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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부부싸움도 멈추게 할 노래… "사실 '딜라일라'는 애인 죽이는 남자 얘기"

Shawn Chase 2016. 3. 13. 01:39


입력 : 2016.03.12 03:00

33년만에 내한 톰 존스 인터뷰



톰 존스


'부부싸움도 멈추게 하는 발라드'의 주인공 톰 존스(76)가 4월 9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홀에서 내한 무대에 오른다. 1983년 첫 내한 공연 이후 33년 만의 무대다. 1960년대 비틀스와 함께 '영국 음악의 미국 침공(British Invasion)' 주역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조영남이 번안해 부른 '딜라일라'와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 같은 노래들로 잘 알려져 있다. 호방하고 장쾌한 그의 바리톤은 70대 나이에도 여전하며 2000년대 들어 작년까지 새 앨범 6장을 낼 만큼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스페이스 앤드 케리 매튜스'라는 밴드는 1998년 '톰 존스의 발라드'라는 톰 존스 헌정곡을 발표해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 가사는 서로를 '살인마'라고 부르며 "청산가리나 도끼로 죽일 거야" 하고 싸우던 부부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톰 존스 노래를 듣고 흥분을 가라앉힌 뒤 "톰 존스/ 당신이 우리를 살렸어요/ 톰 존스/ 당신이 우리의 살인을 막았어요" 하는 내용이다. 작년 새 앨범 '롱 로스트 수트케이스(Long Lost Suitcase)'를 발매하고 현재 호주에서 공연 중인 톰 존스와 최근 전화 인터뷰했다.


"이번에도 환대 받을지 궁금"


―33년 만에 한국에 오는군요.

"한국에 다시 가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내 인생이고 또 그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죠. 1983년 한국 공연에서 아주 큰 환영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 자주 가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에도 그런 환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2010년에 내한 공연이 예정됐다가 갑자기 취소됐죠.

"그때 홍콩 공연을 마치고 싱가포르에서 공연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습니다.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태가 돼서 한국뿐 아니라 남은 아시아 공연 전체를 취소해야 했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노래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목이 상하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고 그렇지 않게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내 인생이기 때문에 공연을 취소한다는 건 내 인생 일부를 취소한다는 것과 같아요."

―요즘 건강은 어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제 고향(영국 웨일스)에서는 이런 상태를 '핏 애스 어 피들(fit as a fiddle)'이라고 말하죠(이 표현은 원래 'fit as a fiddler'로, '거리의 악사처럼 건강하고 활달한'이란 뜻으로 쓰기 시작했다). 하하하. 나는 매일 빼놓지 않고 운동을 합니다. 미국 LA 집에서는 매일 운동기구로 유산소 운동을 해요. 나는 또 무엇이든지 과도하게 빠지지(overindulge) 않습니다. 특히 술이 그렇습니다. 우리 웨일스 사람들은 술 많이 마시는 걸로 유명하죠. 나는 와인과 코냑, 샴페인을 즐기지만 절대로 과음하지 않아요. 마약이 횡행하던 1960년대에도 나는 마리화나나 코카인 같은 데 빠지지 않았어요. 20년 전쯤 나는 '나이 들어도 노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고 그 결과 '나 자신을 혹사시키지 말자(Don't abuse yourself)'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내가 파워 넘치는 엔터테이너로 계속 살려면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다."

―'딜라일라'와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을 조영남이란 한국 가수가 불러 유명해진 것을 압니까.

"그래요? 처음 듣습니다. 그 노래들이 한국에서 유명한 건 지난번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연은 몰랐네요. 사실 그 노래들은 독일어 버전도 있고 비영어권 국가에서 많이 리메이크됐습니다."

―조영남씨와 최근 통화했는데 그가 "1968년에 그 노래를 아무 허락도 받지 않고 번안해 불렀다. 저작권의 개념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해달라"고 하더군요.


