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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메시 '살라흐 효과'… 무슬림 증오범죄 줄였다

Shawn Chase 2019. 6. 6. 12:27

조선일보

  • 이옥진 기자



  • 입력 2019.06.06 03:01

    리버풀 연고지 머지사이드주, 그의 영입기점으로 19%p 감소… 트윗 속 혐오글도 절반 이하로
    드로그바는 내전도 멈추게 해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가 지난 1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 메달을 깨물며 웃고 있다.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가 지난 1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 메달을 깨물며 웃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 시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이 토트넘을 2대 0으로 꺾고 14년 만에 유럽 축구 왕좌를 차지했다. 선제골을 넣은 무함마드 살라흐가 우승의 1등 공신이었다. '이집트의 메시' '골 넣는 파라오'란 별명을 가진 이 무함마드 살라흐의 존재가 무슬림에 대한 증오 범죄를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탠퍼드대 이민정책 연구팀은 최근 프리프린트(출판 전 논문을 게재하는 서버) 소시아카이브(SocArXiv)를 통해 살라흐가 2017년 6월 리버풀로 이적해온 뒤 영국 머지사이드주(州) 내 이슬람 증오 범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머지사이드주는 리버풀의 연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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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주내 경찰서 25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살라흐 영입을 기점으로 이슬람 증오 범죄 발생률(인구 1000명당 발생하는 범죄 건수)이 18.9%포인트 감소했다. 1500만개의 트위터 글을 분석한 결과 무슬림 혐오 글도 살라흐 영입 이후 7.3%에서 3.8%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집트 출신인 살라흐는 독실한 무슬림이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도 이슬람식으로 그라운드에 기도하듯 엎드리는 수주드(sujood) 자세를 취하고 땅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했고, 팬들이 부르는 살라흐 응원가에도 '살라흐, 알라의 선물'이란 가사가 나올 정도다.

    연구팀은 "살라흐라는 사람이 축구 팬들에게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유명인의 긍정적인 노출은 대중의 편향된 태도와 행동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살라흐 효과(Salah effect)'라고 명명했다.

    축구 선수 한 명이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드록신'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출신 디디에 드로그바(2018년 은퇴)는 한마디 말로 내전을 멈춘 적이 있다. 2005년 10월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주장이었던 드로그바는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내전이 한창이던 조국을 향해 호소했다.

    "국민 여러분, 월드컵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 것입니다. 무릎 꿇고 간청하건대 일주일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읍시다. 제발."

    5년 동안 2000여 명이 죽고 3만5000여 명의 난민이 생겼던 내전은 드로그의 인터뷰 이후 거짓말처럼 일주일간 멈췄고, 월드컵 기간(2006년 6월)에도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는 당시 월드컵에서 최초로 본선에 진출해 세르비아를 상대로 1승을 거뒀고, 내전은 2007년 평화협정으로 일단락됐다.

    1994년 미국월드컵 무렵에는 브라질 국가대표 호마리우 지 소우자 파리아(현 리우데자네이루 상원 의원)의 아버지가 납치되는 일이 있었다. 납치범들은 70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 호마리우는 신문 인터뷰에서 "(아버지 납치는) 나와 가족에게 너무 큰 고통"이라며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결코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출전 불가를 시사하는 폭탄 발언이었다. 브라질 경찰은 물론 온 국민, 심지어 갱단까지 호마리우의 아버지를 찾아나섰다. 보도 다음 날 아버지는 안전한 상태로 발견됐고, 브라질 대표팀은 호마리우의 활약에 힘입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6/20190606000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