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자유한국당이 요즘 잘 안되는 진짜 이유[오늘과 내일/이승헌]
Shawn Chase
2019. 11. 5. 21:38
한 번이라도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봤나
甲 아니라 乙 아는 인물 총선 공천해야
이승헌 정치부장자유한국당이 조국 사태 이후 지지율이 반짝 상승하다가 다시 고전하는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광화문 집회’로 상징되는 지지층 결속이라는 호재에도 워낙 다양한 악재들이 터지다 보니 한국당도 정신 못 차릴 지경이라고 한다. 조국 사태에 기여한 의원들 표창장 논란부터 패스트트랙 ‘투쟁’ 참여 의원에 대한 공천 가산점 문제, 문재인 대통령 비하 애니메이션에 이어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이 불거졌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겠다며 영입했던 이자스민 전 의원은 정의당에 뺏겼다.
이를 놓고 황교안 대표의 일방통행식 당 운영이 문제라는 사람도 있고, 나경원 원내대표의 원내 전략이 시원찮다는 말도 있다. 한국당의 고질적인 웰빙병이 도졌다는 한숨도 들린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한국당의 악재 시리즈 전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거론되는 이유들도 너무 관습적이다. 오히려 대국민 소통 부족이 진짜 이유 아니냐는 말을 필자는 당 안팎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시뮬레이션도 해보지 않고 내키는 대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표창장부터 영입 논란까지 지지층 의중도 알아보지 않고 저지르다가 일이 터졌다.
사실 정치는 팔 할이 커뮤니케이션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별명이 왜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일까.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그가 대단한 학벌이나 정치적 배경, 카리스마보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걸 미리 파악하는 데서 리더십을 길어 올렸기 때문이다. ‘정치적 눈치’가 남달랐다는 애기다.
그렇다면 한국당 의원들은 아예 소통에 자질이 없나. 그렇지 않다. 한국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 보면 자기들끼리는 잘 통한다. 남성 의원들끼리는 ‘형’ ‘동생’ 하면서 수시로 연대를 과시하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밥자리에서 누구 이야기가 나오면 휴대전화를 꺼내 “야, 어디냐? 얼굴 좀 보자”고 하고, 실제로 달려와 서로 대화하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남녀 의원들끼리는 ‘누님’ ‘오라버니’ 하는 경우도 봤다.
이렇게 서로 이야기도 잘하고 사회성도 좋아 보이는데 왜 대국민 소통은 잘 안되는 걸까. 한국당 의원들의 이전 경력에 힌트가 있다. 판사 검사 장차관 장성…. 대부분 ‘갑’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다. 아랫사람과 상대방에게 지시하는 게 본업인 직군이다. 평생 ‘을’의 위치에 있어 볼 일이 없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나오는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몇 년 했다고 그 체질이 쉽게 바뀔 리가 없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는 젊은 시절부터 바닥 민심과의 소통을 몸으로 익힌 사람이 많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 모두 현장 반응에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느냐가 그 분야에서 생존을 좌우한다. 같은 법조인이더라도 민주당엔 판검사 출신만큼이나 일선 변호사 활동을 한 사람이 많다. 법조인으로서 능력을 떠나 민심에 대한 반응 속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들 ‘눈칫밥’을 먹어본 사람들이다.
甲 아니라 乙 아는 인물 총선 공천해야

이를 놓고 황교안 대표의 일방통행식 당 운영이 문제라는 사람도 있고, 나경원 원내대표의 원내 전략이 시원찮다는 말도 있다. 한국당의 고질적인 웰빙병이 도졌다는 한숨도 들린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한국당의 악재 시리즈 전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거론되는 이유들도 너무 관습적이다. 오히려 대국민 소통 부족이 진짜 이유 아니냐는 말을 필자는 당 안팎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시뮬레이션도 해보지 않고 내키는 대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표창장부터 영입 논란까지 지지층 의중도 알아보지 않고 저지르다가 일이 터졌다.
사실 정치는 팔 할이 커뮤니케이션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별명이 왜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일까.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그가 대단한 학벌이나 정치적 배경, 카리스마보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걸 미리 파악하는 데서 리더십을 길어 올렸기 때문이다. ‘정치적 눈치’가 남달랐다는 애기다.
그렇다면 한국당 의원들은 아예 소통에 자질이 없나. 그렇지 않다. 한국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 보면 자기들끼리는 잘 통한다. 남성 의원들끼리는 ‘형’ ‘동생’ 하면서 수시로 연대를 과시하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밥자리에서 누구 이야기가 나오면 휴대전화를 꺼내 “야, 어디냐? 얼굴 좀 보자”고 하고, 실제로 달려와 서로 대화하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남녀 의원들끼리는 ‘누님’ ‘오라버니’ 하는 경우도 봤다.
이렇게 서로 이야기도 잘하고 사회성도 좋아 보이는데 왜 대국민 소통은 잘 안되는 걸까. 한국당 의원들의 이전 경력에 힌트가 있다. 판사 검사 장차관 장성…. 대부분 ‘갑’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다. 아랫사람과 상대방에게 지시하는 게 본업인 직군이다. 평생 ‘을’의 위치에 있어 볼 일이 없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나오는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몇 년 했다고 그 체질이 쉽게 바뀔 리가 없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는 젊은 시절부터 바닥 민심과의 소통을 몸으로 익힌 사람이 많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 모두 현장 반응에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느냐가 그 분야에서 생존을 좌우한다. 같은 법조인이더라도 민주당엔 판검사 출신만큼이나 일선 변호사 활동을 한 사람이 많다. 법조인으로서 능력을 떠나 민심에 대한 반응 속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들 ‘눈칫밥’을 먹어본 사람들이다.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거나 학원에서 단기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한국당의 고민이 있다. 결국 지도부 몇 사람의 문제라기보단 사람 전체의 문제다. 자연스레 내년 총선 공천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새 사람을, 순발력 있게 바닥 민심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충원해서 당의 체질을 조금이나마 바꾸느냐에 내년 4월 15일 이후 한국당의 정치적 미래까지 달려 있는 것이다. 총선까지 앞으로 162일. 한국당은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