"하하하. 그런 문제는 나도 잘 모릅니다. 누군가 내 노래를 한국에서 불렀고 또 크게 히트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기쁜 일입니다. '딜라일라'는 지난 2012년 공연 때부터 완전히 다르게 편곡해서 부르고 있어요. 음 높이도 첫 녹음보다 낮췄고 느리게 부르다가 점점 박자가 빨라지죠. 가사가 더 잘 들리고 곡 전개가 더 흥미로워졌어요. 한국 공연에서도 부를 예정입니다."


톰 존스

데뷔 52주년을 맞은 톰 존스는 “나는 항상 파워풀한 가수로 남겠다는 욕망이 있었다”며 “20년 전부터 그렇게 건강을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2014년 미국에서 공연하는 톰 존스. 왼쪽은 1960년대 젊은 시절 모습이다. / Getty Images 이매진스



"조영남 꼭 만나고 싶다"

조영남(71)은 톰 존스 인터뷰에 앞선 통화에서 "가능하다면 '딜라일라'를 톰 존스와 무대에서 함께 부르고 싶다"며 "가능할지 꼭 물어봐 달라"고 했다. 톰 존스는 이에 대해 "그건 공연 기획자들과 상의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어쨌든 조영남씨를 꼭 만나고 싶고 그가 부른 '딜라일라'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히트한 톰 존스 노래 '딜라일라'는 사실 아름다운 멜로디와는 달리 섬뜩한 가사를 담은 곡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을 참지 못한 남자가 칼을 들고 여자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그래서 '살인 발라드(murder ballad)'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딜라일라는 절대로 러브송이 아니에요. 변심한 애인을 죽이는 남자의 노래죠. 웨일스 사람들은 럭비 경기장에서 응원가로 그 노래를 불러요. 그랬더니 한 정치인이 '이제 살인 발라드를 그만 부르자'고 주장하기도 했죠. 그래도 웨일스 사람들은 신경 안 써요. 요즘도 럭비할 때마다 부릅니다. 하하하."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가수로 나섰는데 후회하지 않습니까.

"후회한 적 없습니다. 그때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 이미 알았기 때문이죠. 학교에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 노래를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가수가 되려고 태어난 사람이에요. 그때 나는 가수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고 그래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바로 런던으로 가서 녹음을 시작했어요."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언제 처음 알았습니까.

"내가 노래를 하지 않았던 시절이 기억에 없을 정도로 어렸을 때입니다. 하하하. 아마도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노래를 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대가족이었고 수많은 삼촌과 사촌들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생일잔치와 결혼식도 많았죠. 그때마다 나는 앞에 나가서 노래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내 음성을 좋아하고 내가 언젠가 프로 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지요. 그것이 적중한 것을 신께 감사할 뿐입니다."

흑인 음악에서 큰 영향 받아

―미국 흑인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요.

"마할리아 잭슨(미국 가스펠 가수)의 노래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가 부른 노래 '갈보리산 위에(The Old Rugged Cross)'를 좋아합니다. 그리고는 블루스와 R&B를 듣게 됐고 점차 컨트리나 로큰롤 같은 음악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나는 비틀스나 롤링스톤스 같은 내 또래 영국 뮤지션들에게서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비틀스가 1960년대 세계 팝음악의 문법을 바꾸면서 문을 열어젖혔고 그 열린 문으로 쏟아져나온 영국 뮤지션들 중에 저도 있고 밴 모리슨, 조 카커도 있지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 그 이전의 미국 뮤지션들로부터 영향받은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톰 존스는 작년 내한 공연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폴 매카트니보다도 두 살 많다. 그러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여전히 정력 넘치는 그의 바리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가" 묻자 그가 말했다.

"나는 12세 때 폐결핵에 걸려 2년간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지요. 그러나 그 이후로는 한번도 큰병에 걸리지 않았어요.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며 살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몸과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왔습니다. 호흡하고 가창을 가창을 하는 데 몸이 허약해지면 안 되거든요. 나는 한번도 '오, 이제 노래는 그만해야겠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 목소리에 힘이 있고 또 내가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한 나는 항상 무대 위에 있을 겁니다. 젊은 뮤지션들에게도 나는 항상 그렇게 말합니다. '너 자신이 귀하다는 것을 알고, 절대로 혹사시키지 말라'고 말이지요." 공연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