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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인싸템 가득'...SNS 덕에 매출 2兆 넘보는 다이소

Shawn Chase 2019. 6. 19. 19:02


조선비즈
  • 안소영 기자
  • 입력 2019.06.19 15:54 | 수정 2019.06.19 17:09

    장난감 세탁기·프리티걸·케미꽂이 "없어서 못 팔아요"
    소확행 문화 확산에 밀레니얼세대에 인기...다이소 매출 2조 육박

    "상품이 들어오면 보이는 즉시 다 사가서 저희도 보기 힘들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워낙 인기라 중국·일본인 등 다 그거 사려고 난리에요. 물류 창고에도 없어서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르겠어요."

    19일 오전 서울 명동본점 다이소 점장 이소정(51)씨가 들려준 말이다. 관광객까지 모두 몰려와 찾는 상품은 지난 2월 출시된 ‘어린이용 장난감 세탁기’다. 어린이용 완구 제품이지만, 각종 SNS에서 ‘소맥(소주·맥주) 제조기’, 미대생들의 붓 세척기’, ‘여성들의 미용용품(화장붓·퍼프) 세탁기’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른들에게 인기가 많은 다이소 완구용 세탁기. 소맥을 말아먹거나, 화장붓 등을 세척하는 데 유용하다고 알려져있다./ 조선DB

    해당 장난감 세탁기는 출시 당시 일주일 판매량이 약 1000여개였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달만에 판매량이 8배나 증가했다. 최근에도 품귀현상이 빚어져 온라인에 "7번이나 매장을 찾아 겨우 구했다", "30군데나 직접 돌아다녔다"는 글도 올라온다. 3000원짜리인 이 제품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7000원에도 구하기 힘들다. 다음 입고예정일은 8월 중순으로 알려졌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이소 ‘핵인싸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5000원짜리 어린이용 마론인형 ‘프리티걸’도 20~30대에게 인기다. 당초 어린이들이 인형의 옷과 신발을 갈아 입히며 노는 용도로 출시됐지만, 구매자들은 기존 이목구비를 지우고 다시 얼굴을 그려넣는 ‘리페인팅’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1~5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애플 펜슬에 꽂으면 좋다는 입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케미꽂이(좌)와 케미꽂이를 꼽은 애플펜슬(우)./조선 DB·네이버 블로그 후기 캡처

    평범한 상품도 SNS 덕에 인기가 치솟기도 한다. 낚시할 때 가시성을 높이는 ‘케미꽂이’는 아이패드 유저들을 만나며 용도가 180도 달라졌다. 애플 팬슬에 케미꽂이 끝을 부착해 사용하면 소음이 줄고 필기감이 좋다는 것이다. 다이소에 따르면, 올초부터 현재까지 케미꽂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배 뛰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다이소는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5000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돈 쓰는 재미’와 ‘소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이소 상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생겨날 정도다. 이곳에서는 자신이 구매한 다이소 상품과 후기를 올리거나, 특정 상품을 사용해본 구매자들을 찾아 후기를 묻기도 한다.

    조선 DB

    다이소의 인기에 매출과 매장수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한 1조9785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도 20%를 넘는다. 2009년 500개였던 매장수도 현재 1300여개로 늘면서 스세권, 맥세권에 이어 다세권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다이소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태어난 소비자)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및 소통 문화와 잘 맞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 불황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아 다이소 같은 초저가 상품이 인기를 끈다"며 "과거와 달리 소비가 ‘공유활동’이 되면서 밀레니얼 세대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누리꾼이 이어팁을 세탁하는 용도로 미니세탁기를 구매했다며 올린 사진./ 네이버 카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