 회사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싶다면 직원의 시간보다는 에너지와 주의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3일 베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신간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를 내고 각종 강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현재 생산성에서 더 나아가 창의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고 했다.

◆ ‘9시 출근’‘5시 퇴근’‘야근’은 공장 기반 사회의 생산적 근무 기준

-과거와 생산성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하루에 몇 시간 일했는지, 얼마나 회사에서 시간을 보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직원의 생산성을 평가할 때는 철저하게 근무 시간이 아닌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느냐’를 봐야 합니다. 단순히 매일 아침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밤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은 필요 없단 겁니다.”

-하지만 정말 야근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업무가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선 묻고 싶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12시간 내내 정말 효율적으로 일했다고 할 수 있나요? 제 실험 결과 하루 중 가장 사람이 생산적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5시간 정도입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그리고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에 하루 중 다른 시간대보다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다른 때보다 많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시간은 보통 휴식을 취하거나, 덜 중요한 업무를 합니다.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12시간 내내 숨 쉴 틈도 없이 중요한 일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혹은 1주 전에 받은 업무라서 분명히 일을 미리 끝낼 기회가 있었는데, 미루다가 한주 분량의 일을 하루 만에 해치워야 했던 것은 아닌가요? 만약 회사가 정말 날마다 12시간 이상씩 집중해야 할 일을 강요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방침이라고 생각됩니다.

야근은 직장인에게 안도감을 주는 장치입니다. ‘어짜피 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니 나중에 해도 돼’라는 안심을 심어주기 때문이죠. 극단적으로 말해서, 6시가 되면 모든 컴퓨터가 종료되고 강제로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반대의 장치가 있다면,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끝내려 들 겁니다. 아울러, 퇴근 후 개인 시간은 다음 날 생산적인 활동을 위한 재충전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12시까지 야근한 다음 날과 6시에 칼퇴한 다음날 오전의 생산력이 같을 수 없겠죠.”

 TED에서 강연하는 크리스 베일리. TED는 베일리에 대해 “가장 스마트하게 사는 사람”으로 평가했다./사진=본인 제공
TED에서 강연하는 크리스 베일리. TED는 베일리에 대해 “가장 스마트하게 사는 사람”으로 평가했다./사진=본인 제공

◆ 주 35~40 이상 근무는 생산성 수직 하락으로 이어져

크리스 베일리는 업무 시간과 생산성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주 90시간 근무 vs. 주 20시간 근무'라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4주에 걸쳐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지 분석한 결과, 일을 투여한 시간이 4배 넘게 차이 나지만, 일의 생산성은 티끌만 한 차이에 불과했다고 한다.

-장기 근무할 때 생산성은 얼마나 떨어지나요?

“실험 과정에서 저는 ‘주 20시간의 근무’ 환경에서 의식적이고 전략적인 상태로 일에 접근했던 것에 비해 ‘주 90시간의 근무’ 기간에는 관성적으로 처리하는 비율이 높았고,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 업무 중에 딴 짓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정적으로 90시간 근무 때는 쉴 시간이 없어서 늘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곤 했죠.

저의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봤을 때 주 35~40시간 이상 근무는 생산성이 수직으로 하락했습니다. 다른 기관의 연구를 참고해 봤을 때도 특정 임계치(주 55시간 이상 근무)를 넘어서면 중요한 일이 아니라 그저 바쁘고 힘든 일에 매달리게 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울러, 주 60시간 근무할 때 한 시간 분량의 일을 더 해내기 위해 두 시간의 초과 근무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정해진 시간에 일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누구나 일을 미룹니다. ‘결심의 재발견’의 저자 피어스 스틸의 연구에 따르면 약 95%의 사람들이 일을 미룬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5%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웃음).

물론 매일 일을 미루는 형태나 빈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20%의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일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성적이든 그렇지 않든 당신도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미루고 있을지 모릅니다.

가령 매년 돌아오는 소득공제 처리 같은 일은 지루하고, 복잡하고, 귀찮고, 괜히 하기 싫다 보니 마감 당일까지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극약처방이 있습니다. 소득공제 서류를 들고 좋아하는 카페로 향합니다. 고급 음료를 마셔가며 10분간 기분 전환을 하죠. 그리고 세금을 돌려받게 될 것을 기대하고 다음 달 월급봉투가 얼마나 더 두꺼워질 것인지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할 만한 의미 있는 일을 정리해보는 겁니다. 이전보다는 조금이나마 세금공제를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마음 다잡기’만으로는 큰 동기 부여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미루기 목록을 만드세요. 가장 의미 있고 영향력 높은 업무의 목록을 만들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이 길고 지루한 연구 논문을 제때 읽지 않고 미루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와 중요한 이메일 보내기, 컴퓨터 폴더 정리하기, 비용 정리하기 등을 포함해 미루기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록 중에서 딱 한 가지만 미룰 수 있게 허락했습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일을 미룰 때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빠짐없이 정리해서 적는 것입니다. 시험 공부를 미루다 보면, 당일 날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지 예상하고 정리해 놓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지만, 대단한 효과를 냅니다.”

