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뉴스분석]세금으로 버티던 경제 민낯···성장쇼크 주범, 정부였다
Shawn Chase
2019. 4. 25. 20:00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기자설명회에서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25/e8daa6ef-d452-4fb8-9829-99e426129640.jpg)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기자설명회에서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분기 경제 성장률 -0.3% 기록
10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
설비투자 -10.8% 등 투자 부진
경제엔진인 수출도 3.3% 줄어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0.3%(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3.3%) 이후 분기별 증가율로는 10년3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1분기 성장률이 좋지 않을 것이란 조짐은 있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며 2.5%로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는 한은이 연속 4회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을 만큼 1분기 수치가 좋지않고 심지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럼에도 시장은 1분기 성장률을 0.3% 안팎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힘을 믿은 것이다. 470조원에 이르는 ‘슈퍼 예산’을 편성한데다 정부의 중점관리자금 집행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뚜껑이 열리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1분기 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 쇼크‘의 주범은 정부다. 지출 항목별 성장기여도에서 정부(-0.7%포인트)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분기(1.2%포인트)와 비교해도 격차는 상당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1분기 경제성적표를 뜯어보면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투자와 수출이 모두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정부에 기대 버텨왔다는 게 분명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 효과가 사라지자 성장률이 고꾸라진 셈이다.
게다가 성장기여도로 살펴보면 내수(-0.5%포인트)보다 순수출(0.2%포인트)이 다소 나았다. 순수출기여도는 전분기(-1.2%포인트)보다 나아졌다.
투자 부진 등으로 내수가 갉아먹은 성장률을 순수출이 조금이나마 메운 모양새지만 그 또한 꺼림직하다. 순수출 기여도가 플러스에 머문 건 수출(-1.1%포인트)보다 더 많이 줄어든 수입(-1.3%포인트) 영향이다.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1분기 민간의 성장기여도(0.4%포인트)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전분기(-0.3%포인트)와 달리 플러스로 전환하며 민간 소비가 나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지만 기대감을 키우기에는 부담스럽다.
앞으로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내놨다. 이 수치를 달성하려면 2분기에는 1.5%(전분기 대비)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문제는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요원해보인다는 데 있다. 1분기 성장률 쇼크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인 투자 부진이 회복될 지에 대한 의문도 커진다. 1분기 설비투자(-10.8%)와 건설투자(-0.1%)는 모두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수출 통계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출 경기 악화→투자 부진→고용ㆍ절벽→소비 부진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정부의 주머니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정치권의 상황을 감안하면 24일 내놓은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도 늦어질 수 있다. 추경의 실제 효과가 3분기에 들어서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4일 내놓은 추경은 사회 보완적 성격이 강한 데다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리는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를 방어하기는 어려운 만큼 올해 성장률은 한은 예측보다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재정으로 한계가 있으면 한은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뉴스분석]세금으로 버티던 경제 민낯···성장쇼크 주범, 정부였다