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천국이자 맛의 천국이고 먹거리가 즐비한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로 가는 저가항공사 비행기를 탔다. 세련됐지만 어딘가 차가운 도쿄와는 달리 화려하면서도 털털하고 묘하게 촌스러운 구석까지 있는 장소. 구석구석 숨어 있는 알찬 박물관, 특색 있는 미술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눈으로 즐기는 오사카 여행이다.
쇼핑의 천국이자 맛의 천국이고 먹거리가 즐비한 일본 제2의 도시. 세련됐지만 어딘가 차가운 도쿄와는 달리 화려하면서도 털털하고 묘하게 촌스러운 구석까지 있는 장소.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보자. 오사카성과 시텐노지, 난바시티 말고도 이 도시엔 매력적인 볼거리가 넘쳐난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알찬 박물관, 특색 있는 미술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눈으로 즐기는 오사카 여행이다.
◇취향 따라: 거대한 건축물 혹은 수준 높은 컬렉션
오사카 사야마시(狹山市)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사야마이케 박물관은 건물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2001년 건립했다. 건축물의 개념은 '물'. 일본 최고(最古)의 댐식 저수지인 사야마이케를 그대로 보존·전시하는 박물관 콘셉트에 걸맞다. 좁고 긴 진입로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어느새 앞이 확 트인 공간이 열린다. 드넓은 벽면에서 시원하게 떨어진 물줄기가 물의 정원으로 흐르면서 마치 폭포 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흠칫 놀란다. 거대한 제방의 단면을 그대로 절개해 옮긴 구조물이 1층 로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높이 15.4m, 폭 62m. 14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제방 앞에는 아스카 시대와 에도 시대의 동쪽 송수관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사야마이케는 아스카 시대인 616년 국가적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했다. 중국이나 한반도에서 전해진 최첨단 토목기술이 사용됐다. 고고학 박물관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저수지의 탄생과 시대별 변천 모습을 7개 구역으로 나뉘어 보여준다. 영상이나 모형이 많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오사카시립 동양도자 미술관은 수준 높은 컬렉션을 자랑한다. 조용하게 작품 관람에 집중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흙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지금은 메이지 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공예가 미야가와 고잔(1842~1916)의 사후 100년을 기리는 특별전(31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특별전 기간이라 상설전은 작은 방 두 곳에서만 볼 수 있다. 한국도자실 한 곳, 중국도자실 한 곳이다. 낯익은 비췻빛 고려청자들이 멀리 시집온 누이처럼 다소곳이 놓여 있는 한국 방과 청화무늬 화려하고 몸체 호방한 중국 도자기 방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미술관은 사업가 아타카 에이이치(安宅英一)가 1982년 중국 도자기와 한국 도자기 컬렉션 1000여 점을 오사카시(市)에 기증하면서 문을 열었다. 여기 더해 1999년 재일교포 이병창이 평생 수집한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 301점, 중국 도자기 50점을 기증하면서 알찬 '도자기 명소'로 손꼽히게 됐다. 월요일 휴관.
인스턴트 라멘 발명 기념관은 1958년 치킨라멘을 처음 개발한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와 라멘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라면 회사 닛신식품(日淸食品)이 운영한다. 1958년부터 올해까지 새로 나온 라멘을 연도별로 촘촘히 붙여 만든 '라멘 터널', 세계의 컵라면을 한 면 가득 전시한 벽도 눈길을 끈다. 여러 종류의 면과 건더기, 수프를 골라 나만의 컵라면을 만드는 코너도 있다. 우주에서 라멘 먹는 동영상, 라멘을 처음 개발한 부엌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화요일 휴관.
우주소년 아톰에 열광했던 덕후들에겐 이곳을 권한다. 우리에겐 아톰을 만든 아버지로 알려진 데즈카 오사무 기념관이 그의 고향인 다카라즈카에 있다. 다카라즈카역에서 내려 기념관까지 가는 '하나노미치(꽃길)'가 예쁘다. 날개를 활짝 핀 불새 조각물이 건물 입구에 있다. 여러 개의 캡슐 안에 놓인 데즈카의 원고와 물품들, 오락실을 연상케 하는 전시실 풍경이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만화를 즐기지 않은 중년이라도 우주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는 안다. 2층 의자에 앉아 영상 버튼을 누르면 그 시절 만화가 흘러나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수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