 크리스 베일리는 이메일과 SNS확인으로 낭비하던 시간을 없애고 하루 1시간씩 명상하는 시간을 즐긴다./사진=본인 제공
크리스 베일리는 이메일과 SNS확인으로 낭비하던 시간을 없애고 하루 1시간씩 명상하는 시간을 즐긴다./사진=본인 제공

◆ ‘직장인의 사탕 가게’ 인터넷 이용 시간을 차단해라

크리스 베일리는 생산성 연구를 위한 가장 첫 번째 실험으로 ‘인터넷 차단하기’를 진행했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딱 한 시간만 사용하는 것. 시험 기간 내내 주머니 한쪽에는 메모장을, 다른 한쪽에는 스마트폰을 넣고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해 제한된 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생산성 실험 중 ‘인터넷 차단하기’가 흥미롭습니다.

“직장인이 점심때 외에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편할 때가 언제일까요? 잠시 업무 파일을 옆으로 치우고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컴퓨터로 웹서핑을 할 때일 겁니다. 보통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으로 하죠. 스마트폰을 요리조리 누르다 보면 어느새 페이스북에서 모르는 사람의 스물일곱 번째 프로필 사진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뇌에 존재하는 거대한 사탕 가게와 같습니다. 엔터키와 마우스를 치고 누를 때마다 뇌에 지속적인 자극이 되죠. 인터넷은 인간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으며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감각들을 일시에 장악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안의 각종 앱을 톡톡 치거나 키패드로 문자를 입력할 때, 책상 위에서 마우스를 이리저리 굴릴 때 우리의 손이 점령당하고, 키패드나 마우스 소리,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에 귀가 사로잡힙니다. 눈은 어떤가요? 화면에 뜨는 새로운 문자나 이미지, 동영상에 끊임없이 장악당합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1시간만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허락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이메일이나 메신저, SNS 확인과 같이 중요도가 낮은 일에 안주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아무 생각 없이 허비하는 시간과 주의력을 되찾게 해주죠.

저의 경우 이메일을 쉴 새 없이 확인하는 버릇을 멈췄고, SNS의 타임 라인을 갱신하는 일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독서, 인터뷰 준비, 명상, 여자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인터넷 끊기가 어렵진 않나요?

“상당히 어렵습니다. 사탕가게를 끊은 어린아이처럼 ‘단맛’ 없는 영양식만 먹는 기분이었죠. 저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30분, 잠들기 전 1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한 달 이상이 걸립니다. 하지만 흥분제를 끊고 일단 적응하면, 인터넷 외에 수많은 재밌는 일을 찾게 됩니다.”

◆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족은 개인의 차이일뿐 생산성과 상관없어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는 훈련은 견딜만 했나요?

“저는 누구보다도 아침형 인간에 대한 환상이 많았습니다. 6개월 이상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기 위해 저녁 8시부터 모든 기기를 꺼버렸고, 점심때에 카페인을 마시지 않았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죽을 맛이었습니다.

매일 아침잠에서 깬 뒤 늘 한 두 시간은 비몽사몽이었죠. 명상과 운동, 독서, 하루 계획도 이른 아침보다 나중에, 이를 해낼 수 있는 에너지와 주의력이 충전됐을 때 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침형 인간의 일상은 저를 보다 생산적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생체 리듬은 제각각 다릅니다. 연구 결과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족 사이에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가 전혀 없다는 것을 발견했죠. 생산성을 위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웃음).”

-그렇다면 기업이 ‘9시부터 5시 근무’가 아닌 ‘자율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나요?

“물론입니다. 사람마다 에너지를 쓰는 시간이 다릅니다. 모두가 똑같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9시까지 회사를 가는 상황에 ‘최적화’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해진 근무 시간 역시 시간경제시대인 공장 기반의 산업 체계에서 시작된 규칙입니다.

직원에게 스스로 일할 시간을 정하게 한다면 그들이 알아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에 중요 업무를 배분할 수 있어 생산성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 중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대를 절대 낭비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올빼미족이라면 초저녁, 아침형 인간이라면 오전에 주요 업무를 배정하세요. 혹은 남들과 전혀 다른 시간대라도 상관없습니다. 스스로에게 최적의 업무 스케줄을 짜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